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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026
  • 우리가 책을 펼치면
    이금이 (지은이), 박현민, 오승민, 이소영, 이명애, 서현 (그림) | 노란상상 | 2026년 5월 어린이책을 읽고 쓰고 그리는 마음

    "우리는 왜 어린이책을 읽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금이 작가의 글에 박현민, 오승민, 이소영, 이명애, 서현 작가의 그림과 함께 다섯 갈래의 대답이 펼쳐진다. 다섯 작가가 각기 다른 상상으로 빚어낸 다채로운 세계가 겹겹이 쌓이며, 어린이책이 오래도록 품어온 질문과 그 의미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왜 책을 읽어야 해요?'라고 어린이가 묻는다면 이 책 자체가 대답이에요."라는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의 추천사처럼, <우리가 책을 펼치면>은 어린이와 책 사이를 가깝게 이어주는 통로가 된다. 어린이책을 읽고 쓰고 그리는 마음에 대하여. 어린이책의 본질을 다시 묻고 깊이 되새기게 하는 아름다운 책이다.

  • 생업(生業)
    은유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26년 5월 은유가 포착한 노동의 표정들

    노동의 이야기는 곧 삶의 이야기. 매일 하는 노동에 따라 일상적 고민의 종류와 방향이 달라진다. 다른 노동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흥미로운 이유는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내가 생각지 못한 삶의 고민과 관점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급식 노동자, 청년 농부, 타투이스트, 노동 운동가, 노동 변호사, 국어 교사 청소 노동자, 타투이스트, 유튜버, 배우... 은유의 이번 책에선 17명의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노동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급식 노동자 김규희 씨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위해 매일 1700인분의 밥을 짓는다. 우리밥연대 요리사 김주휘 씨는 자신의 사비를 헐어 투쟁 현장의 투사들에게 밥을 지어 먹이고 타투이스트 황도는 사람들의 몸에 그림을 그려 넣으며 사연을 나눈다. 평생 여러 노동을 거쳐 현재 청소 노동을 하고 있는 김덕경 씨는 인터뷰를 하기 얼마 전 처음으로 3박 4일이라는 "긴" 휴가를 내어 딸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이들의 목소리를 읽고 있자니 내 노동에만 갇혀 한껏 좁아졌던 마음에 새로운 이야기가 들어온다. 다른 노동을 알아야 겸허해진다. 다른 삶에서 오는 시야를 나누는 일이 모두의 삶을 낫게 만드는 혁명의 첫 단계다.

  • 정재승의 로봇 탐구 보고서 1 : 소셜 로봇 라보코, 학교에 가다
    정재은, 정재승 (지은이), 김현민 (그림) | 얘들아모여 | 2026년 5월 '소셜 로봇'을 통해 공감과 돌봄의 가치를 배우다

    어린이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시리즈에 이어 새로운 미래 보고서 <정재승의 로봇 탐구 보고서> 시리즈의 첫 권이 출간되었다. 공항 안내 로봇, 음식점 서빙 로봇 등 로봇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정재승 교수는 로봇 시대에 발맞춰 어린이들이 꼭 알고 생각해 보아야 할 인공지능과 로봇의 미래를 균형 있게 들려준다.

    이 책에서 '라보코'라는 이름의 소셜 로봇을 만난다. 라보코는 단순히 인간을 대신하는 기계를 넘어 사람의 말과 표정, 행동을 이해하고, 감정을 지니며 인간과 사회적 관계를 맺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실버홈에서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위로를 건네는 말벗이 된다. 규율보다 돕는 일에 더 힘을 쏟다가 직장을 잃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얻어 초등학교로 향한다.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로봇' 라보코의 새로운 시작은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라보코의 천진난만하고 다정한 모습은 독자들을 단숨에 매료시킨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중간중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정 박사의 비밀 노트'가 어우러져 탄탄한 초등 과학 책으로 완성된다.

  • 한 권의 재테크 수업
    수미숨(상의민) (지은이) | 서삼독 | 2026년 4월 오늘 수업, 결석하면 후회합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감사와 축하가 이어지는 만큼 지출 또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시기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어린이날 선물은 장난감이나 학용품이 중심이었지만, 요즘은 그 풍경이 확연히 달라졌다. 어느 부모는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고, 또 다른 부모는 주식 계좌를 열어 작은 금액이라도 꾸준히 쌓아간다. 선물의 형태가 '소비'에서 '미래'로 이동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이는 재테크가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선택이 아니라 일상 속 필수적인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현실은 여전히 팍팍하다.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에 밀려 재테크는 늘 '해야 할 일'로 남아 있을 뿐,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막연한 불안을 실효성 있는 확신으로 바꾸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가장 명확한 이정표가 된다. 사회 초년생의 기초 다지기부터 내 집 마련의 구체적인 프로세스, 그리고 노후의 자립을 좌우하는 현금흐름 설계까지,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금융 로드맵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의 미래를 챙기느라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는 멈춰버린 부모들에게, 이 책이 제안하는 현실적인 절세와 연금 전략은 더없이 실질적인 대안이 된다. '생각만 하는 재테크'에서 벗어나 내 가족의 경제적 독립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으로 나아가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수업을 권한다.

    봄은 해마다 오지만, 준비된 봄은 다르게 다가온다. 늦었다고 생각한 그날이, 사실은 가장 이른 시작이다.

5.82026
  • 백지 앞에서
    최은영 (지은이) | 문학동네 | 2026년 4월 글쓰기라는 어떤 구원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밝은 밤>의 작가 최은영이 등단 이후 첫 에세이를 펴낸다. <쇼코의 미소>를 대만의 한 호텔에 누워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그날이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떠오른다. 인간에 대한 타고난 관찰력과 애정이 작가가 가져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라면, 소설가 최은영의 심연에는 단정하고도 단단한, 사람에 대한 마음이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이 에세이를 통해 확실해졌다. 그가 고민하고, 성찰하고, 또 이제껏 가꿔온 내면의 이야기,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온전한 마음이 바로 이런 글들을 가능하게 했다고.

    무엇이나 누군가가 한 사람을 구원한다는 말을 쉽게 믿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최은영에게 글쓰기는 분명 스스로를 살리는 일이었을 것이다. 분노와 체념, 슬픔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 비로소 가라앉은 여과된 감정들이 지독할 만큼 섬세하게 이 책에 담겨 있다. 지극히 내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읽는 이를 깊숙이 글 속으로 끌어당긴다. 작가가 끝내 꺼내 보인 진심이 아주 오래도록 애틋하게 마음에 남을 것 같다.

  • 오늘은 축제야!
    지이수 (지은이) | 천개의바람 | 2026년 4월 늦어도, 넘어져도 괜찮아요.

    축제에서 춤을 추기로 한 토끼는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날 있을 축제를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밤새 춤 연습을 하다 늦잠을 자고, 서두르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기대했던 하루는 자꾸만 어긋난다. 펑펑 눈물을 쏟으며 주저앉은 토끼 곁에 거북이와 다람쥐, 비버가 다가온다. 클로버를 건네고, 산딸기를 나누고, 함께 뗏목을 만들어 강으로 향하는 친구들. 토끼는 여전히 “축제에 늦었어.”라며 마음을 놓지 못하지만, 친구들과 보내는 즐거운 시간 속에서 조금씩 웃음을 되찾는다.

    "우리가 날았어. 새처럼 슈웅!" 뗏목을 타고 폭포를 가르고, 신나게 물장구를 치고, 예쁜 꽃을 바라보는 순간들은 어느새 토끼의 하루를 새로운 빛으로 채워준다. 목적지에 닿지 못하면 모든 것이 실패처럼 느껴지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책이다. 늦어도 괜찮다고, 넘어져도 괜찮다고 다독이면서. 반딧불이 반짝이는 마지막 장에 이르면 우리는 자연스레 알게 된다. 축제는 멀리 있는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가장 평범한 지금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평범한 순간들이 모여 우리를 단단히 지탱해 준다는 것을.

  • 자연은 퀴어하다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 (지은이), 노승영 (옮긴이) | 에이도스 | 2026년 4월 퀴어 균류학자가 보는 자연의 풍요

    좋은 이야기는 그 세계에 관련한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하게 만든다. <세계 끝의 버섯>에서 불에 타 폐허가 된 땅에서 자라는 소나무와 송이버섯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이 개념에 촉수를 대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위대한"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지독한 분류와 정리 이면에 있었던 폭력을 봤을 때, 이 같은 과학의 결벽이 가리고 있는 다른 세계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내가 막연히 기다리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 들어 있었다. 퀴어 균류학자인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은 자기 내면의 혼돈을 민달팽이를 통해, 균류를 통해, 자연 속에 온통 혼재하는, 인간이 편리하게 정리해둔 개념을 넘어 실재하는 '존재'들을 통해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인간의 호오 기준에 의해 배척되었던 자연의 세계,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만을 이해하기 위해 쳐두었던 인식의 경계 너머의 세계에는 꽉 막힌 숨을 한순간 틔워주는 낯선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저자가 정의하는 자연의 퀴어함은 구획되지 않음, 분류되지 않음이다. 온통 얽히고 관계되고 벗어나고 전복적인 자연을 관찰해온 균류학자가 들려주는 , 낯설지만 오래 기다려온 이야기. 이 이야기는 존재와 존재 사이, 인간과 자연 사이를 연결하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 책을 읽고 팽창되는 가슴을 느끼는 이들끼리는 동료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세트] 어둠의 색조 1~2 세트 - 전2권
    크리스 휘타커 (지은이), 김해온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4월 <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신작

    미국의 작은 마을 몬타 클레어에 사는 열세 살 소년 패치는 날 때부터 외눈이었다. 그런 소년에게 어머니는 단검과 외눈 안대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고, 소년은 스스로 ‘해적의 피’를 물려받았다고 여겼다. 소년이 여느 때처럼 안대를 차고 친구 세인트와 만나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 어느 날, 우연히 같은 수업을 듣는 소녀 미스티 마이어가 낯선 남자에게 잡혀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소년은 벨트에 꽂혀있던 단검을 뽑아 들고 낯선 남자로부터 소녀를 구하지만,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어둠만이 가득한 미지의 공간에 감금된다. 형태도 거리도 윤곽도 알아볼 수 없는, 문이나 창문 가장자리나 틈으로 새어드는 빛도 전혀 없는 공간. 소년이 절망에 빠지려는 찰나, 그곳에 또 다른 소녀가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소녀의 이름은 그레이스. 소년이 어둠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도록 지켜준 구원자이자, 이후 어둠에서 벗어나 26년 동안 찾아 헤맬 이름이었다.

    <나의 작은 무법자>로 골드대거상을 수상한 크리스 휘타커의 신작. 천신만고 끝에 구조된 이후 어둠 속에서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던 자신의 구원자 그레이스를 찾기 위해 생의 모든 것을 바친 소년의 이야기가 900여 페이지 동안 숨 가쁘게 펼쳐진다. 작가는 전작 <나의 작은 무법자>가 “실수에 관한 이야기, 다시 일어나서 한 걸음씩 발을 내딛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어둠의 색조>는 더 나아가 살아내는 이야기, 무너진 삶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인간적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고 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패를 쥐고 태어났다는 외눈의 소년이 보여주는 순연한 사랑의 이야기.

5.122026
  • 우리가 사랑한 책
    김혜리 (지은이), 신형철, 김현우, 박정민, 이수지, 오혜진, 서보경, 장일호, 이원영 (인터뷰이) | 부기우기 | 2026년 5월 책과 대화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떠들고 싶어진다. 같이 호들갑 떨 사람을 찾고 싶어진다. 이 바람이 만족스럽게 마무리되는 경우는 잘 없다. 책에 대한 좋은 대화의 상대를 찾는 일은 우리 모두가 경험하여 알다시피 매우 어려운 일이고, 심지어 나 자신조차 딱히 마땅한 대화 상대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경우도 잦다. 좋은 이야기를 읽으며 발생한 생각거리들이 내 속에 창궐해 있는데 막상 입으로 나오는 언어가 줄줄이 빈약할 때 드는 낭패감, 대체로 아는 기분일 거다. 하지만 여전히 책에 대한 대화를 하고 싶으면 어째야 하나?

    그럴 때 이 책을 찾으면 좋겠다. 좋은 대화를 읽는 일은 좋은 대화를 하는 일에 버금가는 만족감을 준다. 김혜리라는 커다랗고 단단한 그릇이 든든히 받쳐주니 신형철, 김현우, 박정민, 이수지, 오혜진, 서보경, 장일호, 이원영 이 멋진 인터뷰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나" 싶은 감탄과 "나도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하는 공감을 오가며 이들의 대화를 읽는 동안 깊은 만족감이 차오른다.

    '김혜리의 조용한 생활'을 아껴 들은 이들에겐 손에 잡히는 물성으로 남는 애정의 기록이고, 아직 듣지 않은 이들에겐 담보된 좋은 대화에 뛰어들 기회다. 이들이 나눈 대화의 귀퉁이에 나의 마지네일리아를 남기며 3자 대화를 나누어도 좋겠고, 이 책에서 만난 대화의 맛을 몸에 간직한 채 나의 대화를 다시 시도해 봐도 좋겠다. 어쨌거나 이들의 대화의 끝에서 당신의 대화가 시작될 수 있길 바란다.

  • 누구나 오를 종목을 찾는 급등의 법칙
    이상민(수익맨) (지은이) | 북웨이브 | 2026년 5월 시장은 언제나 신호를 보낸다

    같은 뉴스를 보고도 누군가는 위기를 읽고, 누군가는 기회를 읽는다. 동물들의 이상 행동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흘려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이 지진이나 해일의 전조임을 알아채고 대피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듯이, 같은 정보를 마주하고도 그 안에 담긴 시그널을 읽어내는 능력은 결코 같지 않다. 이 책은 바로 그 '읽는 눈'을 갖추지 못해 늘 한발 늦었다고 느끼는 투자자들을 위한 책이다. 뉴스가 떴을 때 이미 늦었다고 포기하거나, 막연한 기대감으로 따라 샀다가 고점에서 물려본 경험이 있다면, 이 책은 그 패턴이 왜 반복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납득하게 해줄 것이다.

    주식 투자를 시작했지만 기업 분석은 너무 어렵고, 차트는 볼수록 헷갈리고, 그렇다고 남의 추천 종목만 따라가자니 불안한 투자자라면 이 책이 특히 유용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거창한 재무 지식이나 복잡한 기술적 분석 대신, 큰돈이 어디서 왜 움직이는지를 파악하는 관점 자체를 바꿔준다. 글로벌 이벤트가 어떻게 수급을 만들어내고, 그 수급이 어떻게 주가에 흔적을 남기는지를 실제 종목 사례를 통해 따라가다 보면, 시장을 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급등의 법칙을 공식처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언어를 읽는 감각을 익히는 것이 이 책이 독자에게 건네는 가장 값진 선물이다.

  • 열두 달의 정원
    백지혜 (지은이) | 창비 | 2026년 4월 한국화가 백지혜의 아름다운 병풍 그림책

    봄이다. 제비꽃이 고개를 빼꼼 내민다.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며 반가운 봄의 소식을 전한다. 모란과 등꽃, 작약이 흐드러지며 봄이 무르익는다. 푸른 붓꽃과 수국이 계절에 청량한 생기를 더해가고, 강렬한 햇볕을 닮은 봉선화와 능소화가 여름 한가운데를 수놓는다. 선선한 바람이 불며 잎사귀들이 붉게 물들 무렵이면 코스모스와 국화가 만개해 가을을 풍성히 채운다. 고요한 겨울의 날들에는 앙증맞은 남천 열매 위로 눈이 소복이 내려앉고, 새빨간 동백은 차가운 계절 속에서도 선연히 빛을 발한다.

    전작 <꽃이 핀다>, <노랑나비랑 나랑>, <밭의 노래>로 우리 산과 들에서 자라는 식물들의 아름다운 색을 그림책에 담아온 한국화가 백지혜의 신작. <열두 달의 정원>은 이십여 년간 전통 채색화의 길을 걸어온 작가가 오랫동안 집 앞 마당에 작은 정원을 가꾸며 바라본 우리 꽃들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봄에서 여름, 가을과 겨울을 지나 다시 봄에 이르기까지. 열두 달의 시간을 하나의 화폭처럼 펼쳐 보이기 위해, 우리 옛 두루마리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병풍처럼 이어지는 아코디언 북 형태로 완성했다. 펼칠수록 이어지는 아름다운 계절의 풍경 속에서,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언제든 다시 돌아와 머물고 싶은 작은 정원"이 되어 준다.

  • 비밀의 책
    안나 마촐라 (지은이), 유소영 (옮긴이)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4월 2025 골드대거상 수상작

    1659년 이탈리아 로마. 과학적 사고와 기술이 발전하고 문화와 예술을 눈부시게 꽃피운 르네상스의 중심을 휩쓸던 전염병의 기세가 꺾인 자리에 수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사망 후에도 부패하지 않고 마치 산 사람처럼 혈색을 유지하는 기이한 죽음들. 출세를 열망하는 젊은 수사 판사 스테파노는 교황청의 밀명을 받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추적 끝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무색무취의 독약과, 이 독약으로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들의 해방을 돕던 비밀 조직을 마주한다. 살인은 절대적 죄악이라는 법의 원칙과 죽임당하지 않기 위해 독을 든 약자들의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스테파노. 그의 정의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아내를 학대한 남자들 그리고 남편을 독살한 여자들의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17세기 로마를 뒤흔든 실화 ‘지로니마 스파나 사건’을 바탕으로 탄생한 역사 스릴러. 2025년 영국추리작가협회 최고상인 골드대거상을 받았다. 소설은 역사가 단지 ‘악녀’로만 기록했던 여성들의 목소리에 생명을 불어넣어 복원하고, 여자를 소모품처럼 대하는 당대의 분위기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끼던 남성을 등장시켜 그 내면에서 냉철한 수사관의 시선과 인간적인 연민이 충돌하게 함으로써 심리적 서스펜스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 긴장감의 끝에 소설은 묻는다. ‘죽임당하지 않기 위해 범죄자가 된 약자들을 법은 과연 심판할 수 있는가?’

5.152026
  • 영화에 관하여
    수전 손택 (지은이), 홍한별 (옮긴이) | 윌북 | 2026년 5월 수전 손택 국내 초역 에세이

    윌북의 수전 손택 더 텍스트 시리즈 세 번째 책. 총 다섯 권으로 예정되어 있는 시리즈의 절반까지 왔다. 이제 손택 펀딩이 열리면 고민 없이 믿고 따라오는 독자들이 보인다. 덕분에 이 책 또한 1200% 이상 달성하며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은 손택이 쓴 영화에 관한 글과 인터뷰들을 모은 것이다. 손택은 거의 매일 영화를 보러 영화관을 찾는 시네필이었다. 그는 "영화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나쁜 점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 사랑을 바탕으로 쓴,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존중과 경이가 이 책에 들어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 것이다. 시네필은 연결되는 느낌으로 더 의미 있어지니까...

  • 유물멍 :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것들
    국립중앙박물관 「유물멍 원고 공모전」 필진 (지은이) | 더베이스 | 2026년 5월 국립중앙박물관의 사랑스러운 유물들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멍>이 알라딘 북펀드를 통해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번 '애착 유물 편'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기증품 5만여 점 가운데 관람객과 큐레이터가 저마다 마음을 끄는 단 하나의 유물을 선정해 애정 어린 시선을 보탠 325점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동통하고 앙증맞은 개구리 연적부터, 불덩이를 얹고도 껄껄 웃는 도깨비 풍로, 짙은 눈썹에 뚱한 것이 어딘가 동생을 닮은 듯한 백자 좌상, 무슨 고민이든 상담해 줄 것 같은 석인상까지.

    어떤 이는 익살스러운 모습에 폭소를 터뜨리고, 어떤 이는 오래전 누군가의 곁에서 소중히 쓰이다 남은 시간의 흔적을 발견한다. 이름난 보물이나 거대한 문화재보다 오래 눈길이 머물게 되는 것은 누군가의 일상 속에서 오랫동안 함께한 물건들인지도 모른다. 그 물건에 마음을 빼앗긴 이들의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유물은 유리 진열장 속 과거의 전시품이 아니라 생기를 띄는 다정한 존재로 다가온다. 그렇게 이 책은 박물관을 가까이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 풀꽃선생님의 뻔한 표현 탈출 사전
    김수은 (지은이), 신단고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5월 글쓰기가 어려운 어린이를 위한 책

    '글 잘 쓰는 비법'을 단숨에 알려주는 책을 기대한다면, 이 책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쓰기가 막막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늘 비슷한 표현만 반복하게 되는 어린이라면 기꺼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학교에서 매일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풀꽃선생님'이 글쓰기 앞에서 주저하는 아이들을 위해 나섰다. 이번 신간에서는 뻔하고 단조로운 표현에서 벗어나, 보다 생생하고 풍부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쉽고 친근한 방식으로 들려준다.

    이 책은 '재미있다', '기쁘다', '좋다', '귀엽다', '조용하다', '맛있다'처럼 누구나 쉽게 쓰는 표현들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만 보면 '너무 쉬운 것 아닌가?' 싶지만, 한 장 한 장 읽어 가다 보면 하나의 표현이 저자의 가이드를 통해 얼마나 다채롭게 확장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상황을 생생하게 담아낸 귀여운 그림과 함께, 표현 활용하기, 인용하기, 묘사하기, 빗대어 말하기는 물론 의성어·의태어와 숫자 표현, 글쓰기 태도까지 폭넓게 다룬다. 눈으로 익히고, 감각하고, 상상하고, 표현하고, 직접 써 보는 전 과정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알차고 유익한 책이다.

  • 우리 세희
    조해진 (지은이) | 현대문학 | 2026년 5월 <빛과 멜로디> 조해진의 역사-소설

    <빛과 멜로디>,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의 역사-소설. 역사가 치고 지나간 사람들이 살아낸 삶의 곡절을 소설의 방식으로 기록하고 기억해 이어나간다.

    일본계 영국인 예술가 ‘제이비 류’ 취재차 도착한 런던에서 '연주'는 '선생님'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죽음을 생각한다. 선생님은 죽은 연주의 엄마, 오세희와 같은 '자이니치'로 '연주'에겐 세희와 연주를 떠난 아버지보다 더 가족 같은 존재다.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으로 이주한 세희는 선생님의 이야기 속 박력있는 여학생과 다른, 차별에 익숙해진 주부였다. '자이니치'로서 재일한인들이 살던 이쿠노구에 거주하던 그 시절의 엄마를 연주는 알지 못한다. 그의 찬란함과 고통에 다가가기 위해 연주는 세희와 같은 사람들의 삶을 기억하고 기록하고자 한다.

    1942년의 오사카, 1948년의 제주, 1969년의 오사카를 기억하며 조해진의 소설은 몸을 물려받는다는 것, 기억을 물려받는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존 인물 서경식 작가, 양영희 감독의 저작. 소설 <파친코>의 묘사 등이 있기에 우리는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의 목록에 한 권이 더 놓인다. 작은 개인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다시 역사가 될 것이다.

5.192026
  • 일리아스 좋아하세요?
    하길(석민주), 이준석 (지은이) | 창비 | 2026년 5월 그 겨울 광장에서 시작된 이야기

    지난 겨울의 광장엔 많은 만남들이 있었다. 청년 여성과 농민, 성소수자와 노조원들... 서로를 감동케 한 이 알아봄과 연대의 와중엔 눈에 띄는 재미난 개별의 만남 또한 있었으니, 바로 일리아스 덕후가 서양 고전 교수에게 발견된 건이었다. 이들의 만남은 즉시 SNS 상에서 화제가 되었고, 이 이야기가 발단이 되어 일리아스 덕후는 자신이 덕질한 <일리아스>의 번역자인 이준석 교수와도 연이 닿는 성덕이 되는데...

    이 책은 바로 그렇게 서로를 알게 된 덕후 하길과 이준석 교수가 인연을 이어가며 함께 만든 작업물이다. 책엔 일리아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 겨울 광장에서 이들이 생각하고 느낀 것들, 역사의 이야기, 정치에 대한 생각이 모두 들었다. 그 겨울의 생생한 분노와 감동, 우연과 인연, 투쟁과 연대, 그리고 이 사이에 흐르는 일리아스의 이야기가 책장을 쉼 없이 넘기게 만든다.

    12월 3일 계엄 직후 국회로 뛰쳐나간 하길과 남태령의 아스팔트에 분필로 무지개를 그리던 이준석 교수. 서로를 만난 뒤 한 사람은 일리아스에서 뻗어나가 희랍 고전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또 한 사람은 배움이 소외된 대학에서 느끼던 자괴감을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광장의 만남을 통해 털어내게 되었다. 좋은 만남은 서로를 변화시킨다. 이 변화의 에너지에 독자들 또한 닿을 수 있을 것이다.

  • 염승환의 ETF 완전 정복
    염승환 (지은이)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5월 투자는 어렵지만, 그냥 있기엔 두렵다

    주식 투자를 요리에 비유한다면, 개별 종목 투자는 직접 재료를 골라 요리하는 것과 같다. 신선한 재료를 눈으로 확인하고, 불 세기를 조절하며, 간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탁월한 솜씨가 발휘되면 더없이 훌륭한 요리가 탄생한다. 하지만 그 솜씨를 갖추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실패가 필요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반면 ETF는 이미 검증된 셰프들이 엄선한 재료로 만든 정식 코스다. 혼자 모든 걸 해낼 필요 없이, 시장이라는 주방이 알아서 돌아간다. 전 세계 펀드매니저의 80% 이상이 10년 누적으로 시장 평균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은, 요리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장이라는 주방 자체가 그만큼 까다롭다는 방증이다. 본업이 따로 있는 우리에게는 직접 요리에 도전하는 시간보다, 그 시간을 본업에 쏟아 더 좋은 재료를 살 돈을 버는 편이 훨씬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뉴스에서는 연일 시장 이야기가 쏟아지고, 주변에서는 ETF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내지만 정작 스스로는 어디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는 안정적으로 돈을 모으고 싶고, 누군가는 노후를 준비하고 싶으며, 또 누군가는 적은 금액으로라도 장기적인 자산 관리의 첫발을 내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보가 너무 많아질수록 오히려 기준은 흐려진다. 이 책은 그런 독자들에게 복잡한 시장의 언어보다 '지속 가능한 투자 습관'을 먼저 생각하게 만든다. 빠르게 돈을 버는 방법보다 오래 흔들리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될 책이다.

  • 죽은나무숲의 죽다 만 여우
    오브리 하트먼 (지은이), 마르친 미노르 (그림), 황세림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만난 두 존재의 기묘한 모험

    삶과 죽음의 경계인 '죽은나무숲'에서 떠도는 영혼을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죽다 만 여우 '클레어'. 어느 날, 그에게 오지랖 넓고 말 많은 오소리 영혼 '생강촉새'가 찾아온다. 다른 영혼들처럼 사후 세계로 보내지만, 번번이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생강촉새와 얽히게 되면서 둘의 기묘한 모험이 시작된다.

    클레어는 "만성절 전야에 죽은나무숲에 있는 자는 영영 사라지리라."라고 예언한 고사리빛숲의 들꿩 '헤스터파울'을 만난 뒤부터 기이한 일들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생강촉새의 숨겨진 정체를 알게 될 뿐 아니라, 자신의 끔찍한 죽음 뒤에 감춰진 진실과도 마주하게 된다.

    2026 뉴베리 아너 수상작인 이 작품은 삶과 죽음, 믿음과 배신,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세계를 배경으로, 고독한 여우와 다정한 오소리가 만들어 가는 놀랍도록 유쾌하면서도 뭉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건들이 연이어 펼쳐지며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선사하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지는 반전은 350쪽이 넘는 이야기를 단숨에 읽게 만든다.

  • 꽃 피는 시절
    양솽쯔 (지은이), 문현선 (옮긴이) | 마티스블루 | 2026년 5월 2026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자 양솽쯔 첫 번째 장편소설

    타이중 고등여학교 학생 양쉐니, 쉐쯔의 별명은 ‘교장선생님’이다. 한 올 흐트러짐 없는 복장, 규율을 어기지 않는 말과 태도, 완벽한 발음의 ‘국어(일본어)’ 구사 실력에 더해 쇼와 9년(1934년)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고등여학교의 교장이 여자가 아니라니!”라고 내뱉은 뒤로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 일본제국 정부가 내세운 여성 교육의 목적은 우수한 일본 여성을 길러내는 일이었지만, 쉐쯔는 황국의 우수한 여성이 되겠다는 뜻을 세운 적이 없었다. 고등여학교에서 공부하게 된 것은 내지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기 때문이고, 대학에 가려는 이유는 양씨 가문의 모든 세대가 앞으로 닥쳐올 재난을 무사히 헤쳐 나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태평양전쟁, 2·28 사변, 백색테러, 1949년 5월부터 1987년 7월까지 38년여 동안 이어질 계엄 통치. 쉐쯔는 앞으로 일어날 환난을 알고 있었다. 양쉐니, 쉐쯔는 21세기에서 1920년대 타이중의 대저택 지여당으로 타임슬립한 양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2024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202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타이완 소설가 양솽쯔의 첫 번째 장편 소설. ‘타이완 사람이 역사소설을 쓴다면 어느 시대를 써야 할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작가의 첫 역사소설로, 2017년 출간 이후 타이완에서 두 차례 개정을 거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양씨 가문의 철없는 막내딸에서 지여당의 기둥으로 자라가는 쉐쯔의 성장, 타임슬립으로 떨어진 낯선 세계에 닻을 내릴 수 있게 해준 샤오짜오와의 애틋한 우정, 그리고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과 차별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여성들의 모습이 소설 곳곳에서 발견된다. 작가는 이 소설을 “소녀와 소녀가 각별한 벗이 되어 서로를 격려하고 함께 성장하는 여성의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100년 전 타이완 소녀들이 꿈꾸고 연대하며 고군분투했던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1938년이 <1938 타이완 여행기>에서 아오야마 치즈코와 왕첸허가 처음 만나는 그해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5.222026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팀 하포드 (지은이), 윤영삼 (옮긴이) | 윌마 | 2026년 5월 혼돈과 불완전함이 만들어내는 것들

    세계는 점차 결점 없는 매끄러운 상태로 나아가려는 것 같다. AI 활용의 최종적 목적은 인간의 실수와 비효율을 없애고 완전한 질서와 시스템을 확보하여 이상적 생산성을 달성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이 거대한 흐름에 우리 모두가 등 떠밀려 가고 있다. 더러는 표백의 세계로 신나게 뛰어가지만 일부는 불쾌함과 찝찝한 마음을 안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무겁게 옮긴다. 이게 맞나? 이래선 안 될 것 같은데... 아직 명확하게 언어로 옮기진 못하지만 어떤 예지성 불길함을 느끼는 이들이 분명 있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명쾌한 언어를 선사한다. 저자 팀 하포드는 책에서 '이래선 안 될 것 같은데...'의 이유 중 중요한 한 축을 설명한다. 완전하게 정돈된 질서가 가지는 위험과 편협함에 대하여.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정리된 환경에서 인간은 작은 실수들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업무 환경을 장악할 기회를 놓친다. 그 결과는? 기계가 오작동을 하거나 고장 나는 순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숙련된 작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작은 실수를 소거한 무균적 환경은 큰 사고를 막을 전문가를 양성해 내지 못한다.

    사고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책은 창의력과 집중력에 관한 이야기로도 나아간다. 최고의 예술은 모든 잡음이 제거된 완벽한 환경에서 탄생하지 않는다. 제한적 환경, 뒤섞인 혼돈 상황, 산만함 속에서만 발현되는 창조성이 있다. 혹여나 있을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미리 말하자면, 책은 무질서만이 답이라고 주장하진 않는다. 다만 모두가 표백된 질서의 세계로 홀린 듯이 나아가는 흐름 속에서 '잠깐만요, 혼돈과 불완전함의 가치를 잊고 계신 것 같은데요.'라며 우리가 간과한 세상의 이치를 짚어준다. 고민 없이 빠르게 나아가기만 하는 세계의 흐름에 제동을 거는 책.

  •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어
    여서윤 (지은이) | 사계절 | 2026년 5월 제6회 사계절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송이송이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개구리가 "하~암" 하품을 하며 기나긴 겨울잠을 잘 준비를 한다. 깊은 잠에 빠져 꿈나라를 탐험하는 개구리의 곁에 오리가 피리를 물고 다가온다.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어!"라고 속삭이며. 오리의 연주에 이어, 고양이가 물감과 도화지를 가져와 개구리를 위한 그림을 그려주고, 부엉이는 재미나게 읽은 이야기를 읽어준다. 코끼리는 개구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묘기를 선보이고, 나무늘보는 꾹꾹 눌러쓴 편지를 품에 안고 온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날, 외롭지 않도록 함께해 주고 싶은 친구들의 마음. 하나둘 전해지는 다정한 마음이 개구리의 꿈속으로 스며들어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차가운 계절은 포근한 온기로 덥혀진다. 마침내 찾아올 봄날, 개구리는 친구들과 얼마나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될까. "무해한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이토록 천천히 스미듯이 다가올 수 있을까."라는 심사평과 함께 제6회 사계절그림책상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 산곡미풍
    위화 (지은이), 백도라지 (옮긴이) | 푸른숲 | 2026년 5월 세계적인 작가가 건네는 가장 보통의 위로

    <인생> <허삼관 매혈기> 등을 통해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위화가 아들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그리고 작가로 살아온 삶에 대한 소회를 담담하게 기록한 산문집이 출간됐다. 이번 책에서는 작가로서의 면모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추려 담았고, 그 보편적이고도 단순한 서사 속에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녹아 있어 코끝이 찡해지는 순간이 많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위화 특유의 담담한 문장이다. 유년 시절의 가난과 외로움,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비로소 알게 된 기쁨과 불안, 나이가 들수록 선명해지는 상실의 감각까지 담백한 문장으로 풀어내는데, 특유의 유머와 따뜻한 시선 덕분에 삶의 비애마저도 이상하리만치 다정하게 읽힌다. 거창한 깨달음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오늘을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조용히 되묻게 만드는 깊은 여운의 산문집이다.

  • 최소한의 세계사
    이다지 (지은이) | 프런트페이지 | 2026년 5월 역사 강사 이다지의 세계사 핵심 총정리

    역사를 처음 공부하고자 할 때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여럿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 역시 방대한 분량을 들 수 있다. 넓은 지리적 범위와 장구한 시간 속에서 다양한 인물과 집단이 서로 얽혀 추동한 무수한 사건과 그 이면의 여러 배경 사이에서 우리는 길을 잃기 쉽다. 10년 연속 세계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역사 강사 이다지의 첫 번째 세계사 개설서인 이 책은, 길을 잃은 독자를 위한 길잡이가 되기를 자처한다.

    책은 고대 문명의 탄생부터 현대의 국제 정세까지, 교양 수준에서의 세계사 핵심 장면을 선별하여 어렵거나 지엽적인 이야기는 과감히 덜어내고 주요 인물과 사건이 어떻게 연결되어 오늘의 세계로 이어졌는지 명쾌하게 정리한다. 낯선 인물과 복잡한 사건 사이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친절한 서술은 세계사 공부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어준다. 오랜 기간 학생을 상대로 강의를 이어온 저자의 이력에 걸맞은, 세계사를 처음 공부하는 독자의 눈높이에 알맞은 세계사 공부의 마중물이 되어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