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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2021
  • 식물과 나
    이소영 (지은이) | 글항아리 | 2021년 7월 "<식물 산책> 이소영, 식물과 함께하는 나의 이야기"

    사계절 식물의 생태를 세심하게 관찰하여 세밀화로 기록하는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이 <식물 산책> <식물의 책> 이후 새로운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는다. 식물을 그리기 전에도 늘 식물과 함께였다는 저자에게 식물은 관찰과 기록의 대상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다. 그래서 식물을 들여다볼수록 그 곁에 선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성찰하게 된다고 한다. 일로든 일상으로든 삶의 순간순간마다 곁에 있어준 다양한 식물과 자신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풀어놓는다.

    식물세밀화는 짧으면 1년, 길면 10년 이상 걸리는 호흡이 긴 작업이다. 꽃과 만나는 순간, 식물이 만개한 모습을 포착하는 행운은 쉽게 오지 않는다. 식물이 늘 같은 자리에 있더라도 자연의 시간을 예측하기 어려워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절정의 순간을 만나게 되거나, 인간의 훼손에 의해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도 생긴다. 저자는 변화무쌍한 자연 속에서 땅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고 묵묵히 살아 숨쉬는 작고 큰 각종 식물과 함께해온 '나'에 관한 이야기와 더불어, 그 시간에서 길어 올린 삶의 의미와 지혜들을 아낌없이 들려준다.

  • 열대
    모리미 토미히코 (지은이), 권영주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7월 "수수께끼의 책에서 시작된 기이한 모험기"

    신작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 '모리미'는 <천일야화> 읽기에 푹 빠져 있다. 그 강렬한 흡인력과 신묘함에 감탄하던 찰나, 언젠가 어린 시절에 이런 느낌이 드는 책을 또 만났었다는 기시감과 함께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구입한 그 책의 이름이 <열대>였다는 것과, 아껴 읽다 침대 머리맡에 두었던 책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도. 어떻게든 <열대>를 끝까지 읽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도서관과 헌책방을 돌며 찾아 헤맸지만, 책은 공식 출간 기록도 없는데다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린 상태다.

    시간이 흐르고, 우연히 참여하게 된 한 독서모임에서 모리미는 한 회원이 <열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눈을 의심한다. 다짜고짜 책을 빌려줄 수 없냐고 말을 건 모리미에게 그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없다"는 묘한 대답을 하고, 그가 책을 손에 넣게 된 경위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독자들은 끝없는 이야기의 심연 속으로 초대되는데… 소설은 실명의 작가가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처럼 생생한 문체로 이내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들을 마트료시카처럼 펼쳐놓는다. 수수께끼의 책에서 시작된 기이하고도 환상적인 모험기.

  • 트러블과 함께하기
    도나 해러웨이 (지은이), 최유미 (옮긴이) | 마농지 | 2021년 7월 "도나 해러웨이, 새로운 관계를 발명하기"

    망가져가는 지구의 문제를 뿌리뽑는 것은 가능할까. 불가능하다면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오직 좌절뿐인가. 해러웨이는 완전한 희망과 절망, 그 사이의 선택지를 집어낸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그대로 대면하고 즉각적인 응답을 하는 것. 트러블과 함께 살아가기.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해러웨이는 "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여기서 친척은 기존의 혈통 개념과는 다르다. 그는 인간 종을 넘어, 위기의 생물종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으로서의 관계를 친척으로 명명한다. 깔끔하고 아름답기만 한 관계는 아니다. 만사형통의 해결책이 아닌 트러블과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트러블을 낀, 종을 넘는 공-산. 자본세와 쑬루세 앞의 급진적 처방이다. 사고를 전복하여 세계의 지속성을 이어가기, 해러웨이의 강력한 선언이 한국에도 도달했다.

  •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은이), 이지수 (옮긴이) | 바다출판사 | 2021년 7월 "고레에다 히로카즈, 창작자로서의 단단한 생각들"

    감독으로서뿐 아니라, < 걷는 듯 천천히> <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을 통해 작가로서도 국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번 책은 일본어 원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감독이 2,000년대 초반부터 본인의 홈페이지에 남긴 글을 눈여겨봐온 편집자가 책 출간을 제안했고, 감독이 흔쾌히 승낙하여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은 원래 출판할 목적으로 쓰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을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라는 단일의 주제를 넘어 일본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창작자로서 품고 있는 본연의 생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여러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소신 있는 발언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상대의 언어로 말하려는 것', '상대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것', '폭력적인 행위에 계속 반대하는 것', '우리의 것과는 다른 세계상을 상상하고 인정하는 것', '작은 이야기를 계속 내놓는 것'. 엄중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유연한 태도와 단단한 메시지가 영화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그가 어떤 유의미한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기대해본다.

8.62021
  • 언다잉
    앤 보이어 (지은이), 양미래 (옮긴이) | 플레이타임 | 2021년 7월 "2020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

    시인 앤 보이어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서부터 쓴 글이다. 이 설명에서 어떤 정서와 이미지가 짐작될 텐데, 감히 모두 넣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앤 보이어는, 말하자면 이 사회가 싫어할 여자이자 환자다. 고분고분하지 않고 지적이며 자신 앞에 닥친 현실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투병기를 아름답거나 멋지게 극화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진실을 좇는다. 형식과 내용을 모두 활용하여.

    보이어는 유방암의 투병 과정과 그 길에서 마주한 자본주의의 비인격적 잔혹함, 세상의 비정함을 직시하고 고발한다. 유방암이라는 단어에 붙은 이미지와 맥락들을 모두 거부하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그가 끌어낸 새로운 형식의 글은 불안한 동시에 안정감을 준다. 그의 고통이 낱낱이 전달되어 불안하고, 내용과 형식이 일치된 진실에 가까운 글이기에 안정적이다. 보이어는 "현시대에 주어진 과제는 침묵을 뚫고 입을 여는 것이 아니라, 툭하면 우리 삶의 이야기를 묵살해버리는 소음에 맞서 저항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유방암을 둘러싼 핑크투성이의 백색소음을 예리하게 찢고 나오는 목소리다.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 다시 첫 장을 시작하게하는 책이다.

  •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지은이) | 위고 | 2021년 8월 "정혜윤, 슬픈 세상에 들려주는 위로의 이야기"

    정혜윤 작가는 슬픈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책을 시작한다. 작가의 질문에 과연 나는, 그리고 당신은 무엇이라고 답할 수 있을까. 작가는 <슬픈 세상의 기쁜 말>에서 책 바깥의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도의 한 도시에서 만난 어부, 일흔여덟 살에 글자를 배운 할머니, '빠삐용' 아들과 늘 함께 다니는 아버지,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 세월호 유족, 시장 야채장수 언니, 9.11테러 생존자, 콜럼바인 총기 사건 희생자... 작가가 만난 사람들은 소박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부터 아주 슬픈 일을 겪은 사람까지 다양하다. 작가는 그들이 들려준 각자의 삶에서 길어 올린 '단어'와 마음에 품고 있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가만히 건넨다. 그리고, 단어와 이야기에 현실을 바꾸고 미래를 열어주는 힘이 있다고 믿는 작가는 우리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지은이), 이민아 (옮긴이), 박한선 (감수) | 디플롯 | 2021년 7월 "다정함은 인류 진화의 열쇠"

    습관이라, 재미로, 단지 마음에 안 들어서, 이기기 위해, 내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혐오가 일상이다. 버석버석 말라가는 인간을 향한 애정에 이 책은 긴급 처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두 명의 진화 인류학자가 밝힌 인류 진화의 비밀, 우리 피에는 다정함이 있다. 여러 초기 인류 종 중에 호모 사피엔스가 현재의 인간이 된 이유를, 두 진화 인류학자는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에서 찾는다. 타인의 눈을 마주치고 손짓 발짓을 이해하며 협력을 함으로써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책은 친화력의 외적 징후에 대한 실험과 인류의 화석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해 이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한다.

    우리의 근원이 다정함에 있는데 현 세계는 왜 증오와 혐오로 뒤덮였을까. 책은 공격성과 혐오에 대한 설명까지 이어간다. 자신의 내집단에 위협이 되는 외집단이 등장하면 우리 뇌에서 타인의 마음을 읽는 부위의 활동이 둔화된다고 한다. 서로를 비인간화하기 시작한다. 좁아드는 내집단과 늘어나는 혐오스러운 존재들, 이 상황이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익숙해지면 다정함을 담당하는 뇌 부위는 기능을 상실할지도 모르겠다. 뒤얽힌 각자의 도덕, 시니컬 중독, 배려로 포장된 무관심... 혐오의 블랙홀 같은 작금의 시대에 의외로 이 한 문장만 정확히 기억한다면 우리는 답을 찾아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다정한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 내 따스한 유령들
    김선우 (지은이) | 창비 | 2021년 8월 "마스크에 쓴 김선우의 시"

    김선우의 시를 보려면 그의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죄 없이 죽어가는 동물과, 이유를 모른 채 죽어간 사람들에게 공감하며 일상의 혁명을 꿈꾸던 시인의 뜨거운 목소리.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2012)에서 시인은 살처분당하는 소와 돼지를 보며 "병들지 않았는데 왜 내가 죽어야 해요? 왜 함께 죽여야 해요?"(<얼음놀이>)라고 썼다. 시대는 더 나빠져서, 2021년 출간한 시집에 이제 시인은 이렇게 쓴다. "2019년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가 2000마리..............." (<울어주는 일, 시를 쓰는 일>)

    <녹턴> 이후 5년 만의 시집. 루이스 세뿔베다가 코로나19로 사망했고, 시인은 "쇳조각 하나를 들고 돌 앞으로 가는 당신으로 보았어요"(<마스크에 쓴 시 5>)라고 마스크에 시를 쓴다. 시인은 등단 25년을 맞았고, 그간 몸이 아팠고, 고향에서 요양을 하며 회복하고 있다. 방종과 교만으로 가득한 인류의 지금이 계속될 수 있을까? 시인은 함께 아파하고 더 작아지며 겸허하게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돌아본다. '내가 티끌 한 점인 걸' (<티끌이 티끌에게>) 아는 사람의 시. '어쩔 수없이 빌린 것'이 실은 '함부로 빼앗은 것'(<마스크에 쓴 시 13>)임을 아는 사람의 시. 날카롭고 절망적이면서도 겸허하고 목가적이다. '지천명'을 맞은 시인의 지혜와 함께 우리가 밟고 선 땅을 돌아본다.

8.102021
  • 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은이) | 문학동네 | 2021년 8월 "이 이야기가 당신을 선택할 것이다"

    안진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니꼴라 유치원>이라는 소설을 쓰고 있는 소설가가 있다. 소설가의 고향인 전주를 모델로 한 도시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소설가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대답한다. 실존인물 '강화길'과 분리가 쉽지 않은 소설가 '나'는 '원한과 증오, 악의로 들끓는 이야기'(17쪽)를 쓰길 원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는 단 한 줄도 쓸 수가 없다. 악의에 찬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것이다. 너는 아무 것도 아니야. (20쪽), 너도 어디 한번 당해봐 (47쪽),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거야. (54쪽) '쓰는 여자'는 그 목소리를 향한 강한 반감을 품는다.

    자신의 소설 <니꼴라 유치원>의 풍경이 실존하는 인천의 호텔 '대불호텔'과 비슷하다는 진의 말에 '나'는 인천으로 향하는 1호선 전철을 탄다. "중요한 건 나의 원한이다. 이걸 돌려주는 일이다." (65쪽)라고 곱씹으며. 그러다 나는 폐허 속, 호텔 터 한가운데에 서있는 녹색 재킷을 입은 여자를 홀로 목격한다. 그렇게 '나'는 원한의 액자 속으로 진입한다.

    "1955년 대불호텔에서 여자 한 명이 죽었대." (69쪽) '장화 홍련'의 이야기처럼, 여자가 죽고 원한을 품은 이야기는 구전되어 계속 전해진다. 이제 원한과 악의에 매혹되어 대불호텔을 찾은 네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액자 안에서 펼쳐진다. 한국전쟁 직후의 혼란을 배경으로 '대불호텔'의 악의에 점령된 사람들. 셜리 잭슨의 소설 <힐 하우스의 유령>의 오마주임을 이 소설의 제목은 숨기지 않는다. 이렇듯 수많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이미지가 스쳐 지나가고, 우리는 강화길의 '고딕 호러 소설'의 세계가 선택한 독자가 된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 문용 옹주를 참칭한 여자. 자신이 진짜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하며 나타났던 이들과 그들을 둘러싼 음모론자들. 어떤 버전의 이야기가 진짜일까? 생각해보면 소설 역시 거대한 '가짜'가 아니던가. 어떤 진짜를 믿을 것인가. 미혹되는 순간 "이 이야기가 당신을 선택할 것이다."

  • 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양윤옥 (옮긴이) | 현대문학 | 2021년 8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데뷔 35주년 기념작"

    도쿄 해안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 안에서 사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정의로운 국선 변호인으로 명망 높던 변호사다. 그에게 원한을 품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는 주위 사람들의 증언에 수사는 난항에 빠지지만, 한 남자의 갑작스러운 자백에 사건은 순식간에 종결된다. 그러나 남자는 이어 33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금융업자 살해 사건’의 진범도 자신이라고 밝히며 경찰을 충격에 빠뜨리는데…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그 사건 당시 체포되었던 용의자는 결백을 증명하고자 유치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사체 첫 발견자였던 진범은 어째서 용의 선상에서 제외되었으며, 오랫동안 함구해온 죄를 갑자기 털어놓은 것일까. 그 이름으로 하나의 장르가 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작가 데뷔 35주년을 맞아 자신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사회파 추리소설로 돌아왔다. “앞으로의 목표는 이 작품을 뛰어넘는 것입니다.”라는 작가의 말과 “다른 어떤 작품보다 번역의 보람을 진하게 느꼈다."는 양윤옥 역자의 추천사가 빛나는 소설.

  •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은이), 변지영 (옮긴이),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8월 "정재승 감수 및 강력 추천!"

    우리가 어째서 우리인지, 감정과 인지와 행동의 작동 기제가 무엇인지 많이들 궁금해하며 사나보다. 뇌과학 도서들이 꾸준히 인기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뇌과학 분야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흥미로운 사례 위주의 책이나 필요에 따른 뇌의 기능을 설명하는 도서에 앞서 이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리사 펠드먼 베럿이 간결하고 정확하게 우리 뇌에 관한 총체적 진실을 설명한다. 뇌의 작동 방식에 대한 학계의 최신 업데이트를 머릿속에 넣어두면 이후 다른 책을 읽을 때도 오해를 줄인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배럿은 뇌에 대한 해묵은 선입견을 짚으며 책을 연다. 뇌는 생각을 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뇌가 "신체 안팎의 조건들을 예측하면서 생존을 위해 신체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 전제 위에서야 왜 우리가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에 먼저 예측하여 반응하는지, 스트레스가 되는 말을 들었을 때 실제로 신체에 해를 입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뇌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한 글은 인간사와 사회 이슈에까지 확장된다. 각 장을 맺는말들은 대체로 우리의 책임에 대한 것인데, 과학에 근거를 둔 이 책임과 의무에 대해 한 번씩 더 곱씹게 된다. 비전공자들이 학계의 상황을 면밀히 알기 어려운 과학 분야의 책이야말로 믿을만한 분야 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한 법이다. 정재승 교수는 "존경하는 뇌과학자"인 배럿 교수가 쓴 이 책에 대해 "각별히 유익하다"라는 말로 강력 추천했다.

  • 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은이), 이소담 (옮긴이) | 미디어창비 | 2021년 8월 "2021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카리의 하루는 '최애' 아이돌 마사키를 중심으로 흐른다. "자고 일어나기만 해도 침대 시트에 주름이 잡히듯 살아만 있어도 주름처럼 여파가 밀려"오는 구깃구깃한 일상에서 '덕질'은 유일하고 절대적인 도피처다. 시간 낭비라거나 그런 일방적인 관계는 '건강하지 않다'는 주변인들의 지적은 단호히 거부한다.

    "포기하고 놓아버린 무언가, 평소에는 생활을 위해 내버려둔 무언가, 눌려 찌부러진 무언가를 최애가 끄집어낸다. 그래서 최애를 해석하고 최애를 알려고 했다. 그 존재를 생생하게 느낌으로써 나는 나 자신의 존재를 느끼려고 했다."

    무언가를 아무 대가 없이 그저 애정하고 응원하는 마음. 오로지 그 존재 자체로 위로받으며 살아내는 마음에 누가 감히 손가락질하며 간섭할 수 있을까. 책 속의 '최애'는 우리 모두에게, 그것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저마다의 무엇으로 치환된다. 애착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 없는 삶의 시간에 대하여. 19세에 등단해 21세에 발표한 두 번째 소설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 우사미 린이 '지금, 여기'의 소설을 건넨다.

8.132021
  • 투자의 신세계
    김영익, 김한진, 홍춘욱, 염승환 (지은이) | 리치캠프 | 2021년 7월 "흔들리는 투자자를 위한 특별 강의"

    1457까지 폭락했던 코스피가 3천을 돌파하는 과정을 충분한 결실과 함께 경험한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투자를 시작한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한발 늦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가 32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당초의 기대처럼 오르지 못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추세일 뿐,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쏠쏠한 수익을 내는 투자자들도 분명 있다. 홍춘욱 박사는 신규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만의 투자 스타일을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그것은 경험을 통해 저절로 체득되기도 하지만 그 모든 상황을 경험하기엔 갈 길이 너무 멀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바로 거기에 있다. "저도 한때는 막연한 느낌과 소문에 의지해 주식 투자를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염승환 이사는 초보 투자자들은 주식 공부를 제대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김영익 교수는 시장의 변화가 어느 쪽이든 기회로 만들 수 있어야 함을 역설하며, 김한진 박사는 '돈 잘 벌 기업'을 찾는 데 집중하자고 조언한다. 이처럼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의 네 저자들이 주식의 역사, 시장 전망, 투자 원칙, 미래 산업 등 각각의 주제를 맡아 알찬 강의를 진행한다. 김한진 박사는 강조한다.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약세장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 아처
    파울로 코엘료 (지은이), 김동성 (그림), 민은영 (옮긴이)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파울로 코엘료, 활쏘기에 담긴 인생 진리"

    스스로 최고의 궁사라고 자부하는 이방인이 전설적인 명궁 '진'을 찾아온다. 진에게 활쏘기 대결을 신청하러 왔다는 그의 말에 소년은 깜짝 놀란다. 진은 무명의 목수로 살아가고 있었기에 아무도 그가 궁사인줄 몰랐기 때문이다. 이방인의 제안에 진은 묵묵무답이지만, 이방인은 "완벽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다"며 진을 설득하는데…

    대결을 지켜본 소년은 진에게 활쏘기를 가르쳐달라고 청하며, 활을 내려놓은 이유를 묻는다. 그렇게 활의 길, '궁도'에 대한 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료, 활, 화살, 표적, 자세에 대한 이야기부터 화살과 활을 잡고 활시위를 당겨 날아가는 화살을 주시하는 방법까지. "극도의 긴장에서 완전한 이완으로의 이동"인 궁술의 수련 과정 속에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연금술사> 이후 20년, 파울로 코엘료 신작 소설.

  • 보리 초등 국어 바로쓰기 사전
    남영신 (엮은이) | 보리 | 2021년 7월 "평생 써야 하는 우리말과 국어 문법 길잡이"

    근래 인터넷에서 '사귀어?'의 줄임말이 무엇인지 의견이 분분한 일이 있었다. 첫 번째 후보는 '사겨?', 두 번째 후보는 '사궈?' 였다. 평소 '사겨?'라고 써왔기에 전자가 맞는 표현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옳은 표현은 '사귀어?' 였다. 우리말을 올바르고 유려하게 사용하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있지만 알면 알수록 우리말은 어렵다. 그때 도움이 되는 게 사전이다. 이 사전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쓰임새가 많은 기초 어휘가 수록되어 있어 국어 기초를 쌓는 데에 도움이 된다. 더 좋은 점은 틀린 말, 틀린 표기, 용언의 활용형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어와 더불어 풍성하게 우리말의 맛을 배울 수 있다.

    인터넷이 요즘같이 발달한 시대에 두꺼운 사전의 필요성에 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사전을 통해 단어를 찾는 법을 익히고 위아래 같이 놓인 단어들을 함께 보고 활용문장을 살펴보는 경험은 '우리 말을 바르고 품위 있게 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 생명 가격표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지은이), 연아람 (옮긴이) | 민음사 | 2021년 7월 "재레드 다이아몬드 추천! 당신의 목숨은 얼마인가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진실. 모든 생명엔 같은 값이 매겨진다? 거짓.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정언 명령으로 자본주의의 불공정한 진실이 가려져왔지만 더 이상 모른 체하는 의미가 있을까. 외면함으로써 자정되길 바랄 수 있는 지경은 이미 훌쩍 넘어버렸는데. 저명한 통계학자이자 보건경제학자인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은 이번 책으로 명징한 진실을 뱉어냈다.

    이 책은 이 사회가 인간 생명에 어떻게 가격을 매기는지 낱낱이 밝힌다. 경제학자, 금융 애널리스트, 규제 기관, 통계학자들이 인간 생명의 가격을 측정하는 데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 살피고 그 기저에 깔린 전제와 한계를 짚어낸다. 우리의 생명에 일상적으로 매겨지는 가격표의 현실에 대해, 아마도 처음으로 불투명한 장막을 걷어내고 논의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8.172021
  •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은이), 노시내 (옮긴이) | 마티 | 2021년 8월 "삶에 박힌 불안과 짜증, 수치심과 우울, 두려움"

    <이웃집 퀴어 이반지하>에서 이반지하는 검열이 검열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검열을 당한 후에 깨달았다고 말한다. 칭찬의 말과 견제하는 태도, 질투하는 눈빛과 배려 행세, 우정 비스무리한 것, 그런 것들에 검열은 섞여있다. 말하자면 검열은 뚜렷한 형체를 가진 고체라기보단 삶의 모든 것에 뒤범벅되어 끝도 시작도 없는 끈적하고 불쾌한 액체에 가까운 것이다. 캐시 박 홍은 칭찬의 밑바닥에 묻어있는, 객관의 외피를 두른 평가에 들러붙어 있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에 스며있는 검열과 차별을 폭로한다.

    이민 2세대인 캐시 박 홍은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살면서 느껴온 감정에 주목한다.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은 흑인 차별에 비교되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백인은 아시아인에게 기꺼이 '모범 인종'의 딱지를 붙여준다. 그들은 근면한 아시아인을 칭찬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모범적 인간상 이외의 캐릭터를 허용하지 않는다. 아시아인들은 소수자로 엮이기를 수치스러워하며 서로를 배척하거나 흑인을 혐오하는 모습을 보인다. 차별의 화살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널린 감정의 전쟁터 한복판에서 캐시 박 홍은 자신의 삶에 박힌 불안과 짜증, 수치심과 우울, 두려움을 토해낸다.

    모든 차별은 다른 맥락을 가지지만 차별 피해의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 마이너 필링스는 비슷한 모습일 것이다. 강박과 불안, 신경증적인 방어 심리, 우울과 두려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카타르시스가 없는" 이 감정은 "놀랍도록 지속적"이다. 이 책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낸 이유는 우리가 아는 그 지긋지긋한 감정에 폭발적인 공명을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억압되어 왔던 감정들은 더 이상 숨어있길 거부한다.

  • 와일드카드 1
    조지 R. R. 마틴, 하워드 월드롭, 로저 젤라즈니, 월터 존 윌리엄스, 멀린다 M. 스노드그래스, 마이클 캐서트, 데이비드 D. 러빈 (지은이), 김상훈 (옮긴이) | 은행나무 | 2021년 8월 "조지 R. R. 마틴, 로저 젤라즈니 참여"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외계에서 온 '와일드카드 바이러스'가 뉴욕 맨해튼 상공에 유출된다. 바이러스 감염자의 90%가 사망하고, 9%의 생존자는 유전자 변형으로 ‘조커’라는 돌연변이체가 되어 박해받으며 비참하게 살아간다. 반면 1%의 생존자는 인간의 외모를 유지하면서 초능력을 갖게 되어 '에이스'라 불리지만, 그 능력 때문에 정부의 통제를 받아 모습을 감추고 살아간다.

    '얼음과 불의 노래'의 조지 R. R. 마틴이 편집하고, 로저 젤라즈니를 위시한 미국 현대 SF 작가 43인이 함께 집필하여 창조한 '와일드카드'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 1987년에 시작되어 2021년 현재 29권까지 출간되며 꾸준히 인기를 모은 SF 슈퍼히어로 앤솔로지로, 매카시 광풍 등 냉전시대의 역사적 사건과 SF 판타지가 만나 탄생한 광활한 상상의 세계가 매혹적이다. 코믹스, 그래픽노블, 롤플레잉 게임으로도 출시되었고, NBC유니버설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에서 동명의 TV 시리즈로 방영 예정이다.

  • 중간착취의 지옥도
    남보라, 박주희, 전혼잎 (지은이) | 글항아리 | 2021년 8월 "사람 장사의 정갈한 구조"

    15년 전쯤 유행했던 난센스 문제의 방식으로 한국 사회의 노동 문제를 설명해 볼까 한다. 회사가 노동자에게 월급으로 522만 원을 줬어. 그런데 노동자는 211만 원만을 받았다고 해. 양쪽의 말은 모두 진실이야. 어떻게 된 일일까? 싱겁지만 무서운 정답은 이것이다. 파견, 도급 업체의 중간착취. 앞에 말한 금액은 실제 고 김용균 씨가 소속되어 있던 원청이 지급한 월급과 그가 받은 월급이다. 사라진 311만원은 누구의 호주머니로 갔나. 파견, 도급 업체의 중간착취는 사실 예전부터 많이 지적되어 왔던 문제라 낯설지 않은데, 이 책의 가치는 100명의 비정규 노동자를 인터뷰하여 실상을 낱낱이 밝혀내고 그 조각조각의 진실을 모아 거대한 착취 구조의 지도를 만들어 낸 데 있다.

    악을 외주 주고 책임을 다하는 척하는 원청과 사람 장사로 몸집을 거대하게 불리는 파견, 도급 업체, 그 아래에 개개인의 노동자들은 깔려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엔 커다란 구멍이 나 있고 그 구멍엔 양심 없는 욕망이 촉수를 꽂고 있다. 책에는 거머리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빨아가는 돈과 그 돈이 해결했어야 한 생계, 어떤 희망과 의욕의 규모를 살펴보니 그건 거머리라기보단 흡혈귀에 가깝지 않나 싶다. 사람이 바싹바싹 마를 때까지 착취하는. 이 책에서 본 작은 희망이라면, 이 피라미드형 착취의 구조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악의 없는 작은 우연들이 겹쳐 만들어진 커다란 비극은 손쓸 도리 없는 경우가 많지만 뚜렷한 욕망과 이득의 실체가 보이는 구조에서는 법이 개입할 여지도 명분도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이 저격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 투자의 신세계
    김영익, 김한진, 홍춘욱, 염승환 (지은이) | 리치캠프 | 2021년 7월 "흔들리는 투자자를 위한 특별 강의"

    1457까지 폭락했던 코스피가 3천을 돌파하는 과정을 충분한 결실과 함께 경험한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투자를 시작한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한발 늦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가 32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당초의 기대처럼 오르지 못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추세일 뿐,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쏠쏠한 수익을 내는 투자자들도 분명 있다. 홍춘욱 박사는 신규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그들이 자신만의 투자 스타일을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그것은 경험을 통해 저절로 체득되기도 하지만 그 모든 상황을 경험하기엔 갈 길이 너무 멀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바로 거기에 있다. "저도 한때는 막연한 느낌과 소문에 의지해 주식 투자를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염승환 이사는 초보 투자자들은 주식 공부를 제대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김영익 교수는 시장의 변화가 어느 쪽이든 기회로 만들 수 있어야 함을 역설하며, 김한진 박사는 '돈 잘 벌 기업'을 찾는 데 집중하자고 조언한다. 이처럼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의 네 저자들이 주식의 역사, 시장 전망, 투자 원칙, 미래 산업 등 각각의 주제를 맡아 알찬 강의를 진행한다. 김한진 박사는 강조한다.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약세장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8.202021
  • 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은이)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당신이 이 세계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면"

    등장과 동시에 '힙합씬'의 풍경을 바꾼 센세이셔널한 MC의 등장처럼, 김초엽은 그렇게 우리에게 도착했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2019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20만 독자에게 사랑받았고 '한국에는 SF 독자가 없다'는 통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SF 생태계 내부의 왕성한 활동부터 <사이보그가 되다> 등의 저작을 통해 낸 사회적인 목소리까지, 김초엽의 이야기는 2020년대의 풍경을 조각하고 있다.

    김초엽 첫 장편소설. 더스트로 멸망해버린 세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장은 2129년 더스트생태연구센터에서 덩굴식물 모스바나에 대해 연구하는 아영의 이야기. 2장은 2058년, 더스트를 피해 돔 안에서 도시를 이루고 사는 시대, 돔 없이 숲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 나오미의 이야기. 그리고 3장에서 이 두 이야기가 만나 세계의 멸망에 관한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출간 전 알라딘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초엽은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이 매우 극심하던 때'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절망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타인과 세계의 회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한 작가의 마음이 무성한 숲을 꿈꾸게 한다. 무엇이 있을지 알지 못하면서도 우주선을 탄 <우.빛.속>의 할머니 과학자처럼, 나오미와 아마라는 이 절멸의 세계에 식물을 퍼뜨리기 위해 호버카를 탄다. "타인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게 가능했던 사람들"(226쪽)만이 살아있는 세계라는 걸 알면서도 아직 이 세계를 사랑하고 있다면, 당신도 김초엽이 내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장명숙 (지은이) | 김영사 | 2021년 8월 "정세랑, 김이나 추천. 밀라논나의 나답게 사는 법"

    인생을 살다 보면 갈팡질팡 하는 순간과 맞닥뜨릴 때가 있다. '내 결정이 옳은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지? 과연 잘 살고 있는가?' 고민을 거듭해도 뿌옇기만 한 머릿속, 도저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 순간에 긴 길을 걸어온 '진짜 어른'의 조언이 간절해진다. 한국인 최초 밀라노 패션 유학생, 87만 구독자 유튜버 등 화려한 수식어를 넘어 '진짜 어른'으로 불리는 밀라논나 장명숙의 이야기가 '진짜 어른'을 만나기 어려운 지금 이때에 필요한 책인지도 모른다.

    "하나뿐인 나에게 예의를 갖춘다"는 태도로 자신의 삶을 귀하게 여기며 매 순간 성실히, 알뜰히, 정성껏 살아온 밀라논나 장명숙. 인생의 고비마다 지켜온 삶의 가치들, 오랜 시간 다져온 삶의 태도들, 그리고 확고한 취향과 군더더기 없는 라이프스타일까지, 유튜브에 담지 못한 풍성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들려준다. 남이 보더라도 괜찮은 삶보다 내가 보더라도 만족하는 삶을 살 것, 애초에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에 신경 쓰며 고통받지 말 것, 이해하고 안아주는 사람이 되어볼 것, 경험과 연륜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메시지들은 산뜻한 자극제가 되어준다.

  • 여름이 온다
    이수지 (지은이) | 비룡소 | 2021년 7월 "이수지의 음악과 그림, 아이들과 여름!"

    무대에 연주자들이 걸어 들어온다. 연주가 시작되면 커튼이 열리고,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이 울려 퍼지는 시골집 마당. 아이들이 노랑, 빨강, 파랑 물풍선을 던지면 한여름의 신나는 물놀이가 시작된다. 음악과 그림, 여름과 물, 자연과 아이들이 한껏 어우러진다.

    <여름이 온다>는 이수지 작가가 아이를 키우면서 실제 경험한 한여름의 느낌을 비발디의 『사계』 여름 악장 구성을 따라 표현한 그림책이다. 파란 물방울, 초록 들판, 알록달록 물풍선의 선명한 색상, 아이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쭉쭉 뻗고 톡톡 튀는 물의 느낌을 콜라주, 드로잉, 담채와 아크릴 물감 등 다양한 기법으로 그려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이야기가 아닌, 음악을 듣고 이미지를 느끼며 오감으로 체험하는 이야기, 신나는 여름방학 같은 그림책.

  • 여자가 쓴 괴물들
    리사 크뢰거, 멜라니 R. 앤더슨 (지은이), 안현주 (옮긴이) | 구픽 | 2021년 8월 "여자들은 늘 관습을 거스른다고 비난 받는다"

    여성, 금기, 규칙 파괴, 반역, 발칙. 이런 단어들이 모여있는데 읽지 않을 재간이 있을까. 이 책의 서문은 우리의 심장을 저격한다. 여자와 호러는 관습을 거스르는 공통점이 있다는, 이 붉은 글이 주는 쾌감!

    고딕 문학 연구자인 두 저자는 호러 소설의 "시작부터" 기여해온 여성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메리 셸리, 마거릿 개번디시, 이디스 워튼, 셜리 잭슨... 피, 시체, 괴물과 살인자들을 두려움 없이 머릿속에서 끄집어낸 이 "이상한" 여자들의 대는 끊이지 않고 이어져왔다. 이들의 역사는 곧 호러 소설의 역사인 동시에 남성 중심 사회에 가한 균열의 역사이기도 하다. 하여 이 책은 여성 호러 작가의 소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여성'과 '호러' 뒤에는 묵음 처리된 수많은 말들이 주렁주렁 달려있기 때문이다.

8.242021
  • 양순이네 떡집
    김리리 (지은이), 김이랑 (그림) | 비룡소 | 2021년 8월 "마침내 긴 잠에서 깨어나 새롭게 단장한 떡집!"

    <소원 떡집>에서 아이들에게 소원 떡을 나눠 주는 배달원, 아니 배달쥐 꼬랑쥐가 인간이 된 지 3년이 흐른 뒤의 이야기다. 쑥쑥 자란 꼬랑쥐는 이름도 꼬랑지로 바꾸고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외로운 아이들의 편이 되어 함께 놀아주고, 기운을 북돋아 주고, 위안이 되어"주기 위해서이다. 그런 꼬랑지 눈에 들어온 수줍은 많은 양순이. 양순이는 친구들, 선생님, 부모님 앞에서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애를 먹는다. 그런 양순이를 돕기 위해 떡을 만드는 꼬랑지! 꼬랑지는 떡을 잘 만들 수 있을까?

    2010년 출간 이후 누적 60만 부 이상 판매된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의 최신간. 어린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가 이번엔 어떤 떡을 만들어낼까. 살짝만 알려드린다면? 3종류의 떡이 나오고 먹지 않고 읽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온다!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 김 부장 편
    송희구 (지은이) | 서삼독 | 2021년 8월 "좌충우돌 본격 인생 투자서"

    "인생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선택의 연속이야." 직종 선택과 취업, 결혼과 출산, 이직과 전직, 그리고 퇴사와 은퇴에 이르기까지, 우리 직장인들은 회사를 다니면서 여러 차례 인생의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조직개편 같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스스로 고민을 거듭해야 할 선택의 시간들이다. 그리고 앞서 나열한 모든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 한 번은 찾아오게 된다. 바로 부동산 문제다. 투자든 내 집 마련이든 그 목적과 관계 없이, 집을 살까 말까 고민했던 순간과 그에 따른 결정은 이후의 인생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다들 주식으로 벌면 집을 사겠다고 하지 않던가. 부동산은 직장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사실 부동산은 전 국민의 관심사다. 이 책이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연재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직장인을 강조한 이유는 이 책이 직장생활과 부동산이라는 두 주제를 갈등과 해소의 국면 전환 속에 절묘하게 엮어 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부동산 투자서가 아니다. 어쩌면 인생 투자서랄까. '서울 자가'와 '대기업 부장'이 곧 사회적 지위라는 믿음에 파묻혀 살던 주인공이 타인의 시선이라는 장막을 걷어 내고 스스로의 인생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우리 직장인들로 하여금 삶의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김 부장처럼 은퇴 후에야 비로소 깨달을 것인가, 지금 정신을 바짝 차릴 것인가. 그 선택 역시 온전히 우리의 몫일 것이다.

  • 내가 다 열어 줄게
    요시타케 신스케 (지은이), 유문조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8월 "뭐든 열고 싶은 아이의 꿈과 아빠의 응원!"

    초콜릿이 먹고 싶은데 봉지가 뜯기 어려운 아이는 엄마에게 도움을 청한다. 엄마는 너무 쉽게 봉지를 뜯어주고는 아이에게 감사 인사를 시킨다. '아, 속상해. 나도 엄마처럼 찌익 뜯고 싶어.' 아이는 얼른 자라서 뭐든 다 여는 열기 대장이 되고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 것도 모두 열어 주고 싶다. 그런데, 내가 뭔가 가져가 열어 달라고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아빠도 여는 걸 좋아하는 걸까?

    요시타케 신스케 신작 <내가 다 열어 줄게>는 열기 대장을 꿈꾸는 꼬마 웅이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이루어 내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키워가는 아이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그리고, 그런 아이의 도전과 성장을 지켜봐주고 응원하는 아빠의 모습이 또한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 벌거벗은 미술관
    양정무 (지은이) | 창비 | 2021년 8월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양정무 신작"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시리즈로 미술사 읽는 즐거움을 대중과 공유한 양정무가 미술 에세이로 다시 독자를 만난다. 대중의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반전의 미술사. 아래 네 가지 화두를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 우리가 아는 '고전미술' 속 그리스 조각상은 '짝퉁'이다.
    - 모나리자와 달리, 어떤 시기의 초상화 속 인물들은 웃지 않는다.
    - 어쩐지 우리를 긴장하게 하는 우아한 박물관은 잔혹함과 혁명의 상징이다.
    - 흑사병과 스페인 독감이 유행하던 팬데믹 시기, 어떤 고통은 위로가 되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인 저자의 내공은 익히 잘 알려진 터. 저자는 그리스 조각상 속 완벽한 육체를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추구했던 나치즘이 다큐멘터리 <올림피아>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웃음을 잃은 중세의 초상화에 대한 사유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미소가 '조커'의 미소로 자유롭게 이어진다. 독자가 익히 알고 있던 작품과 역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물결이 되어 흐르는 순간, 미술사가 정답게 다가온다. 팬데믹을 지나는 21세기의 인간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양정무의 질문과 함께,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의 미술관도 각자의 마음속에서 세워질 것이다.

8.272021
  • 알고 싶지 않은 마음
    레나타 살레츨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후마니타스 | 2021년 8월 "무지를 향한 열정"

    혐오가 무지로부터 비롯된다고 믿어왔던 이들이 날로 당황스러워지고 있다. 요즘의 혐오주의자들은 혐오하기 위해 무지하다. 이들에게 진실을 논리적으로 들이미는 것은 무용한 해법 같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무지를 적극적으로 따르기를 선택할까. 이 책의 원제는 "무지를 향한 열정"이다. 레나타 살레츨은 이번 책에서 사람들이 진실을 외면하고 무시하는 태도에 대해 분석한다.

    여성을 갈망하는 동시에 혐오하는 남성의 진실 무시, 질병 앞에서 스스로 선택하는 현실 무시, 트라우마로 인한 증상으로서의 무지 등 이 책은 각 장별로 여러 상황의 무시와 무지를 다룬다. 살레츨은 알고 싶어 하는 동시에 진실로부터 멀어지길 원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분석하며 무지의 작동 방식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무지가 구린내 나는 권력이 되고 있는 탈진실 시대에 읽기 좋은 책이다.

  • 코믹 헤븐에 어서 오세요
    박서련 (지은이), 최산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8월 "<체공녀 강주룡> 박서련 짧은 소설"

    노동하고 싸운 여성의 이야기인 <체공녀 강주룡>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박서련의 짧은 소설. '강주룡'의 의지와 '셜리'의 사랑스러움 사이에 박서련의 소설이 있다. 네가 누군지 잘 모르는 채로도 너를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더 셜리 클럽>의 경쾌함과 우리를 둘러싼 폭력의 세계를 고발하는 <마르타의 일>의 묵직함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형식, 짧은 소설과 박서련이 만난다.

    최산호의 환상적인 그림이 수해에 휩싸인 만화 카페를,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지수 씨가 앉아 있는 책상을, '장국영'을 만날 법도 한 좁은 계단으로 소설 읽는 사람을 초대한다. 때론 난감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지만 서로를 향한 내밀어진 손을 거두지 않는 사람들이, 무심한 척 툭 던지는 위로 같은 소설. '귀엽고 재미있게 읽히기를' 바라면서, (당신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사심을 담아 전한다.

  • 쉿! 안개초등학교 1
    보린 (지은이), 센개 (그림) | 창비 | 2021년 8월 "어린이 독자를 사로잡은 강력한 미스터리 동화의 탄생"

    주인공 지은이가 전학을 간 안개초등학교는 기이한 곳이다. 1년 가운데 300일은 안개에 덮이고 학교 앞 도로는 늘 어두컴컴해서 '암흑도로', 도로 건너편 흐르는 강은 여름마다 붉게 변해서 '빨간 목욕탕'이라고 불린다. 이곳에 전학을 온 것 자체가 영 찝찝하지만, 그냥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 지은이는 학교생활을 힘겨워하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선생님마저 지은이를 괴롭힌다. 자격 없는 어른과 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겉도는 지은이에게 나타난 아이는 조마구이다. 어딘가 좀 음산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외로운 지은이 곁에서 친구가 되어준다.

    이상한 지은이와 이상한 마구가 만나 이상한 일들이 펼쳐진다. 책을 던져버릴 만큼 오싹하기도 하고 강물을 건너는 지은이를 응원하게 되는 미스테리한 일들.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하는 힘이 있는 이야기.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본격 미스터리 동화 <쉿! 안개초등학교>의 2권이 기다려지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 주문을 말해 봐
    최숙희 (지은이) | 웅진주니어 | 2021년 8월 "최숙희 작가의 곱고 따스한 위로"

    작은 어려움이 쌓여가고 마음이 조금씩 우울해질 때가 있다. 내가 이러저러해서 힘들다고 얘기하는 것도 버거운, 나지막한 한숨이 절로 나오는 그런 날. 눈을 감고 흠, 하, 흠, 하 크게 숨을 쉬고 주문을 외워보자. "카스트로폴로스!"

    최숙희 작가는 지치고 힘든 날이면 반려 고양이 '후추'에게서 위로를 얻었다. 그리고 후추의 털을 쓰다듬으며, 가르릉거리며 옆을 지키는 후추의 온기에서 받았던 위안과 행복을 우리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그림을 그렸다. 마음이 가라앉고 "휴-" 한숨이 나오는 날이면 '카스트로폴로스'를 떠올려보자.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보거나, 두 팔을 크게 흔들며 힘차게 달려도 좋다. 크게 주문을 외우며 힘차게 웃어보자. 마법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카스트로폴로스! 항상 행복해"

8.312021
  •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은이), 임호경 (옮긴이) | 열린책들 | 2021년 9월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해 드립니다!"

    유명 미술품 거래인 빅토르. 그는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왔다. 스톡홀름에서 가장 명성 높은 갤러리에 취직해 대표의 마음을 사로잡고, 교묘한 술수로 결국 그 갤러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네오나치즘을 표방하며 인종주의적 편견이 가득한 시선을 안목이라 여기고 거래를 진행해왔고, 온갖 비열한 술수 끝에 결국 원하던 정상의 자리를 얻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상처를 받은 이들은 그의 전 부인과 양아들이었다. 낙심한 채 생의 의욕을 잃고 살아가던 두 사람은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되고, 의기투합해 빅토르에 대한 복수를 꿈꾸게 된다. 이윽고 이들 앞에 나타난 복수를 대행하는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의 CEO 후고는 두 사람을 위한 복수 견적을 짜 주는데…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세계를 강타한 요나스 요나손의 유쾌한 신작 소설.

  • 도서관 런웨이
    윤고은 (지은이) | 현대문학 | 2021년 8월 "2021 대거상 수상 이후, 윤고은 장편소설"

    도무지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제는 인정해야 할 듯하다. 우리에게 코로나 이전의 세계는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 재난을 관광상품으로 판매하는 세계의 이야기, <밤의 여행자들>로 아시아 작가 최초로 영국추리작가협회 주관 대거상을 수상한 윤고은이 수상 이후 발표한 첫 장편소설. 관계의 시작을 고민하는 남녀는 체온이 37도를 넘어서면 (37.5도가 지침이지만) 카페에 자리를 얻을 수 없고, 상대방의 면역력과 사생활에 대한 확신 없이는 밥 한끼를 나누기도 쉽지 않다. 이제 일상이 된, 이 현재진행형 재난을 윤고은의 상상력이 파고든다. 예측하지 못한 재난을 건너며 예측할 수 없는 '결혼생활'을 시작하려는 이들. #AS안심결혼보험이 우리의 사랑도 약관처럼 보장해줄 수 있을까?

    여행사 직원이던 안나는 한때 세계의 도서관을 여행했다. 도서관 통로를 런웨이하듯 걸어가는 장면을 SNS에 남기던 북스타그래머 안나가 사라진 후 안나의 독서모임 지인이 안나를 찾기 위해 유리에게 연락한다. 유리는 오래 소원했던 안나의 흔적을 쫒다 안나가 사랑한 장소인 '도서관'에서 #AS안심결혼보험 약관집을 발견하고, 약관은 다른 관계의 가능성으로 유리를 데려간다. '지속 가능한 결혼생활을 위한 합리적인 소비였는가?'(69쪽, 보험의 언어답게 이 '합리적인'의 정의는 매우 협소해진다.)를 묻는 보험의 언어가 이 시대의 제도와 감정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 '애프터 코로나'를 맞은 연인들은 자꾸만 발밑을 내려다보게 될 것이다.

  • 사라진 나의 중국 친구에게
    홍명교 (지은이) | 빨간소금 | 2021년 8월 "중국의 젊은 저항자들"

    중국에도 평등과 자유, 민주를 위해 싸우는 젊은 저항자들이 있다. 그러니까 존재야 당연히 있겠지만 존재감을 가질 정도로 가시화되진 않아왔다. 모든 사회운동이 그렇듯 힘 있는 매체를 갖지 못한 데 더해 한국의 중국에 대한 고정관념의 영향도 무시 못 할 것이다. 이 책은 학생운동, 노동조합, 사회 운동 단체 등에 몸담아온 30대 활동가인 저자가 중국에서 만난 젊은 저항자들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자신의 배경을 바탕으로 이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생생한 르포로 옮기는데 성공했다.

    그가 만난 활동가들은 낮에는 엔지니어로 일하며 밤에는 마오주의자로 활동하고, 영화 상영회를 열어 토론하고, 학교에서는 체제를 따르는 위장 연극을 하며 밤엔 비밀리에 클럽활동을 하는 등 저항의 길이 막힌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뜨겁게 활동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들과 한국과 중국의 역사, 문화, 운동 조건에 관해 토론하며 귀한 만남을 이어갔다. 지금, 그와 대화를 나눈 이들은 대부분 체포되었지만 대화는 고스란히 남았다.

  • 캐릭터 직업 사전
    안젤라 애커만, 베카 푸글리시 (지은이), 최세민, 김흥준, 박규원, 서연주, 이두경, 이학미, 최윤영 (옮긴이) | 윌북 | 2021년 9월 "김보영 추천! 매력적인 작품에는 끌리는 직업이 있다"

    작가를 위한 창작 사전 시리즈. 1탄 트라우마 사전, 2탄 디테일 사전 시골 편/ 도시 편에 이어 3탄 캐릭터 직업 사전이 출간됐다. 1,2탄 사전의 도움을 톡톡히 본 작가들은 이번 책 또한 망설임 없이 집어 들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역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괴로울 때 스르륵 넘겨보면, 생각지 못했던 신선한 정보가 짜릿한 자극으로 이어지는 데 있다. 124가지의 직업 소개는 당신의 캐릭터를 위한 든든한 준비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