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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다잉 슬픈 세상의 기쁜 말 내 따스한 유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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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
언다잉
앤 보이어 지음, 양미래 옮김 / 플레이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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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앤 보이어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서부터 쓴 글이다. 이 설명에서 어떤 정서와 이미지가 짐작될 텐데, 감히 모두 넣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앤 보이어는, 말하자면 이 사회가 싫어할 여자이자 환자다. 고분고분하지 않고 지적이며 자신 앞에 닥친 현실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투병기를 아름답거나 멋지게 극화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진실을 좇는다. 형식과 내용을 모두 활용하여.

보이어는 유방암의 투병 과정과 그 길에서 마주한 자본주의의 비인격적 잔혹함, 세상의 비정함을 직시하고 고발한다. 유방암이라는 단어에 붙은 이미지와 맥락들을 모두 거부하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 그가 끌어낸 새로운 형식의 글은 불안한 동시에 안정감을 준다. 그의 고통이 낱낱이 전달되어 불안하고, 내용과 형식이 일치된 진실에 가까운 글이기에 안정적이다. 보이어는 "현시대에 주어진 과제는 침묵을 뚫고 입을 여는 것이 아니라, 툭하면 우리 삶의 이야기를 묵살해버리는 소음에 맞서 저항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유방암을 둘러싼 핑크투성이의 백색소음을 예리하게 찢고 나오는 목소리다.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 다시 첫 장을 시작하게하는 책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우리는 각종 안내서 제목이 명하듯이 저돌적이고, 섹시하고, 생각이 깊고, 성깔 있는 여자나 소녀 또는 숙녀 따위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티셔츠들이 보여 주듯 언제든 암을 향해 “나 같은 년을 고르다니 너 잘못 걸린 거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내 암은 자기가 원하는 년을 잘 고른 쪽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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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슬픈 세상에 들려주는 위로의 이야기"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지음 /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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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작가는 슬픈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책을 시작한다. 작가의 질문에 과연 나는, 그리고 당신은 무엇이라고 답할 수 있을까. 작가는 <슬픈 세상의 기쁜 말>에서 책 바깥의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도의 한 도시에서 만난 어부, 일흔여덟 살에 글자를 배운 할머니, '빠삐용' 아들과 늘 함께 다니는 아버지,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 세월호 유족, 시장 야채장수 언니, 9.11테러 생존자, 콜럼바인 총기 사건 희생자... 작가가 만난 사람들은 소박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부터 아주 슬픈 일을 겪은 사람까지 다양하다. 작가는 그들이 들려준 각자의 삶에서 길어 올린 '단어'와 마음에 품고 있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가만히 건넨다. 그리고, 단어와 이야기에 현실을 바꾸고 미래를 열어주는 힘이 있다고 믿는 작가는 우리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온갖 현실적, 물질적 제약에 매여 있는 우리에게는 부자유가 주어졌다. 지옥이 있으므로 천국이란 단어가 필요했던 것처럼, 슬픔이 있으므로 기쁨이란 단어가 필요했던 것처럼, 삶이 짧으므로 오래오래 기억될 아름다움이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에게는 자유라는 단어가 필요하다. 이 부자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세상이 무엇이라고 하든 우리 안에 파괴될 수 없이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는 것. 그러나 사적으로는 자아에 엄청나게 집중하면서도 공적으로는 위축되고 소심해져,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는 초긴장 신경증적 지옥을 사는 우리가 내적으로 소중한 무언가를 버리기는 얼마나 쉽던가. 이 와중에도 자신의 무언가를 꿋꿋하게 지키고 사는 인간의 모습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품위'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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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은 인류 진화의 열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이민아 옮김, 박한선 감수 / 디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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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라, 재미로, 단지 마음에 안 들어서, 이기기 위해, 내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혐오가 일상이다. 버석버석 말라가는 인간을 향한 애정에 이 책은 긴급 처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두 명의 진화 인류학자가 밝힌 인류 진화의 비밀, 우리 피에는 다정함이 있다. 여러 초기 인류 종 중에 호모 사피엔스가 현재의 인간이 된 이유를, 두 진화 인류학자는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에서 찾는다. 타인의 눈을 마주치고 손짓 발짓을 이해하며 협력을 함으로써 생존에 유리하게 진화했다는 것이다. 책은 친화력의 외적 징후에 대한 실험과 인류의 화석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해 이 주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한다.

우리의 근원이 다정함에 있는데 현 세계는 왜 증오와 혐오로 뒤덮였을까. 책은 공격성과 혐오에 대한 설명까지 이어간다. 자신의 내집단에 위협이 되는 외집단이 등장하면 우리 뇌에서 타인의 마음을 읽는 부위의 활동이 둔화된다고 한다. 서로를 비인간화하기 시작한다. 좁아드는 내집단과 늘어나는 혐오스러운 존재들, 이 상황이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익숙해지면 다정함을 담당하는 뇌 부위는 기능을 상실할지도 모르겠다. 뒤얽힌 각자의 도덕, 시니컬 중독, 배려로 포장된 무관심... 혐오의 블랙홀 같은 작금의 시대에 의외로 이 한 문장만 정확히 기억한다면 우리는 답을 찾아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다정한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 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첫 문장
사람은 생후 9개월쯤이면, 그러니까 걸음마나 말을 떼기도 전에 이미 손짓을 시작한다.

이 책의 한 문장
(생략) 나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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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에 쓴 김선우의 시"
내 따스한 유령들
김선우 지음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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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시를 보려면 그의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죄 없이 죽어가는 동물과, 이유를 모른 채 죽어간 사람들에게 공감하며 일상의 혁명을 꿈꾸던 시인의 뜨거운 목소리.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2012)에서 시인은 살처분당하는 소와 돼지를 보며 "병들지 않았는데 왜 내가 죽어야 해요? 왜 함께 죽여야 해요?"(<얼음놀이>)라고 썼다. 시대는 더 나빠져서, 2021년 출간한 시집에 이제 시인은 이렇게 쓴다. "2019년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가 2000마리..............." (<울어주는 일, 시를 쓰는 일>)

<녹턴> 이후 5년 만의 시집. 루이스 세뿔베다가 코로나19로 사망했고, 시인은 "쇳조각 하나를 들고 돌 앞으로 가는 당신으로 보았어요"(<마스크에 쓴 시 5>)라고 마스크에 시를 쓴다. 시인은 등단 25년을 맞았고, 그간 몸이 아팠고, 고향에서 요양을 하며 회복하고 있다. 방종과 교만으로 가득한 인류의 지금이 계속될 수 있을까? 시인은 함께 아파하고 더 작아지며 겸허하게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돌아본다. '내가 티끌 한 점인 걸' (<티끌이 티끌에게>) 아는 사람의 시. '어쩔 수없이 빌린 것'이 실은 '함부로 빼앗은 것'(<마스크에 쓴 시 13>)임을 아는 사람의 시. 날카롭고 절망적이면서도 겸허하고 목가적이다. '지천명'을 맞은 시인의 지혜와 함께 우리가 밟고 선 땅을 돌아본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오전 내내 짖는 조카를 보며 잘 늙어가고 싶은 어른으로 딱 한가지만은 하지 않기로 한다. 네가 짖는 대신 개에게 사람의 말을 가르치면 되잖아, 이런 따위 말만큼은 하지 않는 걸로 시인 이모의 소임을 다하는 시간. 눈앞의 동심이 눈부셔 여름 아침이 투명하게 왈왈거린다.
(<쉬잇! 조심조심 동심 앞에서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