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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제17회 젊은작가상 수.. 그래, 파도! 피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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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도착한 한국문학의 봄
2026 제17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채원 외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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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의 봄은 선을 넘어 올듯 말듯 좀처럼 오지 않는다. 활동 10년 이내의 작가가 한 해 동안 발표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젊은작가상과 함께하는 열일곱번째 봄을 맞아 수상자 김채원, 길란, 남의현, 서장원, 위수정, 이미상, 함윤이의 소설을 차곡차곡 따라 읽으며 이 소설들의 변화무쌍함이 올 봄의 정조와 유독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상 수상작인 김채원의 소설을 별개로, 2025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길란과 남의현의 소설을 한 갈래로, 문지문학상을 수상한 서장원,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위수정,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이미상,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한 함윤이를 한 갈래로 읽는 방식으로 차차 읽어나가길 제안하고 싶다. 사람과 귀신 사이, 여성과 남성 사이, 부자와 빈자 사이,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 이 소설들은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은 막간의 틈을 골똘히 들여다보면서 그곳에 있을 무언가가 그리는 독자적인 궤도를 따라 돈다. 남의현의 <나는 야구를 사랑해>의 서술자가 '하지만 세상에는 네가 모르는 일도 있어. 그걸 모르는 구나.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말을 더듬을까봐 두려워'(106쪽) 말을 삼킬 때, 위수정 <귀신이 없는 집>의 서술자가 '사회가 우리한테 적응을 왜 하냐?'(201쪽)라는 말을 던질 때 독자 역시 소설가가 멈춘 자리에서 서서 여기에 누군가 머무르고 있지 않을지 두리번거리게 된다.

김채원의 <별 세 개가 떨어지다>는 모과가 떨어지는 장면에서 시작해 별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끝난다. 전쟁과 피난을 겪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증조할아버지를 목격했을 때 어린이였던 나의 '할아버지'는 이미 한 번 죽은 사람이 됐다. 사람이 죽다 살아날 수도 있다고, 홑껍데기 몸으로도 삶이 계속될 수 있다고 할아버지의 손녀인 '나'는 할아버지를 보며 생각한다. 지금 이 땅의 흙을 만지는 것으로 과거를 바꿀 수 있다고, 그냥 편을 들어주는 게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 사람이 김채원의 소설 속에서 움직이낟. '나'의 생각의 속도로 이어지는 이 소설의 리듬을 따라 마무리에 이르며 이런 소설을 읽을 수 있어 올 봄도 참 아름답구나, 했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태어날 때마다 잘 태어났다, 말하며 머리를 크게 쓰다듬어주시는 분이고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니 평범한 사람은 아니죠. 할아버지에게는 저도 잘 태어난 아이였고, 저는 할아버지가 누구를 죽였든 죽이지 않았든 묻었든 뭐든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맹목적이라는 말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요. 머리가 나빠서긴요, 저는 그냥 편을 들어주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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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한 끝에 만난 '진짜 나'
그래, 파도!
임화선 지음, 김진화 그림 / 길벗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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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에는 서핑을 즐기는 아이의 표지를 보고, 단순히 ‘서핑’ 이야기일 거라 짐작했다. "파도가 좋아서, 나도 따라 웃었다." 책장을 넘기자 펼쳐지는 바다 풍경 속 이 한 문장을 마주한 순간, 마음을 빼앗겨 버렸고, 이내 이야기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길 수 있었다.

주인공 '그래'는 아빠의 사업 실패로 은파 시로 이사를 한다. 꿈을 접은 채 마음의 병을 앓게 된 엄마는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 홀로 서울로 떠난다. 엄마와의 이별 이후, 그래는 그리움을 견디지 못해 몰래 엄마를 찾아가지만, 끝내 다가서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지켜보기만 하다 돌아선다. 앞집 쌍둥이 친구들, 서핑 마니아인 또래 소녀 수아, 그리고 따뜻한 동네 주민들과 어울리며 조금씩 새로운 삶에 스며든다. 바다와 파도, 서핑과 함께하는 시간을 통해 그래는 아빠와 엄마의 사정을 이해하게 되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감정과 마음 상태를 하나씩 배워 간다.

이 책은 변화무쌍한 바다처럼 때로는 잔잔하다가, 때로는 일렁이기를 반복한다. 낯선 마을, 서툰 관계, 아빠와의 어색한 침묵, 엄마와의 이별. 차분한 성격의 그래가 마주한 파도는 그리 만만하지 않다. 그래 못지않게 엄마와 아빠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넘어야 할 파도를 안고 있다. 세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흔들리며, 다시 중심을 잡는 법을 터득해 간다. 그 과정이 지나침 없이 섬세하게 그려져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 세 사람의 이야기가 우리네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깊은 공감과 조용한 응원을 보내게 되는 작품이다. - 어린이 MD 송진경
심사평
영화처럼 이어지는 짜임새 있는 장면 구성과 바다라는 공간감의 묘사는 자연스럽게 독자를 화자의 눈으로 보도록 유도한다. 인물들이 당면한 문제를 삶 일반의 문제와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은유적 기능도 큰 미덕이다. 소심하고 자기 비하적 인물이 아니라 차분하고 성숙한 심성의 인물 설정은 어린이 독자에 대한 믿음으로 보여 믿음직스럽다. - 제1회 길벗어린이 민들레문학상 심사평 중에서(김경연·한윤섭·류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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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실전 운동 가이드
운동하면 좋은 걸 누가 모르냐고요
하주원 지음 / 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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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가 쓴 운동 가이드라니, 일단 신선하다. 책은 운동이 우리의 몸과 정신에 얼마나 중요한 작용을 하는지 짚어주며 시작한다. 근육이 많은 사람은 병에 걸려도 회복이 빠르고, 운동을 해서 척추를 곧바로 세워야 기분 조절도 잘 되고 집중력도 향상된다. 마음은 몸 안에 있다. 마음이 고민과 불안에 몰입해 있을 때, 몸을 잠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빠져나올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내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여도, 굳이 따지자면 몸의 건강이 먼저다."

그렇지만 모든 걸 뚫는 창과 모든 걸 막는 방패의 대결처럼 운동의 좋은 점에 대한 설파 후엔 늘 따라붙는 반응이 있다. "운동하면 좋은 걸 누가 모르냐고요." 이 책의 중심 내용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현실적으로, 상황적으로 운동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세세한 맞춤형 가이드를 내놓는다. 우울증, ADHD, 공황장애, 트라우마, 사회불안장애,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운동, MBTI, TCI 별 성향에 따른 운동 등을 추천하며 각 사정과 성향에 따라 주의할 점과 유념하면 좋은 점을 설명한다.

그 자신 역시 운동 신경이 없고 뜻대로 되지 않는 몸이지만 열심히 운동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는 따뜻하고 세심한 동시에 아주 끈질기게 독자를 설득한다. 잘 쓴 심리서의 덕목은 역시 살면서 왠지 이해 안 가던 내 자신에 대한 의문을 해소 시켜 주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남들은 좋다고 하는 운동이 왜 나에겐 안 맞았는지, 왜 어떤 운동은 하러 가기도 전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속 시원하게 이해되는 지점들이 있다. 그 놀라움으로 읽다 보면 어느새 나에게 맞는 운동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이 책에 멱살을 잡히면 결국 운동의 세계로 끌려가게 될 것이니, 준비된 자라면 몸을 맡겨보시길.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아무리 내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여도, 굳이 따지자면 몸의 건강이 먼저다. 마음이 건강해진다고 몸이 반드시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몸을 움직여 건강하게 만들어 마음도 강해지는 쪽이 그나마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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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시간의 의미를 탐구하는 그림책
피니토
빅터 D. O. 산토스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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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긴 방학의 시작을 아쉬워한다. 빨리 시간이 흘러 방학이 끝나기만을 바라던 아이는 <피니토>라는 이름의 책을 만난다. "여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한 장씩 넘기면서 네 삶을 상상해 봐." 책을 건넨 이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다. 아이는 호기심에 책장을 펼친다. 그 안에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온 무수한 순간들이 있다.

다정한 손에 안기던 감촉, 처음 반려동물을 맞이했을 때의 마음, 한여름 햇살 아래 녹아내리던 아이스크림의 맛. "어린 시절, 그 시절이 건네는 모든 마법 같은 순간들"에 이어 유년의 끝이 모습을 드러낼 때, 아이는 비로소 알아간다. 우리의 모든 순간은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을. "우리가 삶이라는 버스를 탈 때, 어떤 노선을 선택하든 한 가지는 분명해. 모두 마지막 정거장에 다다른다는 거지." 사라지기에 더욱 빛나는 순간들. 무심히 흘려보내던 하루를 가만히 되짚어 보게 하는 그림책. - 유아 MD 권벼리
책속에서
시간을 멈추어 세우고
잠시 얼려 버릴 만큼 깊은 슬픔.
너의 마음도 함께 얼어붙겠지.
그 얼음 조각이 언젠가 녹는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