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실패'라는 단어는 유난히 차갑게 들린다. 대학 입시에 한 번 떨어지면 낙오자로 불리고,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창업에서 고배를 마시면 '망했다'라는 단정적인 말로 평가받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실패가 새로운 시작의 과정이라기보다 '끝'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 사회에서는 같은 단어가 전혀 다른 뉘앙스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Fail fast, fail better'라는 말처럼, 실패는 다음 시도를 위한 연습이자 자산으로 여겨진다.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야말로 더 단단해졌다고 여겨지며, 투자자들조차 그러한 경험을 값진 자산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듯 같은 실패라도 문화적 맥락에 따라 그 무게가 달라진다. 그렇기에 '실패'를 제목으로 내세운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자신의 좌절과 잘못된 선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실패를 회피하고 싶어 하는 우리의 습관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이 책은 결국 실패라는 단어를 새롭게 정의하게 만든다. 책은 실패를 극복이나 성공의 반대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실패를 끝까지 통과해내는 과정 속에서만 얻을 수 있는 단단한 성찰을 보여준다. 창업자의 기록에서 출발했지만, 그 안에서 독자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꿈꾸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순간, 잘못된 선택을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책망했던 시간, 그리고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걸어야 했던 경험 말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의 흔적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나가느냐는 질문이다.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실패를 두려움이 아닌 성찰의 기회로, 좌절이 아닌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자기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봉진, 신수정, 제현주가 강력추천했다.
9월 초 성수기 진입. 일에 치여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는 느낌이 이런 걸까? 평소 하지 않는 실수를 연발함. 성수기의 정점을 지나 다시 안정을 되찾는 중. 올해의 결정적 시기, 바로 지금.
- 경제경영 MD 김진해
추천의 글
"실패와 좌절의 기록이 지닌 가치를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공개적인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그 실패를 부드럽게 안아주고, 다시 일어서게 한다." -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 <책 잘 읽는 방법> 저자)
"실패를 통과해본 사업가만이 쓸 수 있는 이 훌륭한 나침반을, 사업을 시작했거나 이미 그 길 위에서 버티고 있는 모든 사업가와 리더에게 강력히 권한다." - 신수정 (<일의 격> 저자)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는 이들, 그리고 과거 혹은 미래의 실패 앞에 선 모든 이들에게 귀중한 참고점이 될 것이다." - 제현주 (<일하는 마음> 저자)
자본주의에 대한 독보적인 관점으로 잘 알려진 사회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와 비판 이론 제4세대의 촉망받는 학자인 라엘 예기가 오늘날 사회가 직면한 복합적인 위기들을 함께 통찰하며 나눈 대화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출간되었다. 낸시 프레이저와 라엘 예기의 대화는 오늘날 자본주의가 직면한 다층적 위기를 날카롭게 해부하며, 전통적 계급투쟁을 넘어선 새로운 저항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프레이저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생산·재생산, 인간·자연, 인종, 정치·경제라는 네 가지 분할 위에 성립한다. 그리고 각각의 경계는 임노동과 자본의 관계 이면에 존재하는 돌봄, 가사노동 분담 같은 재생산 영역에서 분출하는 사회 문제, 인간 활동이 초래한 자연 파괴와 생태계 위기, 경제 난민과 이주 노동 형태로 여전히 유지되는 인종 구분선, 민주주의를 형해화하는 대기업과 글로벌 금융의 전횡 등의 위기상황을 맞이한다. 따라서 자본의의 전경(前景)과 자본주의를 기능하게 되는 토대적 배경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경계투쟁은 전통적 마르크스주의와 달리 페미니즘과 생태주의, 식민주의, 정치투쟁 같은 다양한 의제를 포괄하여 대항 헤게모니 블록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두 학자는 특히 트럼프 현상과 세계적 우익 포퓰리즘의 부상을 두고 첨예한 논쟁을 벌인다. 프레이저가 1970년대 이후 미국 좌파들이 신사회운동에 매진하느라 구식의 계급투쟁을 지워버리고 ‘진보적 신자유주의’의 흐름으로 이어진 것을 비판하며 진보적 포퓰리즘을 대안으로 제안하는 반면, 예기는 성취한 진보의 방어와 차별주의에 대한 대응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맞선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자기파괴적 속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오늘날 정치철학의 난제를 생생히 드러내며 독자에게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과 실천의 방향을 고민하게 만든다.
- 사회과학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오늘날 사회적 재생산이 겪는 심각한 긴장 탓에 사람들이 최악의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어요. 많은 사람이 잔뜩 웅크린 채 정서적·물리적 장벽을 쌓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죠. 연대의 고리가 오그라들고 ‘우리’를 ‘저들’과 분리하는 선이 굳어질 수 있어요. 이것은 적어도, 반동적 포퓰리즘의 현재적 형태 이면에 도사린 충동이에요.
<오싹오싹 팬티!> <오싹오싹 크레용!>으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큰 웃음과 오싹함을 안겨준, 콜더컷 상 수상 작가 에런 레이놀즈와 피터 브라운이 다시 뭉쳤다. 이번 책은 그림책보다 글밥이 조금 더 많은, 어린이를 위한 첫 스릴러 동화다. 막 읽기 책에 입문한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난이도지만, 전작보다 한층 더 으스스해졌다는 사실은 잊지 말자.
<오싹오싹 팬티!>의 토끼 재스퍼가 커다란 털북숭이 친구 ‘찰리 마멋’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빨갛게 퉁퉁 부은 편도 때문에 수술을 받게 된 찰리. 그는 ‘수술 후 잘라낸 편도를 유리병에 담아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해야지!’라며 들뜬 마음으로 수술실로 들어간다. 그러나 잠시 후, 의사가 찰리 엄마를 불러 전한 충격적인 말... “찰리의 편도선이 사.라.졌.어.요!”
과연 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라진 편도는 어디로 간 걸까? 호기심과 긴장감 속에서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게 된다. 그림과 글이 적절한 분량으로 함께 담겨 있어 그림책에 익숙한 어린이도 부담 없이 몰입하게 만든다. 시리즈명 <토토 징검다리>처럼, 그림책에서 읽기 책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놓인 독자들에게 좋은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줄 작품이다.
- 어린이 MD 송진경
셜리 잭슨 상 수상작인 편혜영의 소설 <홀>은 김지운 감독의 연출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고 있다. 마비된 채 자신이 저지른 일을 부릅뜨고 봐야 하는 <홀>의 주인공 '오기'의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를 스크린으로 감상하며 몸서리 칠 날을 기대하며 편혜영의 서스펜스를 압축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신작을 소개한다. 11편의 짧은 소설을 엮은 소설집이다.
"과거가 문제야. 우릴 끊없이 괴롭히니까." (78쪽)
<어른의 호의> 속 호의를 베풀 자격이 있는 중산층 남자 기명을 연약한 한 남자가 집요하게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잘 생각해보세요. 누구한테 원한 산 거 없는지.'(34쪽) 후배의 말로 기명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되돌아봐야 할 상황에 처한다. <이윽고 밤이 다시>의 마을버스 운전기사 장이수는 "내가 누구인지 생각해내야 할 거야."(132쪽)라는 잘못 걸린 전화의 목소리에 낚여 제 과거를 맨정신으로 마주봐야 한다. 어플 상대방에게 사진을 보낸 것부터 은행에 근무하던 시절 고의로 끝도 없는 서류 제출을 요구해 민원인에게 굴욕감을 준 것까지. 폭력과 복수 없이도 인생은 서스펜스가 될 수 있다. '지난 일들이 긍지가 되지 않는 사람들'(183쪽)의 '미움과 원망 같은 것으로 근근이 이어지는'(144쪽) 어떤 인생은 그 자체가 소설이 되기에. 적재적소에 놓인 경제적인 문장으로, 밀도와 압력으로, 고요한 박력으로 밀고나가는 날렵하면서 가여운 인생사 서스펜스. 편혜영의 세계로 초대한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우리 할머니는 집에서 돌아가셨다. 그때 꼭 이런 냄새가 났지. 한평생 뭘 하며 살았건 죽어가는 사람한테서는 똑같은 냄새가 난다. 그게 이상하지 않니, 무진아?"
<냉장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