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그 이후엔 무엇이 있을까? '압착되고 작아지고 왜곡되던 블랙홀은 결국 종말을 맞는다.' 이것이 블랙홀에 관한 기존의 가설이었다. 하지만 카를로 로벨리는 이 종말이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블랙홀이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최소 크기에 도달하면 양자 터널을 통해 다른 세계로 양자 전이한다. 이 다른 세계가 화이트홀이다. 블랙홀로 들어간 것들은 화이트홀을 통해 빠져나와 태양과 다른 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이 환상적이지만 어려운 이야기를 카를로 로벨리는 이번에도 역시 우아하고 단정한 말하기로 풀어낸다. 소설 같은 이야기, 아름다운 과학적 가설. 그가 들려주는 공간과 시간, 존재와 소멸, 블랙홀과 화이트홀에 관한 이야기는 이 까마득한 우주와 그 속의 우리를 망망한 기분으로 고찰하게 한다. 로벨리만이 들려줄 수 있는 블랙홀 가이드.
- 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우리가 사건의 지평선을 향해 가는 모습을 아버지가 지켜본다면, 그는 우리 쪽의 시계가 점점 느려지는 것을 보게 될 겁니다. 우리가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빛이 아버지에게 도달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빛은 중력에 붙들려 지평선 근처에 머물다가 떠납니다. 아버지가 우리를 계속 지켜본다면, 지평선 근처에서 우리 삶의 순간들이 점점 더 느려지다가, 결국 지평선을 넘기 전 마지막 순간에 멈춰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13세기 초 칭기스 칸의 제국이 등장한 이후 14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200여 년 동안, 몽골제국의 역사는 그 자체로 세계사였다. 그 시기 존재했던 유라시아의 거의 모든 민족·국가들은 몽골제국의 직·간접적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제국의 영향 아래 전쟁과 교역, 외교 교섭과 선교 활동 등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며 정치·문화적으로 연결되어 갔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일 칸국의 재상 라시드 앗 딘은 칸의 명령으로 몽골제국을 통치했던 여러 군주의 연대기를 종합하고 제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몽골 초원과 실크로드, 중국, 인도, 아라비아, 페르시아, 투르크, 유럽 등 모든 국가와 민족의 역사를 집대성한 <집사>를 편찬하였는데, 가히 ‘세계 최초의 세계사’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은 것이었다.
13~14세기 세계사의 핵심이자 기축이었던 몽골제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집사>의 사료적 가치는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나, 페르시아어 원본의 난해함과 방대한 분량 때문에 대중은 물론 연구자들의 접근도 쉽지 않았다. 그러한 가운데 중아유라시아사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김호동 교수는 21년간의 대장정 끝에 러시아어(1858년)와 영어(1998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한국어 완역본을 출간하여 한국어 독자들이 몽골제국사에 접근하는 길을 넓혔다. 그리고 <집사> 완간 이후 교양 독서인들에게는 방대한 분량과 전문적 내용에 질리지 않으면서도 원서의 감동과 희열을 전달하고, 초보 전문가들에게는 원서 전체로 나아가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축약본을 집필하기 시작하였으며, 마침내 400여 페이지로 압축된 이야기에 상세한 지도와 계보도, 사진 등 풍성한 시각 자료를 더한 <몽골제국 연대기>를 완성하였다. 이로써 한국어 사용자에게는 몽골제국이 남긴 최초의 세계사에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독자로써 이러한 호사가 더 있을까.
- 역사 MD 박동명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탄탄한 구성으로 여러 좋은 어린이책을 출판해온 만만한책방 출판사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만만한수학> <만만한국어> 시리즈의 뒤를 잇는 새로운 시리즈를 펴냈다. 환경 위기에 놓인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구 생태 시리즈 <지구를 생각한다>, 그 첫 권으로 플라스틱을 다룬다.
자주 접하게 되는 대부분의 환경책들은, 인간에 의해 오염된 지구의 심각한 상황을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거나, 오염된 환경 복원을 위해서 오염 물질의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맥락의 내용으로 흐른다. <뿔라스틱>은 뿔난 뿔라스틱의 시점에서 재치 넘치는 스토리를 펼쳐간다. 귀여운 그림과 그림 옆의 재미난 깨알 대사마저 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베개, 우산, 기저귀, 우주복 등,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수많은 물건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플라스틱을 누가, 어떻게 탄생시켰는지 등, 사실적인 정보를 쉬운 언어로 슬쩍 슬쩍 들려주기도 한다. 이 책이 특히 신선하게 느껴지는 지점은 바로, 뿔라스틱의 마지막 대사 한 줄에 있다. 인간의 삶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버린 자신들을 함부로 사지도, 버리지도, 쓰지도 말라고 말하며 외친다. "당신의 '반려 플라스틱'이 되고 싶습니다!"
- 어린이 MD 송진경
<생의 이면> <사랑의 생애>의 작가 이승우가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한 산문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실로 오랜만에 깊은 사색의 글로 돌아왔다. 책은 총 열두 꼭지로, 각 꼭지에는 다양한 문학 작품들에 대한 작가 이승우만의 감상이 빼곡히 실렸다. 성경에서부터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까지, <오디세이아>에서부터 본인의 작품인 <소설가의 귓속말>까지.
소설가 이승우는 이 책을 통해 책을 읽으며, 또 지으며 느낀 감정들을 마구 풀어놓는다. 그의 그런 행위는 고요하지만 열정적이고, 지극히 사적이지만 또 반대로 매우 적극적인 자기표현이다. 소설가가 자기 방식으로 풀어낸 문학과 삶은 그것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문학적 세계를 창조하게 한다. 이승우의 세계를 기다려왔던 모든 독자들에게 아주 멋진 경험이 될 책이다.
- 에세이 MD 도란
이 책의 한 문장
우리는 문장으로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문장으로 표현합니다. 내가 하는 생각은 내 안에서 나온 것이고, 그러니까 내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지만, 그러나 그 생각은 어떤 문장의 작용 없이는 태어날 수 없는 것이니 온전히 내 것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이끌려나와 모습을 보이기까지 그 생각이 내 안에 있었는지조차 모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