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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일기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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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눈에 마지막 점을 찍어라."
트렌드 코리아 2024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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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말은 중국 남북조 시대 남조 양(梁)나라의 화가 장승요의 고사에서 비롯하였다. 장승요가 금릉에 있는 안락사라는 절에 네 마리의 용을 그리면서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를 기이하게 여겨 묻자, 화가는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용이 하늘로 날아가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사람들이 그 말을 믿지 않자 장승요는 네 마리 용 가운데 두 마리의 눈에 점을 찍어 눈동자를 완성하였고, 이내 두 마리 용이 승천하여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은 두 마리만 남았다고 한다. 이후 ‘어떤 일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온 세상이 챗GPT와 AI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우리 삶의 변화는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었음에도, 자연어로 소통 가능한 인공지능의 등장은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 들어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를 확정한 날 저녁, ‘트렌드코리아 팀’은 챗GPT에게 2024년 대한민국 소비트렌드를 물었다. AI가 뽑은 8가지 키워드를 본 저자 김난도 교수의 개인적인 소감은 ‘안도’였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채울 수 없는 창의의 영역이 아직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내놓은 비슷비슷한 결과물 속에서 어떤 ‘휴먼 터치’가 마지막에 더해졌느냐에 따라서 그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로, ‘화룡점정’이다. 2024년 청룡의 해, 용의 승천을 완성할 마지막 점정(點睛)을 준비하고 있다면 올해도 <트렌드 코리아>를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 경제경영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만이, AI가 작업한 용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의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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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노벨문학상 아니 에르노의 사회 탐구 기록"
바깥 일기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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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근교의 신도시 세르지퐁투아즈로 이주한 아니 에르노는 충격을 느낀다. 과거의 기억을 오롯이 간직한 고도에서의 삶에 익숙했던 작가에게 무(無)에서 솟아나 그 어떤 기억도 갖고 있지 않은 신도시의 콘크리트 단지는 무언가 이질감과 소외감을 자아낸다. 그 쓸쓸한 기분이 긍정적인 자극으로 다가오게 된 것은 작가와 마찬가지로 그곳으로 이주해온 사람들과 어우러지면서부터였다. 새로운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 작가는 이들이 일상을 보내는 구체적인 장소와 방식에 이끌린다.

전철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주고받는 말들, 슈퍼마켓에서 저마다의 쇼핑카트에 담긴 것들, 레스토랑에서 모처럼 비싼 음식을 주문하거나, 일터에서 굴욕을 삼키는 경험. 그 안에서 작가는 사회의 욕망과 욕구 불만, 폭력과 수치, 계급과 불평등이 은밀하고도 적나라하게 녹아 있는 것을 본다. "너무 익숙하거나 흔해서, 하찮고 의미가 결여된 듯 보이는 그 모든 것" 안에 한 시대의 순수한 인간적 진실이 있다는 것을. 그렇게 에르노는 "집단의 일상을 포착한 수많은 스냅 사진을 통해 한 시대의 현실에 가닿으려는 시도"로서 주변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채집하여 '외면 일기'의 형식으로 기록하는 사회 탐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 일환으로 1985년부터 1992년까지의 기록 <바깥 일기>와, 1993년부터 1999년까지의 기록 <밖의 삶>이 탄생했다. 한 사회를 꿰뚫는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한 문장
지성인이라는 것, 그것은 또한 노동으로 성이 나거나 망가진 두 손을 떼어 내버리고 싶은 욕구를 겪어 본 적이 결코 없음.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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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면 좀 어때서. 요시타케 신스케의 유쾌한 딴생각"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이소담 옮김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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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어른 모두를 사로잡는 그림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작품은 매번 웃음과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작품을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의 머릿속이 궁금해진다. 새롭게 출간된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상의 세계를 유영하는 작가의 '엉뚱한 생각 기록장'이라고 볼 수 있다.

길을 걷다가, 운전을 하다가, 쇼핑을 하다가, 화장실에서, 식당에서, 심지어 잠들기 전까지. 작가는 시시때때로 엉뚱한 생각에 빠져든다. 그리고, 다양한 상황 속 엉뚱하고 유쾌한 스토리를 귀여운 그림과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재치 넘치는 글로 보여준다. 무려 90가지나 되는 에피소드는 대부분 한 페이지에 담겨 있어 읽기에 부담 없고, 단시간 내 생각의 환기가 필요할 때 제격이다. - 에세이 MD 송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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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이후에도 삶은 이어지고"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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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이후 8년 만에 만나는 임솔아의 장편소설. 삶은 최선의 순간 이후에도 이어진다. 가장 빛나던 시절이 가고 사랑과 투쟁의 목소리가 흐려진 자리,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는 한 전시장에서 만난 네 여성의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화영은 장애 등급을 받지 못했고, 스스로의 '장애'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여자인 친구들을 흉내내며 정체성 사이에서 겉돌던 우주는 오래 함께 한 여자친구 선미와 자주 싸우고 있다. 사이가 나쁜 부모에게서 독립하기 위해 빠른 취업을 택한 보라는 스테이크와 담배를 팔았고, 이제 다른 사람의 몸에 알밤을 타투로 새긴다. 그리고 이들의 가장자리 어딘가에 선 정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정수는 본연의 희미함 그대로 그들의 이야기 언저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빛나는 사람들과 빛나는 장소에서 빛나는 것을 이야기하던 시간이 지나도 우리는 삶을 계속할 수 있다. 장애인으로서 자신이 사회에게 받아야 할 것을 정의롭게 요구하던 석현의 얼굴이 남자친구로 나의 옆에 설 때는 다른 모습일 수 있고, 나를 학대하던 상사도 다른 포지션에선 너그러운 말을 할 수 있으며, 서로의 취약함을 돌보기 위해 함께 대열을 이뤄 싸우던 사람들도 상대방을 소진시키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임솔아의 소설은 기만을 고발하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대신 그저 곁에 서는, 더 좁고 어렵고 윤리적인 길을 택한다. "얼결에 우주도 그 곁에 섰다. 곁에 계속 서 있는 것. 그것이 보라가 말한 싸움이었다."(145쪽) 깊은 결심 없이, 큰 희생 없이, 뭉근하게 데운 와인 한 잔 정도의 온기로도 혁명이 계속될 수 있음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삶 속에서 종종 이 소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

이 책의 한 문장
직접 겪은 일이냐고 사람들은 물었다. 정수는 고개를 저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나는 가장자리 어딘가에 서있었다고, 정수는 말했다. 그 장면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의 침묵을 듣고 있다가 정수는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