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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은의 언덕 검은 달 1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시장으로 간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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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판타지 문학의 정상, '십이국기' 시리즈"
백은의 언덕 검은 달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외 옮김, 야마다 아키히로 일러스트 / 엘릭시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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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나라로 이루어진 세계를 무대로 한 '십이국기' 시리즈는 1991년 처음 독자를 만난 이후 2023년 현재 누적 판매 부수 1천만 부를 돌파하며 일본 최고의 판타지 소설로 꼽히고 있다. 고대 중국 사상을 기반으로 한 치밀한 세계관, 심지가 굳고 당찬 주인공들을 비롯한 매력적인 등장인물, 시대와 권력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십이국기 세계에 오게 된 평범한 고등학생이 십이국 가운데 하나인 경국의 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1권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에서 대서사의 막이 열렸고, 8권 <황혼의 기슭 새벽의 하늘> 이후 일본 현지에서 18년 만에 출간된 9권 <백은의 언덕 검은 달>이 드디어 국내에 상륙했다. 일본 판타지 문학의 정상에 우뚝 선 시리즈가 펼쳐 보이는 경이로운 세계로 떠나보자. - 소설 MD 권벼리
'십이국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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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문호에게서 훔칠 수 있는 것들"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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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 수상 작가 조지 손더스는 시러큐스 대학에서 25년간 창작 강의를 해왔다. 그의 수업에선 톨스토이, 고골, 체호프 같은 러시아 대문호들의 작품을 읽고 이들에게서 무엇을 훔칠 수 있는지를 논의한다. 여기서, 배 아픈 소식과 기쁜 소식이 있다. 먼저 배 아픈 소식은 이 흥미로워 보이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이가 오직 1년에 6명 선발되는 젊은 작가들 뿐이라는 것이다. 소수 정예의 작가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러시아 문학을 맛보고 즐긴다... 솔직히 있는 줄도 몰랐던 수업이지만 설명을 들은 이상 부러워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영미문학계의 천재"라는 찬사를 듣는 조지 손더스가 여러 작품들을 어떻게 해부하여 취할지 궁금한 건 당연하다. 반전의 기쁜 소식은 이 수업의 내용이 25년 만에 갈무리되어 우리에게도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책은 아마도 그가 실제로 강의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수업에서 우리는 러시아 단편 7편의 전문을 함께 읽는다. 손더스는 우리에게 이 작품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으로 읽도록 하기도 하고 한 장, 두 장씩 끊으며 그때 그때 필요한 설명을 덧붙이기도 한다. 고골의 <코>, 체호프의 <구스베리>, 톨스토이의 <주인과 하인> 등을 그와 함께 읽으며 우리는 러시아 거장들이 쓰는 방식에 대해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오직 작가만을 위한 수업은 아니다. 책의 부제에 "쓰기를 위한 읽기 수업"이라 표현했듯 쓰기 뿐 아니라 더 잘 읽기를 원하는 독자에게도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을 내용이다. 대문호들에게서 훔칠 것을 찾기 위해선 날카로운 해부가 우선이니, 당연한 일이다. 총 600 페이지가 넘어가는 두툼한 책이지만 미리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명강의들이 가진 미덕, 매끈한 흐름과 촘촘한 재미가 빠짐없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 인문 MD 김경영
책 속에서
모든 이야기는 누군가가 서술하며, 모든 사람에게는 관점이 있기 때문에 모든 이야기는 잘못 서술된다(주관적으로 서술된다). 모든 서술은 잘못된 서술이니, 고골은 말한다, 기쁜 마음으로 잘못 서술하자. _<코>, ‘진실로 들어가는 문은 이상함일 수도 있다’ 중에서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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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그악스러운 사랑"
러브 몬스터
이두온 지음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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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인회는 젊고 잘생긴 남성 수영 강사에게 "남편이 바람을 피워요."라고 고백한다.
- 대학에서 제적을 당한 엄지민은 불치병에 걸린 후 실종된 엄마 염보라의 행방에 의구심을 품는다.
- 염지민은 엄마 염보라를 찾기 위해 등록한 수영장에서 엄마의 불륜남인 오진홍의 아내, 허인회와 마주친다.
- 허인회는 수영강사에게 줄 '떡값'을 강제로 받아내기 위해 찾아간 염지민의 집에서 자신이 납치했던 소녀인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370쪽 이상의 두툼한 소설의 1/6지점, 60쪽까지 전개되는 사건이 이 정도 분량이다. 어지간한 소설이면 한 권을 마무리하는데 충분할 갈등이 연속으로 질주하며 '대단히 괴이하고 소름끼치는'(이경미 감독) 사랑 이야기가 곁가지로 뻗어 나간다. 수상한 과거를 지닌 젊은 수영강사가 낙후된 수영장을 붙박이로 다니는 신경질적인 나이 든 여자들에게 수영 강습을 하는데, 이 정체 모를 여자들을 태운 승합차가 교회의 문을 열면, 이야기는 다른 장면으로 접어든다.

사랑하지 않으면 죽어 마땅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 나를 위해서 죽어준다면 그를 사랑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그악스러움을 보면 "미쳤구나. 사랑에 완전히 돌아버렸어."(273쪽) 탄식이 나온다. '호떡처럼 불타는 얼굴'로 묘사되는 사랑, 이 뛰는 심장이 사랑 때문인지, 정신병 재발 때문인지 구분되지 않는 사랑. 그 사랑을 이두온은 쓴다. 끼익끼익, 덜컹대며 열리는 녹슨 수영장 문처럼 문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난다. 동의하지 않더라도 멈추기는 쉽지 않다. "내가 이 여자들과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건가."(325쪽) 탄식하며 이 수영장에 몸을 던질 밖에. <시스터>로 미야베 미유키의 주목을, <타오르는 마음>으로 정유정의 주목을 받은 작가 이두온의 장편소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오전 열시 이십분은 수작을 부리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이 책의 한 문장
분명한 사실은 사랑이 결코 그가 기대한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애정 관계라는 것은 그 안으로 들어가려 하면 할수록 장벽이 올라가고 포가 날아오는, 사람을 고독한 전시 상태로 몰아 넣는 어떤 것으로, 사랑이 그를 외로운 죽음에 이르게 하리라는 사실을 조우경은 어렴풋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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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가해자의 감형 패키지 구매"
시장으로 간 성폭력
김보화 지음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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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나 온라인 카페, 지하철 역사 등에서 성범죄 가해자 변호 광고를 심심찮게 마주친다. 그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은 성범죄 가해자들은 대체로 비슷한 절차를 밟는다. 반성문, 탄원서, 무고죄와 명예훼손으로 피해자 역고소... 성범죄 사건 기사들만 봐도 이 단어들은 단계별로 착실하게 나타난다. 이런 구조는 어떻게 생겼으며 어째서 생겨나게 되었을까. 젠더폭력연구소 소장 김보화는 피해자와 활동가, 변호사의 인터뷰를 통해 성범죄 가해자 지원 산업의 실태를 책에 담았다.

성범죄 전담 로펌이 우후죽순 생겨나게 된 배경부터 헌혈, 정신과 치료, 봉사활동, 여성운동단체 후원금 납부 등 납득할 수 없는 감형 사유와 피해자 역고소 전략까지, 책은 성범죄 재판의 총체적인 비합리를 진단한다. 법시장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합리적 소비자가 되는 동안 피해자는 2,3차 가해를 버텨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망가진 구조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가 져야 하는 꼴이다. 시장 논리가 잠식한 법에서 공공성과 윤리를 살려내야 한다. 책은 일본과 독일 등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 등을 예시로 들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 설정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리 사회의 거대한 변화가 어느 지점에서 걸려 넘어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짚고 있는 책이다. 미투 운동 등의 힘을 빌려 겨우 짜낸 피해자들의 용기가 법 앞에서 좌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제도의 변화가 절실하다. 피해자 입장의 절절한 법정 싸움을 기록한 책,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와 함께 읽으면 성범죄 재판의 어그러진 현실을 더욱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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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 판결의 경우 피고인은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용서받지 못했지만, 가족과 지인 들의 재범방지 다짐, 피고인 누나의 단체 기부가 감경사유로 인정되었다. 성폭력의 법적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가 합의에 응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가해자의 감형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 판결들은 합의에 대한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심지어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한 경우에도 가해자의 “사회적 유대관계” 및 다른 사유들로 형을 낮췄다. 이것은 성폭력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 처벌에 대한 피해자의 의사가 고려되지 않고 있으며, 억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유들로도 가해자가 충분히 감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