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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는 착각 경성 기억 극장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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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의 위험성"
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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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금융인 포럼에 참석한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 질리언 테트는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연단에 오른 금융인들은 금융계의 혁신에 관해 논의하면서 온갖 방정식과 도표, 약어가 적힌 파워포인트를 다루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외계어처럼 들리는 그는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인류학을 연구했던 그에게 그곳 회의장은 자신이 연구했던 타지키스탄 산악 지대 마을처럼 낯설었다.

그는 인류학자다운 호기심을 발휘하여 외부인들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그들만의 단어로 소통하는 금융인들과 그들의 일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당시 신용파생상품을 둘러싼 금융시장이 너무나도 복잡해, 이를 완전하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는 신용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기사를 내보냈고, 금융인들은 크게 반발하며 그의 기사를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찾아왔다.

질리언 테트는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라고 말한다. 금융 위기 이전 금융계에서는 신용파생상품이 금융 제도 전반에서 리스크를 분산시켜 위험을 줄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그들의 반대편에는 여러 개의 모기지를 받아놓고 갚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인들은 실제 현장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다. 그는 금융 엘리트의 눈이 아닌 인류학자의 렌즈로 이 사태를 바라봤다면 리스크와 내부 모순을 사전에 진단하고 해결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한다.

비단 금융위기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후변화와 전염병의 대유행, 인종차별주의, 광적으로 치닫는 SNS, 정치 분쟁까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종잡을 수 없는 다양한 사건과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인간과 사회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낯선 진실을 발견하는 인류학자의 사고법, 인류학적 시각이 필요한 이유다. - 경제경영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화성인이 갑자기 이곳에 착륙해서 주위를 둘러본다면 무엇을 보게 될까? 나는 낯익어 보인다는 이유로, '낯설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로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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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에 대한 환상을 벗겨내면"
가짜 노동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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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불쾌감이 들 수도 있다. 나의 노동이 가짜라는 말을 들으면. 내 생활 중 대부분의 시간을 아무 의미 없는 일에 헌납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파도처럼 밀려오는 참조 이메일, 상대가 듣고 있는지 파악도 잘되지 않는 회의, 기계처럼 처리하는 반복적 서류작업으로 바빴던 하루의 끝 '오늘 내가 뭘 했나' 물었을 때 딱히 대답할 거리가 없음을 깨닫고 멍해진 적이 있다면, 이 설득력 없는 피로와 분주함을 의심해 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정치적 성향이 반대인 두 저자는 합리성에 대한 믿음 위에 세워진 가짜 노동의 굴레를 분석한다. 세상을 보는 시각은 서로 다른 이들이지만 현대사회가 고집하는 근로의 판타지에 커다란 모순이 있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한다. 저자들은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의 노동을 시간 기준으로 책정하는 일, 그 시간을 때우기 위해 만들어내는 움직임들, 노동이 실제로 창출하는 성과와 상관없이 바쁘고 능력 있는 회사원으로 보이기 위한 업무들을 모두 가짜 노동으로 정의한다. 책에서 밝히는 여러 데이터와 인터뷰에 따르면, 상상 이상으로 많은 일들이 가짜 노동에 해당된다.

가짜 노동은 단지 시간 낭비일 뿐 아니라 개개인의 자존감과 존재 자체에 타격감을 주기에 인간 삶의 근본을 무너뜨린다. 지친 사회의 활력을 다시 깨우는 일은 무의미한 노동의 쳇바퀴를 과감하게, 종종, 멈추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언제나 바쁜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현대 사회의 거대한 연극, 그 기만을 깨야만 더 많은 혁신과 진짜 삶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가짜 노동에 대한 고발로 실제로 덴마크 전역에 유의미한 변화를 몰고 왔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거대한 변화의 시발점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천한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집에서 일하게 된 사람들은 더 이상 예전처럼 많은 훼방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략) 모두 뭔가 하느라 늘 바빠 보여야 했던 일터에서는 상상할 수 없던 방봉, 예컨대 창문을 내다보며 생각을 가다듬는 행동을 해도 괜찮았다. 즉, 가짜 노동에는 관중이 필요했던 것이다. 관중이 없을 때 우리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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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억을 지우고 싶으신가요?""
경성 기억 극장
최연숙 지음, 최경식 그림 / 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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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는가? 비교적 온화한 일상을 보내는 평범한 사람에겐 지우고 싶은 기억은 마땅히 없을 것이다. 도리어 많은 기억들이 모여 자기 자신을 이룬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 또한 작은 기억 조각들이 모여 인간의 형태를 이룬다고 여긴다.

1945년 1월, 열두 살 덕구는 우연히 경성 기억 극장에서 일하게 된다. 사람들의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 주는 그곳엔 친일 행위를 한 교사, 군인, 순사 등이 방문해 괴롭고 부끄러운 기억들을 지우고 상쾌한 기분으로 극장 밖을 나선다. 우연한 계기를 통해 덕구 자신도 독립운동가를 밀고한 사실을 지웠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사실에 좌절하며 어떤 선택이 옳은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똑똑히 기억하고자 한 용기 있는 개인의 이야기를 과학적 상상력을 빌려 그려낸 이 동화는 기억에 대해,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계속 되묻게 해준다. 과거의 행동은 바꿀 수 없지만 기억하는 한 앞으로의 선택은 이전보다 나아질 수 있다. 제1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 - 어린이 MD 임이지
지은이의 말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해요. 그러려면 반드시 기억을 해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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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을 지옥에 빌려줬다"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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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메이스 형태로 세를 얻어 살았던 적이 있었다. 전세 계약자에게 월세를 내는 전전세 형태였는데, 이 계약이 적법한 것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리러하의 소설<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의 첫 목차를 보며 비슷한 질문을 만났다. "지옥은 법인으로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가"(9쪽) 할머니가 지옥에 세를 주는 바람에 할머니 맞은편 자리의 웬 남자(지옥 방문객)는 살아있을 때 본인이 남긴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다. 이 광경을 보며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지옥에 세를 줄 수 있을까?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된 후 종이책으로 독자를 만난<달러구트 꿈 백화점>처럼, 술술 읽히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해 신설된 '제1회 K-스토리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이다. 지옥 손님과 원주민 인간이 어우러져 발생하는 미스터리 로맨스 판타지. 심사위원인 소설가 김초엽이 "지옥에 세를 줬다는 매력적인 설정과 예측을 1도씩 빗나가는 전개가 몰입도를 높인다."라는 말과 함께 추천했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아침부터 밥맛 떨어지는 꼴을 봤다.

이 책의 한 문장
오징어 빨판 같던 그 동그라미들은 순식간에 하나하나…… 눈알의 형태를 갖추었고, 나는 그 시점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게 내가 ‘지옥’을 처음 만난 날이었다. 그것도 임차인으로서 세상에 나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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