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최신작, '비행'의 모든 것"
마법의 비행
리처드 도킨스 지음, 야나 렌초바 그림, 이한음 옮김 / 을유문화사
우리를 이 땅에 묶어두는 중력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 '비행' 능력을 가진 동식물과 인간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진화생물학의 시선으로 펼쳐진다. 날개의 기능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 공중에서만 생활하는 칼새, 날개의 효용이 다하면 물어뜯어 떼어내는 여왕개미, 지느러미를 휙휙 흔들어 활공하는 날치, 바람을 타고 여행하는 민들레 홀씨. 경이로운 자연에 감탄하노라면, 언제나 하늘을 나는 꿈을 꿔온 인류의 역사가 그 뒤를 잇는다. 이카로스의 깃털 날개, 천사와 요정의 날개부터 열기구와 비행기를 거쳐 우주선까지.
리처드 도킨스의 책이니 각잡고 읽어야 한다는 중압감은 내려놓아도 좋다. 자연스러운 연상에 따라 이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훌쩍 전환하는가 하면, 갑자기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도 불쑥불쑥 던져져서 작가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다. 어느 푸르른 주말,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아 읽다가 생각에 잠기기도 하다가 하늘을 쳐다보기도 하면서 책이 데려가는 대로 몸을 맡기기를 권한다. 어쩌면 독서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비행의 체험이 아닐까. 작가의 말처럼 "과학은 일상생활의 평범함으로부터 나선을 그리면서 상상력이 점점 희박해지는 높이까지 탈출하는 것"이므로.
- 과학 MD 권벼리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과학 자체를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영웅적인 비행이라고 여긴다. 문자 그대로 다른 세계로의 이주든, 낯선 수학적 공간을 추상적으로 날아다니는 마음의 비행이든 간에. 그 비행은 망원경을 통해서 저 멀리 멀어지는 은하를 향해 도약하는 것일 수도 있고, 빛나는 현미경을 통해 살아 있는 세포의 엔진실 깊숙이 잠수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는 거대 강입자 충돌기의 거대한 원형 통로로 입자를 가속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또는 장엄하게 팽창하는 우주의 미래로 나아가거나, 태양계의 탄생 이전으로 암석을 계속 역추적하여 시간의 기원 자체를 살펴보는 것처럼 시간 속을 날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