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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의 간식 전라디언의 굴레 헌책방 기담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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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신작"
라이온의 간식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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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평온한 바다 위, 폭신한 머랭 쿠키를 닮은 섬. 시즈쿠는 아름다운 섬에 자리한 호스피스 '라이온의 집'을 향한다. 갑작스런 말기 암 판정과 고통스러운 연명 치료. 버거웠던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그저 "따듯한 곳에서 매일 바다를 보며 남은 날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으로 이곳에 왔다.

지켜야 할 규칙을 묻는 시즈쿠에게 돌아온 유일한 대답은 "자유롭게 시간 보내기". 꿈꿔왔던 풍경과 따뜻한 사람들 속에서 시즈쿠는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게다가 '라이온의 집'엔 아주 특별한 간식 시간이 있다. 생이 끝나기 전에 꼭 한 번 더 먹고 싶은 간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시간. '간식'에 어린 저마다의 반짝이는 추억들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서로의 하루하루를 비춰준다. 정세랑 작가가 "우리가 잃은, 사랑했던 사람들이 빛이 된다는 것을 언제나 믿고 싶다."라고 추천하며 함께 읽은 책.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첫 문장
선창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행기가 파란 하늘에 새하얀 선 한 가닥을 그으며 지나가고 있다.

추천의 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얼굴들이, 계절이, 맛이 떠올라 기분 좋게 울게 된다. 유난히 귀여워해 주셨던 친척 어른의 호스피스를 방문했을 때, 그분이 웃으며 내밀었던 아이스바의 맛 같은 것들이 반짝반짝하게 되살아나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우리가 잃은, 사랑했던 사람들이 빛이 된다는 것을 언제나 믿고 싶다.
- 정세랑 (소설가)

《라이온의 간식》은 ‘죽음은 삶에 이어지는 다음 페이지일 뿐이구나’ 하는 담담함을 전해주었다. 산 자의 오만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려견 ‘나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뒤에 이 작품을 번역하면서 많은 위안이 됐다. 나의 삶과 반려견의 죽음은 한 권의 책에서 페이지를 달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니 슬픔이 덜했다. 마지막 페이지쯤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 테니까.
- 권남희 (일본문학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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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 중산층 사회> 조귀동 저자 신작"
전라디언의 굴레
조귀동 지음 /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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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차별의 문제는 낡았는가. 자주 언급되었지만 적극적으로 해결된 적 없는 문제는 낡은 것이 아니라 굳은 것이다. 호남 차별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굳었고, 그대로 방치되고 있기에 오히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이 책은 호남이 안고 있는 다층 다면적 문제를 "새삼스럽게" 하나하나 짚어 살핀다.

'전라디언', '홍어' 등 호남 지역인에 대한 멸칭은 호남인을 향한 인종주의적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 차별의 구조는 정치, 경제적 문제가 꼬여 있기에 설명하기가 간단치 않다. 조귀동 저자는 <세습 중산층 사회>에서 그가 성공적으로 해낸 작업, 실증적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번에도 한 겹 한 겹의 진실을 풀어낸다. 저발전, 불평등, 지역 거버넌스, 정치적 사건 등 그가 분석한 호남 차별의 문제는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혔다.

이 입체적 차별의 구조를 밝혀내며 책이 향하는 결론은 호남 내부에서 스스로 끌어올린 담론을 통한 '진짜 지역 정치'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문에서 저자가 지금 호남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결국 '한국에서 지방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라는 논점을 다루기 위함"이라 밝힌 문장과 수미상관을 이룬다. 호남 문제의 해결이 없이는 점점 커지는 지방 문제에 대한 접근도 요원할 것이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호남문제에는 오랫동안 이어진 저발전과 그로 인한 불평등, 지역차별로 형성된 강렬한 정체성, 중앙정치와 긴밀하게 연결된 지역 거버넌스 등이 복합적으로 꼬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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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주의자
나희덕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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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두 교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역을 맡은 조너선 프라이스는 자신이 침묵했던 어떤 시기에 대해 회상하며 눈을 감는다. "시체들을 실은 비행기는 바다로 갔지요 / 군인들은 시체를 철로 된 레일 토막에 묶은 뒤 / 천으로 싸서 바다에 던졌어요" (<묻다> 중) 나희덕의 시를 읽는 동안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Guerra Sucia'을 묘사한 영화 속 장면이 떠올랐다. 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기다렸나. 체르노빌에, 제주에, 바다 깊은 곳에. 폭력을 기록하는 3부의 제목은 이러하다. '두려움만이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

바이러스와 함께 2020년대가 시작되었다. 이제 나희덕의 시는 절멸을 상상한다. "한 송이 장미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 봄부터 소쩍새가 아니라 / 7에서 13리터의 물이 필요하단다" (<장미는 얼마나 멀리서 왔는지> 중) 시의 숫자를 통해 장미가 남긴 기나긴 탄소 발자국을 가늠하게 하는 시. 왜 우리는 지금 나희덕의 시를 읽을까. 표제작 <가능주의자>에 실마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가능주의자가 되려 합니다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어보려 합니다

4부는 '달리는 기관차를 멈춰 세우려면'이라는 제목과 함께 묶여 있다. 시집을 다 읽고 나면 긴 질문이 남을 것이다. 그 질문의 실마리가 될, 이 시를 엮은 시인의 말을 덧붙인다. 통증과 배고픔과 추위를 느끼는 영혼들 곁, "시는 영원히 그런 존재들의 편이다." - 시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나눅에게 문명인이란 어떤 존재였을까요
카메라와 필름을 가져와 자신을 찍어대는 사람들을
나눅은 아주 친절하게 대했지요
그들은 얼음 위에서 너무 약한 존재들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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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을 들려주시면 책을 찾아드립니다.”
헌책방 기담 수집가
윤성근 지음 / 프시케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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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서울의 어딘가에 원하는 책을 찾아주고 그 대가로 책에 얽힌 사연을 받는 헌책방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모은 사연들이 바로 이 책에 들어있고. 이건 반칙이다. 이 책을 열어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리고 나와 같은 마음으로 책을 연 독자들은 책이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책장을 넘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목과 배경만을 듣고 느꼈던 묘한 분위기, 그것이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책장 사이사이에 숨어있다. 자취를 감춘 책을 찾으러 다니는 사람들의 사연은 역시나 예삿일이 아니어서 읽는 순간순간 "이게 실화라니" 읊조리게 만든다. 역시 현실엔 소설보다 더한 판타지가 있다.

나는 보이는 현상 너머의 세계를 믿는 편이다. 특히 묵은 이야기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한 힘이 깃든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책이 삶의 특정한 시기에 자꾸 따라붙는 이상한 경험을 해본 이라면, 어떤 책이 자발적 의지를 가지고 나를 선택한 것 같다는 의심을 해본 이라면 이 책은 올겨울의 하룻밤을 즐겁게 채워줄 것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내 직업은 작은 헌책방의 주인이다. 표면적으로는 일단 그렇다는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중고책을 사고파는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책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김수영 시인이 오래전에 쓴 것처럼 “잠자는 책은 이미 잊어버린 책”이다. 그 책을 깨우는 사람만이 진짜 책 속의 이야기를 얻을 수 있다. 잠들어 있는 책을 깨워 그 속에 깃든 무한한 힘을 찾아낸다. 그게 바로 진짜 내가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