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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사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 뉘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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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가 전하는 희망과 기회의 이야기"
앞으로 100년 : 인류의 미래를 위한 100장의 지도
이언 골딘 외 지음, 권태형 외 옮김 /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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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세계가 운명 공동체라는 점을 새삼 상기시켰지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세계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책에도 수록된 '빛과 어둠'(200쪽)을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생생하다. 지구의 밤을 저속 촬영한 이 사진에는 낮처럼 환한 북미, 유럽, 한중일과 어두컴컴한 남미, 아프리카, 북한 등 오늘날 지구촌이 마주한 격차와 불평등이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책에 수록된 방대한 지도를 통해 우리는 세계 곳곳의 속사정을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는데, 책의 원서 제목처럼 우리에게 세계는 아직 미지의 땅 '테라 인코그니타'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앞으로 100년이라니, 정치인이나 정책 입안자의 일처럼 멀고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당장 내년의 경제가 어떻게 될지, 어떤 먹거리에 투자해야 할지 막막한 우리 기업과 개인들에게는 말이다. 그러나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 새로운 시장, 새로운 기회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지구촌에 대한 다양한 사진과 그래픽을 보는 즐거움을 넘어, 우리는 그 속에서 다가올 세상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구를 테라 인코그니타가 아닌 테라 코그니타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지도 속에 그 답이 있다. - 경영 MD 홍성원
이 책의 첫 문장
우리는 인류 역사상 대부분의 기간 동안,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말 그대로 전혀 몰랐다.

이 책의 한 문장
궁극적으로 팬데믹을 막는 것은 더 높은 울타리와 더 두꺼운 방호벽이 아니다. 팬데믹뿐 아니라 그 어떤 글로벌 위기라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시험에 든 것은 불평등한 세상에서 협력하려는 우리의 집단 의지이다.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우리는 미지의 바다로 나아간다. 이 책을 쓰는 우리는 지도를 활용해 더 나은 협력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 이 책의 서두에도 나열한 100개의 지도와 이미지가 새로운 통찰과 이해의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궁극적으로 그 지도와 이미지들은 희망을 준다. 자, 이제 21세기의 새로운 지도들로 들어가 보자. 그 지도들을 우리의 길잡이로 삼자.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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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뻔하지 않았던 여자들의 관계"
여자들의 사회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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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란 단어와 단어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여자들의 관계는 오랜 역사 동안 한두 개의 단어로 손쉽게 정의되어 왔다. 적이나 편 같은 것. 그리고 많은 다른 여자들처럼 나도 이것이 거짓말인 줄은 진즉에 깨달았다. 여중, 여고, 여대 사회는 관계의 거미줄로 빽빽했고 그중 어느 것도 단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숨 막힐 정도로 벅찬 관계들 속에서 멋짐, 슬픔, 우울, 억울, 충만, 기쁨,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매일매일 마주하며 인생을 채워왔다. 이 생생한 삶의 체험 앞에서 다른 이가 굳이 정의하려 하는 여성의 삶에 대한 진실은 무력했다.

여자들의 관계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이제야 적극적으로 조명 받기 시작하지만. 권김현영은 이번 책에서 대중문화에서 다룬 여자들의 사회를 탐구한다. 영화, 소설, 드라마, 예능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았거나 더 사랑받았어야 마땅했던 작품들을 '여자들의 사회'라는 분석틀로 흥미롭게 재해석한다. '윤희에게', '청춘시대', '고양이를 부탁해',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의 작품들에 등장한 인물들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행간마다 내가 겪어온 수많은 여자들과의 관계가 함께 피어난다. 캐릭터들의 얼굴과 내 삶에 발을 들였던 인물들을 나란히 떠올리면 왜 자꾸 뭉클해질까. 즐거운 예측 하나 하자면, 이 책을 읽고 모인 여자들의 북클럽에서는 밤이 새도록 이야기가 그치지 않을 것 같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어떤 일을 겪어도 나는 남자가 무서워지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는 생각했다. 내가 진짜 무서워하는 건 늘 여자였다고, 여자한테 미움을 받는 일에는 영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고.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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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지 않고 엉성하게 같이했으면 좋겠어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임솔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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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해될 위기에 처한 엉성한 독서모임이 망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건넨 말. "그만두지 않고 엉성하게 같이했으면 좋겠어요."(<마피아는 고개를 들어 서로를 확인해주세요>, 175쪽)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 나는 이 문장을 잘못 읽었다. '같이 했으면'이라고 '하다'에 중점을 두고 읽었는데, 다시 보니 '같이'했으면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하다'라는 구체적인 동작보다 '같이'라는 상태에 더 집중하는 소설이 도착했다. 임솔아의 두번째 소설집이 하는 이야기를 이 오독과 함께 말하고 싶다.

소설 <최선의 삶>과 시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을 건너는 사이, 임솔아 작가는 적극적으로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한 이들의 곁에 섰고, <눈과 사람과 눈사람>이라는 첫 소설집을 통해 싸움 이후를 견디는 이들에게 "이곳에 녹아들지 않아도 돼." 하고 다정한 말을 건넸다. 2016년의 고발 이후에도 삶과 문학과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은 지속된다. 평생 처음 자신의 책상을 가진 <초파리 돌보기> 속 원영에게 "이원영은 다 나았고, 오래오래 행복하다."(69쪽)는 문장을 선사하는 일처럼, <중요한 요소> 속, 촬영을 앞둔 이들이 "잠깐만 그럴듯하게 보이면 돼요."(81쪽)라고 서로 다독이는 것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작은 당분을 허락하며 계속 해나갈 순 없을까. 임솔아의 소설은 '작고 오랜 시도'를 계속하며 묻는다. 단호함과 온기가 동시에 가능할 수도 있다. 임솔아의 소설이 그렇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고양이들이 유리문에 엉덩이를 기대고 있었다.

이 책의 한 문장
보기 싫은 면은 서로 좀 안 보고 지내도 되고, 좀 건너뛰고 대충 살 수도 있는 거죠. 그게 어때서요. 대충 때문에 제가 지금껏 버텼는데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너무 꼼꼼하게 곱씹어도 사람이 돌아버릴 것 같거든요. 그렇지만 그만하고 싶다는게 뭔지도 잘 알아요. 제가 그 마음 몰라주면 누가 알아주겠어요, 하핫. 책을 마지막 장까지 읽는 것만 독서는 아니니까. 그만두지 않고 엉성하게 같이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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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보듬어주는 성동혁 시인의 시 같은 산문"
뉘앙스
성동혁 지음 / 수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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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난치병 환자로 병동에서 긴 시간을 보냈고 여전히 투병 중인 성동혁 시인은 스스로 '많은 불가능' 속에서 살고 있다고 고백한다. 한 번 기운을 내면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쉬어야 하는 그이기에 오랜 기간 동안 긴 호흡으로 산문을 다듬고 다듬어 드디어 독자들에게 이 책을 건넬 수 있게 되었다.

홀로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 신의 존재를 감각한다. 병상에 누워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가족과 친구들이 자신 몰래 흘린 눈물을 타인을 통해 전해 듣고 그들의 슬픔을 가늠한다. 마스크 쓰고 긴장 속에 다니던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팬데믹 시대를 가까스로 견디고 있을 수많은 이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병원에서 태어나 병원에서 떠난 아이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가만히 시로 옮겨 적는다. 시인은 그의 첫 산문집 <뉘앙스>에 감각하고 마주하고 경험해온 그 모든 것들을 시 같은 산문으로 단정히 담아낸다. 아픔과 불안과 슬픔 가운데서도 삶의 작고 희귀한 것들을 살피는 다정함이 모든 문장에 아름답게 배어 있다. - 에세이 MD 송진경
추천사
그의 글은 맑고 다정하고 어진 사람의 눈을 마주 보는 일 같다. 청명한 가을 햇빛 아래에서 고개 숙여 내 그림자를 바라보는 일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으로 안아주는 일 같고 이름도 모르는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 같다. 이 시인은 알까. 자신의 귀한 글이 어떻게 다른 이들의 영혼을 일깨워주고 보듬어주는지, 자신의 글에 담긴 마음이 얼마나 강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따뜻한 포옹 같고, 내 아픔에 같이 울어주는 친구 같은 이 책이 세상의 곳곳에서 작은 구원을 가져다주리라고 나는 믿는다. - 최은영 (소설가)

이 책은 ‘울지 않는 슬픔’이 ‘우는 슬픔’보다 더 슬프다는 것을 아는 자의 찬 독백이다. 그의 슬픔은 차고 맑다. 문장은 첫눈 같다. 책장을 넘기면 아름다운 말들이 녹아내릴 것 같다. “무엇이든 나는 얇아지고 있어요. 하얀 구름 같은 게 뜯겨나가는 걸 느껴요.”라고 그가 말할 때, 나는 잠깐 순도 높은 ‘슬픔의 결정(結晶)’을 손에 쥐어본 듯한 기분이 든다. - 박연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