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문득 깨닫는 순간이 있다. 과거의 내가 지니고 있었던 무언가가 사라졌으며 그것으로부터 이미 너무 멀리 떠나왔음을. 삶이 지금과는 달랐던 시절, 불안한 미래가 두려운 동시에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고 여기며 하나로 고정되지 않을 미래를 찬미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나 속해 있을 것이라 믿었던 그 세계는 서서히 멀어지다 느닷없이 닫혀버렸고, 그렇기에 더욱 찬란하고도 쓸쓸한 빛을 발하고 있다.
"가끔은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매달려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그걸 놓아버리기가 너무 힘들어." <사라진 것들> 속의 인물들은 저마다 소중한 무언가를 상실했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한다. 더욱이 자신과는 달리 멈춘 시간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듯한 이들을 만나는 날이면, 나쁘지 않다고 여기던 현재의 삶에 깊은 우울이 드리운다.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에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는 때도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과 그 자리에 새롭게 찾아오는 것들에 대하여. 소설은 그 빈 자리를 지키며 가만히 위로의 시선을 건넨다.
- 소설 MD 권벼리
추천의 글
『사라진 것들』의 인물들은 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시간에 말을 건다. 그들에게 기억하기는 상실을 감내하며 사라진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자 끊임없이 자기를 바라보는 과정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기억하는 행위가 현재에서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과거에서 현재를 조망하는 일이라고도 느꼈다. 과거의 자리에서 바라볼 때만 드러나는 낯선 지금은 우리가 피하고 싶은 자기 자신을 대면하게 한다. 문학이 줄 수 있는 자기 발견의 기쁨과 고통을 앤드루 포터만큼 잘 그려내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좋은 책은 독서가 끝나고 자기만의 글을 쓰고 싶게 한다. 나에게 『사라진 것들』은 다시금 ‘나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책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더는 외면하고 싶지 않은 이에게, 자기 이야기를 재발견하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그의 차기작을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 최은영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작가, 소설가)
이 책에는 커다란 역설이 담겨 있다. 어떻게 우리의 삶은 이토록 확고히 그리고 편안하게 안착한 듯 보이면서도 이토록 완전히 그리고 절망적으로 길을 잃을 수 있을까? 포터는 우리의 내면에 깊이 숨겨진 감정들과 세월이 흐르면서 쌓이는 의심, 후회, 기억의 무게를 탁월하게 감각한다. 사랑, 상실, 크고 작은 패배, 그 모든 것들이 이 책 안에 결코 잊을 수 없는 방식으로 쓰여 있다. - 벤 파운틴 (소설가)
억압의 날들이 있었고 해방의 순간이 있었다. 억압은 가부장제, 자본주의, 그 속의 삶이었고 해방은 책이었다. 누구나 터질 듯이 꽉 찬 내면에 바늘구멍 같은 구원을 만나 겨우 다시 숨을 몰아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를 살린 숨구멍은 비슷한 괴로움을 안고 있는 다른 이에게도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은유가 매번 숨구멍이 되어 주었던 책들의 목록을 편지의 형식으로 건넨다. 당신도 살리고 싶다는 "간곡한 마음으로."
편지 하나에 한 권 이상의 책. 책과 삶에 관한 이야기가 다정하고 꼼꼼한 필체로 돌돌 풀려나온다. 은유의 글엔 늘 생활감이 잔뜩 묻어있다. 밥과 애, 사랑과 의무. 깔끔히 정돈된 집을 위해 보이지도 끝나지도 않는 노동을 해오며, 빚쟁이처럼 찾아오는 밥때를 챙기는 피로를 겪어내며 이 삶 밖의 자신을 갈구해온 사람의 글엔 무균실에서 거창한 고민을 하는 사람의 글에선 찾을 수 없는 절박함이 있다. 그 절박함이 해방으로 바뀌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가득 들었다. 그의 해방이 다른 이의 해방에 가닿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나도 해방을 우리의 언어로 삼는다. 비록 앎이 주는 상처가 있고 혼란과 갈등이 불거지기도 하지만, 무지와 무감각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의 무신경함이 누군가의 평화를 깨뜨릴 수 있으며, 적어도 약자의 입막음이 평화가 아님은 알게 되었다. 더디 걸리더라도 배움을 통한 해방은 내적 평안에 기여하고 낯빛과 표정을 바꿔놓는다고 믿는다. 해방은 평화를 물고 오는 것이다.
정석(定石) 바둑에서 오랜 시간 동안 연구되어 최선이라고 인정되는 일정한 방식으로 돌을 놓는 법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바둑을 둘 때는 착수의 규칙을 지키는 선에서 바둑판의 가로세로 각 19줄이 만들어내는 361개 교점 가운데 어느 곳에 돌을 놓아도 문제는 없으며, 두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우주에 존재하는 원자의 수보다 많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두며 연구한 결과 최선으로 받아들여지는 몇 가지 방법들이 정리되었고, 이를 정석이라고 부르며 바둑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기초적인 규칙과 함께 정석을 공부하며 바둑을 시작한다. 무한히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진 바둑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첫수부터 초반 10여 수 내외를 어떻게 두면 좋은지 고수들이 미리 연구하여 검증해 놓은 초반 가이드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시작하는 입문자는 물론이거니와, 중간에 방향성을 잃고 헤매고 있는 사람에게도 정석의 도움은 유효하다. 그리고 이는 바둑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내외의 다양한 변수에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투자의 세계라면 그러한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 500만 원으로 시작해 7년 만에 약 300억 원의 누적 수익을 거둔 ‘개미의 전설’ 유목민이 본인의 실전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어 투자의 ‘정석’을 정리한 이유다. 책은 주식에 대한 메타인지에서 시작하여 투자자의 마인드 셋, HTS 세팅, 기업 분석 등 주식과 시장에 관한 ‘기본 지식’부터 실전에서 갈고 닦은 ‘수익 감각’까지, 폭넓은 구성과 상세한 설명을 담았다. 투자자 개개인이 자기만의 관점을 정립하고 기본기를 제대로 다지도록, ‘재료, 차트, 거래량, 시황’의 관점을 통해 투자자의 펀더멘탈을 완성하도록 돕는다.
- 경제경영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지식이 얕은 사람일수록 자기가 아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고 합니다. 현명한 사람일수록 자기가 모르는 게 더 많을 수 있다는 가정으로 겸손하게 시장을 받아들입니다.
프랭크 허버트의 대작 <듄>에는 "SF 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역사상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친 SF"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이어진다. 여러 행성을 넘나드는 풍부한 상상력과 구조의 독창성으로 쌓아 올린 <듄>의 방대한 세계는 '스타워즈'와 '왕좌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수많은 콘텐츠의 영감이 되었고, 동료 작가와 학자들의 소설 비평과 팬들의 열띤 토론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 출신 전직 해군이었던 기자 허버트는 어떻게 <듄>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여 무수한 독자들을 매혹할 수 있었을까.
오리건에서 사막 확장을 통제하기 위한 생태 프로젝트에 우연히 참여한 허버트는 "사막이 무한히 확장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물음을 처음 떠올렸고, 그것은 아라키스의 구상으로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듄>의 집필을 시작하기 전, 허버트는 세계관 구성을 위해 6년에 걸쳐 200권 이상의 책을 독파하며 이슬람 신화부터 천문학, 생태학, 동양 철학, 선불교, 원주민의 부족 의식 등을 깊게 공부했다고 한다. <듄의 세계>는 그 책들의 면면을 비롯해, 프레멘 반란에 영감을 준 아랍 반란과 베네 게세리트의 모태가 된 허버트의 가톨릭 신자 이모들, 석유와 OPEC을 은유한 스파이스, 동시대 작가들과 허버트가 나눈 교류 등 작가에게 영향을 미친 온갖 요인들이 소설 속의 다양한 요소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행성별로 나누어 상세히 소개한 후에 <듄>이 촉발한 문화 현상을 살펴본다. <듄>을 만들어낸 모든 것을 총망라한 책.
- 소설 MD 권벼리
이 책의 한 문장
"크렘린, 펜타곤, 케 도르세, 샌드허스트와 같은 거대한 권력의 중심지는 본질적으로 부패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권력을 위한 권력을 탐하는 이들이 득실거리고, 그들 중에는 제정신인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
내가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시스템 그 자체다. 권력 구조는 권력을 원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 그들 중 상당수는 균형이 무너져 있다. 한마디로 미쳐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