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동안 이어온 문학동네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이 우주에 대해 다룬 5편의 동화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인간과 로봇, 외계인 같은 비인간 존재들 혹은 비인간과 비인간 간의 연결을 보여준다. 50년 전에 당첨된 복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할머니 (<반짝이는 별먼지>), 버려진 불모지 행성에서 자라난 이끼에게 이름을 붙이고 생명이 살아가는 방식을 깨달은 로봇 타보타 (<타보타의 아이들>), 친구에게 괴롭힘당하는 현우가 무아무아족을 만난 이야기...(<들어오지 마시오>). 지구에 발붙이고 있는 우리들과 떨어져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오히려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재환기 시킨다. 이 동화들이 말하는 단 한 가지가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온 우주가 네 친구"라는 사실.
SF는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SF는 비인간 존재들로 치환되는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다. 이 큰 우주에서 우리가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이 책의 다섯 이야기가 알려줄 것이다. 광활한 우주에서 번쩍이는 건 별 뿐만이 아니다. 우리도 큰 우주의 한 존재라는 사실이 즐겁다. 혼자라는 생각이 든다면 귀 기울여 우주의 속삭임을 들어보자.
- 어린이 MD 임이지
심사평
최근 아동문학장에서 가장 뜨거운 문학 장르는 SF다. 한 사회가 기존의 논리로는 설명 불가능한 지점에 도달하거나, 기존 논리로 도무지 돌파할 수 없는 어떤 벽에 부딪혔을 때 SF장르가 소환된다. 대체로 SF는 현실주의에서 벗어나 기존과 다른 세상을 상상할 때도 어떻게든 합리성의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또 다른 SF는, 합리적인 세계라 믿고 있던 현실 세계를 비합리성의 상상력으로 무너뜨린다. 어쩌면 우리는 비합리성의 상상력만이 합리적 세계라고 오인되고 있는 이 세계를 부서뜨릴 수 있으며, 그 자리에서 새로운 합리성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지 모른다. p.157
여성의 고통을 말하면 어느 한 쪽에서는 무조건 반사처럼 남성의 고통이 더 크다거나 여성의 고통은 거짓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런 사회가 되었다. <일하다 아픈 여자들>이라는 제목만으로도 이 책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일군의 집단이 아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약자의 고통을 없애는 대부분의 사회적 해결책이 결과적으로 모든 이에게 이로운 것과 같이, 일하는 여성의 고통을 없앨 방안을 모색하는 사회가 일하는 남성의 고통에 관심 없을 리 없다. 노동자의 몸들 간 차이에 관심 기울이는 작업장이 인간을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대하는 곳일 것이다.
책은 내내 그 지점을 강조한다. 비장애인 남성의 몸과 정신을 표준 노동자로 삼는 대부분의 일터에서 몸에 맞지 않는 규격의 안전 장비로 인해 더 다친 여성들을, 과도한 기준의 업무량을 소화하려다가 몸이 망가진 여성들을, 여초 직군에 부여되는 비정상적 압력을 감당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하며 책은 자본주의가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과도한 조건들을 따져 묻는다. 젊고 건강하고 빠른 남성 노동자만이 노동자로 승인받을 때, 대부분의 우리들은 다치거나 죽거나 이 악물고 참아내는 현실을 살아가게 된다. 비합리적이고 비현실적이다. 인간답게 일하기 위해선 모든 몸을 위한 일터가 필요하다.
- 사회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자본주의 사회는 오로지 노동자가 최대한의 이윤을 낼 수 있는 몸일 때 그 가치를 인정하고 대가를 지급한다. 우리가 여성의 산재를 이야기하는 목적은 일하다 다친 몸, 자본주의에서 쓸 만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몸이 어떻게 소외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부모라면 내 아이가 유치원, 학교, 학원 등에서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 한 번쯤은 궁금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느 날, 퇴근길에 학원에 들러 잠시 기다리는 동안 CCTV를 통해 아이 모습을 잠시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내가 아는 우리 아이가 저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집과 사뭇 다른 모습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그 이유를 물으니 아이의 돌아오는 말은 이랬다.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하면 남아서 다 할 때까지 집에 못 가요." 학교에 늦을까 봐, 준비물을 못 챙길까 봐, 숙제를 안 해서 혼날까 봐... 늘 조바심에 잔소리를 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고, 깨달았다.
'아이가 불편함을 겪게 되면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구나.'
전작 <자발적 방관육아>를 통해 수많은 학부모들로부터 공감과 응원을 받았던 저자가 이번엔 '자발적 방관육아 대화편'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로 돌아왔다. 저자는 잔소리하고 할 일을 대신해 주면 아이는 절대 스스로 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고 말하며 아이가 불편함을 겪게 되면 발생한 문제에 대해 스스로 해결하게끔 시간을 주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알아서 하라고 방치하는 육아가 아닌 알아서 할 수 있는 환경과 패턴을 만들어 주고, 1년만 말을 멈추고 아이를 정성스럽게 방관하자. 스스로 공부할 준비를 갖추고 스스로 맞는 학습법을 찾아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슬기로운 초등생활 이은경이 적극 추천했다.
- 좋은부모 MD 김진해
추천의 말
이 책은 "그래서 일상에서 어떻게 방관하라는 것인가?"에 대한 답을 주는 실전편이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시스템과 패턴을 가정 안에 조성한 뒤, 그 안에서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자유를 허용하는 자자의 섬세하고 친절한 노하우가 가득하다. - 이은경 (자녀교육전문가, '슬기로운초등생활' 대표)
서울 마포구 염리동에 자리한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 간판 대신 시간을 알리는 큼지막한 시계를 달아둔 매장 입구를 지나면 매일 다른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파는 특별한 매장이 나타난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메뉴만 400여 가지가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스크림 가게가 맞긴 한 데, 이곳에는 아이스크림 말고도 재미난 일들이 많다. 공식 SNS 계정에서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사연이나 방명록을 라이브 방송으로 소개하고, 오픈채팅방에서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녹기 전에 주주총회’가 열린다. 아이스크림과 무관한 악필 대회, 한 달에 한 번씩 손님들과 함께한다는 나무 심기 까지. 이쯤 되면 아이스크림은 거들 뿐, 아이스크림을 핑계로 모여 뭔가 재미난 작당에 더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에 도달한다.
이 흥미진진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함께 일할 동료를 찾기 위해’ 만들어진 채용 공고가 유명세를 얻었다. 채용공고에는 16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좋은 기분: 보다 나은 삶을 위한 접객 가이드’가 함께 공유되었는데, 지원자들뿐 아니라 손님,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 기획자, 마케터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이 공감을 표하고 책자로 소장하고 싶다고 연락해 왔다. 거래는 돈과 물건이 무미건조하게 오가는 것이 아니며, 인간은 늘 거래에서 모종의 마음을 함께 주고받았다는 저자가 말하는 ‘접객’은 단순히 제품을 전달하는 일이 아닌, 거래의 표면적인 목적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고 공명감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책은 손님에게 아이스크림뿐 아니라 좋은 기분을 팔고 싶다는 평소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과 일에 대한 태도를 촘촘하게 풀어낸다. 제품과 공간을 넘어 오로지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환대에 대한 이야기.
- 자기계발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보다 나은 삶이란 아이스크림 혹은 공간 하나에 의지할 만한 규모가 아닙니다. 그것은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지금 있는 자리까지 포함해 나와 관계하는 시공간 전반을 돌아보고 이것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현재인지를 가늠하는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