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7.22024
  • 츠츠츠츠
    이지은 (지은이) | 사계절 | 2024년 7월 "이지은 작가가 그리는 이상하고 다정한 세계"

    <이파라파냐무냐무>에서 마시멜롱과 털숭숭이의 우정을 위트 있게 보여준 이지은 작가 신작. <츠츠츠츠>는 전작의 바로 그다음 이야기를 다룬다. 칫솔도 선물로 받은 털숭숭이는 바다를 헤엄쳐 고향 섬으로 돌아간다. 육지에 이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털숭숭이 입안에서 마시멜롱들이 나타난다. 깜빡! 털숭숭이 입에서 잠이 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낯선 땅에 마시멜롱만 남겨둔 채 갑자기 쓰러진 털숭숭이. 이윽고 나타난 더듬이 한 쪽이 없는 분홍색의 큰 무언가가 "츠츠츠"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츠츠츠츠 츠르르츠츠……. 우리가 츠르츠르 군침이 돌 만큼 맛있겠다는 거야. 싸우자! 그런데 그런 말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 전 연령층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던 털숭숭이와 마시멜롱 앞에 나타난 츠츠츠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외형과 쓰는 언어, 행동 양식 모든 게 다른 두 존재가 만나 우정을 쌓았던 전작처럼 <츠츠츠츠>에서도 예기치 못했던 타자의 존재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생김새가 달라도 쓰는 말이 달라도 우리는 오해로 인해 꼬인 관계를 풀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지은 작가는 그런 이상하고도 다정한 세계로 우릴 매번 초대한다. 이번에도 털숭숭이가 사는 섬으로 다 같이 놀러 갈거지, 친구들아?

  • 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지은이) | 프란츠 | 2024년 6월 "음악이 삶의 이야기가 될 때"

    2024 서울국제도서전 화제작, 여름 첫 책으로 미리 독자를 만난 <음악소설집>이 서점에 도착했다. 파스칼 키냐르, 피에르 베르제 등의 책을 소개해온 음악 전문 출판사 프란츠가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에게 음악을 주제로 한 소설을 청했다.

    소설가는 삶에 음악이 스민 순간을 포착한 각각의 이야기로 화답했다. 김애란의 헤어진 연인들은 '러브 허츠'를 들으며 나눈 대화로 서로가 미묘하게 어긋난 그 순간이 헤어짐의 시작이었음을 지나고 나서야 안다. 김연수의 남자는 영천의 피아노 학원과 연인과 빠져나오던 노천극장의 밤길을 드뷔시의 '달빛'으로 기억한다. 윤성희의 여자아이는 자장가를 통해 엄마의 꿈에 들어서고 싶다. 은희경의 노인은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을 오직 악보읽기로 듣고, KTX 4인실에서 그의 동행이 된 사람들은 이 음악에 얽힌 각자의 기억과 함께 목적지로 향한다. 편혜영이 그린 엄마는 젊은 적엔 정미조나 산울림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 카세트테이프에 목소리를 남겨두었을 사람이다. 결정적인 순간 그곳에 음악이 있다.

    책 말미엔 음악이 소설이 된 순간에 대한 각 작가의 인터뷰도 실려있어 소설이 한결 풍성해진다. 1993년 활동을 시작한 김연수부터 2002년 활동을 시작한 김애란까지 20년 이상 소설을 써온 소설가들은 아름다운 책의 만듦새에 걸맞은 품위있는 소설로 멋진 하모니를 연주한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음악이 있을 것이다. 슬플 때 러시아 병정처럼 듣던 차이코프스키, 국도를 향해 차를 타고 달리며 재생한 페퍼톤스, 각자의 삶의 OST와 함께 소설은 삶을 악보에 수놓는다.

  • 마녀와의 7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양윤옥 (옮긴이) | 현대문학 | 2024년 6월 "히가시노 게이고 100번째 작품"

    AI를 활용한 감시 시스템이 강화되어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근미래의 일본. CCTV와 AI를 활용한 얼굴인식 시스템 덕분에 복잡한 수속 절차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에서 소년 리쿠마는 기이한 여자를 만난다. 멀리서 나무공을 굴려 정확하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것을 막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곤란에 빠진 리쿠마에게 정확하게 비가 멈추는 시간과 다시 내리는 시간을 알려주는 여자. 그날의 인상적인 만남 이후 친구 준야와 함께 아버지의 실종과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에 얽힌 진실을 추적하던 도중 그 기이한 여자 마도카를 다시 만난다. 마도카는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범행 장소와 시각을 정확하게 추리해 내고, 놀라는 소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아느냐고? 나니까 알아. 그 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어.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렇게 대답해둘까? 나는 마녀야.”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념비적인 100번째 작품이자, <라플라스의 마녀>, <마력의 태동>에 이은 라플라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데뷔 30주년 기념작으로 발표한 <라플라스의 마녀>에 이어 자신의 100번째 작품으로 라플라스 시리즈를 선택한 데에서 작가에게 이 시리즈가 지니는 애정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간 공학도 출신으로써 상상력을 가미한 SF에서부터 과학, 미스터리, 범죄 심리, 판타지 등 다양한 작품을 써온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는 ‘AI’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며 한층 거대하면서도 현실에 밀착된 시의성 있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모든 물질의 역학적 상태와 힘을 알고 분석할 수 있는 무한한 지성의 소유자 마도카의 쿨한 매력도 여전하다.

  • 어떤 동사의 멸종
    한승태 (지은이) | 시대의창 | 2024년 6월 "한승태 노동 에세이 시리즈 3권"

    한승태는 직접 노동하며 겪은 경험을 글로 써낸다. 몸으로 살아낸 현장으로부터 뽑아내는 글은 생생함의 정도가 다르다. 이렇게 말하자니 마치 맛집 요리에 대한 홍보 문구 같지만, 그의 글맛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전작에서 양돈장에서 일한 경험을 강렬하게 써내어 독자들의 찬사를 받은 그는 이번엔 근미래에 사라질 직업들을 말한다. 지난 시간 동안 그는 다음 일들을 거쳤다. 콜센터 상담, 택배 상하차, 뷔페식당 주방, 빌딩 청소.

    아무래도 해당 직무의 일상이 다이내믹하고 외부인은 모르는 고충이 클수록 글은 더 펄떡인다. 말인즉슨 이번 책도 독자 입장에선 실패가 없다는 뜻이다. 이 직업들의 일상적 고충들은 읽다 보면 어질어질하다. 그럴 때면 한승태의 유머감각에 정신을 뉘듯이 기대어 읽어나가야 한다. 웃음과 괴로움을 오가며 이 직업들의 실태를 하나하나 거치다 보면 노동과 인간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품게 된다.

    레이먼드 카버는 글에 대한 그의 취향을 이렇게 말한 적 있다. "저는 글쓰기에서 정직하지 않은 태도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 속임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전 정직한 이야기가 잘 서술된 걸 좋아합니다."(<레이먼드 카버의 말> 중) 카버의 취향을 속속들이 알진 못하지만 이 책이라면 그의 기준에도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지 않을까. 잘 서술된 정직한 이야기, 한승태의 글은 독보적이다.

7.52024
  • 대화의 힘
    찰스 두히그 (지은이), 조은영 (옮긴이) | 갤리온 | 2024년 6월 "상대와 소통했다는 착각"

    퓰리처상 수상 저널리스트 찰스 두히그의 <대화의 힘>은 8년 만에 출간된 화제의 자기계발서로, 다양한 분야의 '슈퍼 커뮤니케이터'들의 실제 사례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효과적인 대화 기술의 비밀을 밝히고, 경청과 공감, 신뢰 관계 구축, 효과적인 질문 기술, 갈등 해결 방법,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등을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이 책은 최악의 상황을 최고의 상황으로 반전시키는 대화 전략,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하고 공통점을 찾아내는 기술,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방법 등 독자들이 일상생활과 직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모든 대화가 실제로 세 가지 유형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의사 결정을 위한 대화(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감정을 나누는 대화(어떤 기분인가?),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대화(우린 누구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또 어떤 유형의 대화를 하고 있는지 모르면 제대로 소통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면서 이 세 가지 유형을 인식하고 그에 맞춰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결론은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올바른 대화의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누구와도 잘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소통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와 소통했다는 착각'이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2024 상반기 아마존 최고의 화제작.

  • 탕비실
    이미예 (지은이) | 한끼 | 2024년 7월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소설"

    반도체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하던 한 직장인은 첫 소설로 150만 독자를 만났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작가 이미예가 속도감 있게 흘러가는 하이퍼리얼리즘 합숙 리얼리티 쇼로 돌아왔다. 이일권 PD의 QBS 오리지널 예능 '탕비실'. 탕비실 사용 매너로 각자의 회사에서 가장 많은 욕을 먹은 '빌런' 일곱과 가짜 빌런인 '술래' 한 명이 섞였다.

    공용 얼음 틀에 콜라를 얼리는 사람
    정수기 옆에 종이컵을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사람
    인기 많은 커피믹스를 잔뜩 집어가는 사람
    공용 전자레인지 코드를 뽑고 개인 무선 헤드셋을 충전하는 사람
    탕비실에서 중얼중얼 혼잣말하는 사람
    공용 냉장고에 케이크 박스를 몇 개씩 넣어두는 사람
    공용 싱크대에서 아침마다 벼락 같은 소리를 내며 가글하는 사람

    누구나 싫어할 법한 행동을 하는 인물들을 놓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누가 가장 싫습니까?” (내 기준으로 충전은 순한 맛, 가글은 매운 맛이다.) 하나같이 싫은 사람뿐이라 내려갈수록 미간이 찌푸려진다. 니체는 당신이 심연을 깊이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도 당신을 깊이 들여다본다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은 직장 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내가 빌런을 관찰하고 있는 탕비실에서 그 역시 나의 '빌런'적인 면모를 읽고 있다. '얼음'이라는 별명으로 이 쇼에 출연하게 된 서술자 '나'는 이 인간들이 정말 싫다는 생각, 내가 여기에 올 정도로 그렇게 잘못됐냐는 생각 사이에서 갈지 자를 그리며 쇼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인간은 너무도 복잡하고 우리는 생각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이야기의 끝에서 독자는 탕비실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 마지막 지도 제작자
    크리스티나 순톤밧 (지은이), 천미나 (옮긴이) | 책읽는곰 | 2024년 6월 "크리스티나 순톤밧의 2023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2021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어둠을 걷는 아이들>의 작가 크리스티나 순톤밧이 <마지막 지도 제작자>로 다시 한번 2023 뉴베리 아너상을 거머쥐었다. <마지막 지도 제작자>는 2023 월터 딘 마이어스 아너상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작품의 배경은, 엄격한 계급이 존재하고, 빈부의 격차가 극명한 '망콘' 국가다. 집안 배경이 좋은 아이들은 열세 살이 되면 한 세대의 자랑스러운 조상을 상징하는 황금 고리 '리니얼'을 받게 된다. 사기와 절도 범죄를 저지른 아버지를 둔 열두 살 주인공 '사이'는 자신의 출신 배경을 속이고, 지도 명장 '사이윤' 사부 밑에서 조수로 일한다. 사이는 아버지라는 굴레와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한 열망을 키우던 중, 새로운 땅을 정복하기 위해 떠나는 함선 위에 사부와 함께 오르게 되고, 바다 위 대모험에 기꺼이 뛰어든다.

    어떤 책은 첫 장부터 매료시키고, 또 어떤 책은 흡입력 있는 시점에 닿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 지도 제작자>는 후자에 속하는데, 초반을 찬찬히 읽어 내려 가다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손에서 떼기 힘들 정도로 이야기에 깊숙이 빨려 들어가게 만든다.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믿음과 배신 사이에서, 자기 신념과 유혹의 손길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뇌하고 결단하는 주인공 '사이'의 험난한 여정 속에서 다채로운 캐릭터와 신묘한 생명체가 등장하여 훨씬 더 풍성하고 다층적인 이야기로 완성된다. 환상적인 이야기에만 머물지 않고, 계급과 빈부격차, 인간의 욕망이 불러일으킨 환경 파괴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청소년, 성인 독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 넘치는 작품이다.

  • 엄마만의 방
    김그래 (지은이) | 유유히 | 2024년 7월 "엄마라는 이름을 버리고, 비로소 나 자신이 된 '우리 엄마' 이야기"

    20대의 엄마를 만날 기회가 나에게 생긴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를 찾아가 말해줄 것이다. 나는 이 세상에 굳이 존재하지 않아도 되니 결혼해서 고생하지 말고 엄마의 삶을 살라고. 아마도 이 땅의 많은 딸들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오랜 세월, 우리의 엄마들은 엄마라는 이름으로만 살아왔던 걸 아니까. 그 좋아했던 것들도 다 잊어버리고 말이다.

    누구 하나가 사라지는 이런 비극적인 타임머신이 아니더라도, 5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홀로 베트남으로 직업을 따라, 나를 찾아 떠난 엄마가 있다. 콘텐츠 창작 플랫폼 '투비컨티뉴드' 누적 조회수 17만 회, 알라딘 북펀드 747%를 달성한 <엄마만의 방>은 김그래 작가가 해외로 일하러 떠나게 된 엄마의 삶을 딸의 입장으로 쓰고 그린 에세이로 그림체는 언제나처럼 귀엽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각자의 엄마의 삶을 시큰거리게 생각해 보게 하는 참 묵직한 책이다.

    베트남에서 엄마는 자기만의 방이 생겼고, 혼자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명절엔 전을 부치지 않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자기의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찾게 된 진짜 내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가득 담아내 인생은 생각보다 더 찬란하고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라고 독자들을 자꾸만 부추기는 책이다. 우리 엄마에게도 수줍게 내밀고 싶은 책, 이토록 다정하고 단단한 책.

7.92024
  • 금빛 종소리
    김하나 (지은이) | 민음사 | 2024년 6월 "이 여름, 고전을 읽는 기쁨을 만끽하기"

    여름방학에 꼭 읽어야 할 책 몇 권, 누구 추천 도서 50종, 도서관 대출 목록 베스트 몇 위 등등 우린 그간 많은 도서 목록에 매여 살아왔다. 읽지 않으면 어쩐지 교양인 같지 않아 찜찜하고, 읽으려고 하면 어쩐지 재미가 별로 없을 것 같은 이 리스트엔 항상 '고전'이 들어있기 마련인데 2024년 이 여름에 우린 <말하기를 말하기> 김하나 작가와 '고전 읽기'라는 클래식에 도전해 본다, 이 책과 함께.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오랜 기간 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해온 김하나 작가가 허투루 뭔가를 추천했을 것 같지는 않고, 어쩐지 작금에도 시의적절한 고전을 골랐을 것 같은 나의 생각은 적중했다. 김하나가 풀어놓는 고전 이야기는 참신하고, 독특하며, 매력적이고, 어딘가 모르게 힙하다. 이런 고전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읽기를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녀의 상상력처럼 고전이라는 넓은 바다에서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여유롭게 유영하며 이 여름을 보낼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
    피터 히더, 존 래플리 (지은이), 이성민 (옮긴이) | 동아시아 | 2024년 7월 "예전의 방식으로는 다시 위대해질 수 없다"

    180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약 두 세기 동안 서구는 세계를 지배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면서 역사는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경제 침체와 내부 정치적 분열에 직면한 서구는 과거 지배했던 변방에 비해 급격한 쇠퇴를 겪게 되었는데, 이러한 부상과 몰락의 패턴은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니다. 로마 제국 역시 절정의 권력에서 붕괴에 이르는 유사한 궤적을 그렸다. 역사학자 피터 헤더와 정치경제학자 존 래플리는 로마의 역사와 현대 서구의 역사 사이에서 놀라운 유사점과 의미 있는 차이점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제국은 왜 무너지는가>는 역사학자 피터 헤더와 정치경제학자 존 래플리가 공동 저술한 책으로, 로마 제국과 현대 서구 문명의 흥망성쇠를 비교 분석한다. 저자들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 제국 쇠망사>에서 제시된 기존 이론들을 새로운 고고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반박하며, 제국의 몰락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패턴을 설명한다. 이 책은 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제국과 주변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훈족의 확장이라는 외부 충격을 코로나 19 팬데믹과 비교하는 한편, 강대국 간 경쟁 관계(로마-페르시아, 미국-중국) 등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분석을 통해 현대 서구 문명의 쇠퇴 가능성을 진단하고, 새로운 세계 질서의 출현을 전망하며, 제국 체제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 글로벌 질서를 제시한다.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2023 최고의 경제 도서!

  • 천재 의사 시건방 1
    강효미 (지은이), 유영근 (그림) | 머스트비 | 2024년 7월 "<똥볶이 할멈> 강효미 작가의 신작 시리즈"

    강효미 작가의 <똥볶이 할멈> 시리즈를 아직 접하지 않은 독자는 있어도, 한 권만 읽은 독자는 없을 것이다. 엄청나게 재미있어서 한 권만으로는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똥볶이 할멈>에 이어 새로운 캐릭터와 기발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온 강효미 작가. 이번 책은 무례함이 하늘을 찌르는 천재 의사 ‘시건방'과 비밀스러운 시골 노인들에 관한 판타지 동화다.

    고래등 병원에서 가장 실력 좋은 의사 '시건방'은 실력'만' 갖춘 의사다. ‘대한민국의 훌륭한 사람 10인’에 빠지지 않고 뽑히는 아주 존경받는 의사 고래등 병원의 병원장 ‘김고래’는 도도하고 오만한 시건방 의사를 시골 마을 새우등 병원으로 내쫓는다. 그곳에서도 시골 마을의 노인들을 깔보고 무시하며 부려먹는 시건방. 어느 날, 노인들의 야간 운동회를 염탐하다가 염력, 분신술, 괴력을 가진 초능력자 노인들임을 알게 된 데다, 그들 앞에 복면 악당이 나타나는데…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흔한 말이 있다. 과연 시건방 의사는 초능력을 가진 노인들과 화합하여 변할 것인가, 그대로 줄행랑칠 것인가, 악당의 꿍꿍이는 무엇인가. 신나게 읽다 보면 이런저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1권은 끝난다. 이 책을 읽는다면 '작가님, 2권을 빨리 내주세요!' 하고 어린이 독자들도 분명 같은 마음의 소리를 낼 것 같다.

  • 해독 혁명
    닥터 라이블리(최지영) (지은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6월 "하루 한잔 솔루션이 불러온 건강 혁명"

    만성 염증, 원인 모를 피로감, 빠지지 않는 체지방 등 건강 문제에 봉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디톡스'라는 단어를 흔히 접해보았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닥터 라이블리 최지영 박사 역시 가족의 투병 생활 및 본인의 원인 모를 두드러기를 겪으며 자연스레 디톡스를 연구해왔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진료실 밖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들을 4년 동안 나눠왔다.

    닥터 라이블리의 첫 책 <해독 혁명>은 이 디톡스라는 개념 뒤에 숨겨진 거대한 원리를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 몸속 여러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신체에 쌓이는 '독소'를 꼽고 독소 해방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알려준다. 염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부터 장이 예민한 아이들까지 함께 마실 수 있는 스무디 레시피도 담겨있다. 내 입맛과 삶에 최적화된 디톡스 시스템을 갖추고, 단순하면서 확실한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 보자.

7.122024
  • 한국 여성문학 선집 세트 - 전7권
    여성문학사연구모임 (엮은이) | 민음사 | 2024년 7월 "나혜석에서 한강까지, 최초의 기준"

    21세기 초의 일이다. 잘못 짠 시간표 때문에 학교에서 시간 죽이기를 할 때면 늘 도서관 800번대 서가에서 서성였다. 한국 소설이 연대별로 꽂혀 있는 서가에서 한 칸만 걸어도 최윤과 배수아의 거리만큼 시차가 생겼다. 20여 년 전 내가 읽던 그 소설들은 이미 2020년대에 일부 소실되었다. 언급되지 않는 문학은 사라진다. (고정희의 시집조차 절판의 운명을 맞았는데, 다행히 일부 작품은 시간을 이겨내고 문학동네포에지로 재출간되었다.) 1권의 김명순부터 7권의 한강까지 그 이름들이 놓인 시대와 자리를 눈여겨 보게 되는 이유다.

    알라딘 북펀드로 먼저 독자를 만나 펀딩 목표치의 9배 이상 선판매되며 이런 기획을 기다려온 '우리'의 존재를 가시화한 <한국 여성문학 선집>이 정식 출간되었다. 한국 근현대 여성문학사 서술을 목표로 2012년 결성된 여성문학사연구모임의 첫 번째 연구 성과를 일곱 권의 책으로 엮었다. 개인으로서의 여성이 출현한 조선시대 말, 여성문학의 탄생기를 서술한 1권을 시작으로 최승자와 허수경, 김혜순과 이수명의 거리만큼이나 성차화된 개인이 출현한 1990년대를 엮은 7권까지, 한국 여성문학을 읽는 최초의 기준점을 세운다. 여성문학사연구모임이 만든 너른 운동장엔 시, 소설 등 기존에 문학으로 인정받던 작품 말고도 잡지 창간사, 선언문, 편지, 일기 등도 나란히 서 있다. 멋지지 않은 여성, 위대하지 않은 여성, 잘못한 여성의 문학도 함께 서서 다음 세기의 여성문학이 놓일 자리를 닦는다. 함께 걷는 길은 이제 외롭지 않다. 김초엽, 정세랑, 최은영 등 이 이름들 뒤에 올 여성들의 이름을 상상하며 글 쓰는 여자가 지나온 길을 따라 함께 걸어본다.

  • 출근길 지하철
    박경석, 정창조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정보라, 홍은전, 김원영, 장혜영, 고병권, 황선우, 김지학 추천"

    이 책은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과 이를 막는 한국 사회의 싸움이 애초에 싸움이 될 수 없는 이유, 그 자체다. 이 싸움은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말대 말의 싸움이 아니다. 자극적인 이미지 한 장으로 정리되는 몸대 몸의 싸움도 아니다. 전장연의 투쟁을 말하자면 책 한 권 분량의 설명이 필요하다. 한쪽에선 역사와 맥락이 겹겹이, 존재와 사회에 대한 고민과 통찰이 겹겹이 쌓인 거대한 움직임을 내딛는데 다른 한쪽에선 알맹이 없는 혐오가 알량하게 맞선다. 체급이 안 맞는다. 논리의 대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양쪽이 각각 이 싸움에 무엇을 걸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역사에 선명히 기억될 것이다. 인간을 향한 무도한 폭력과, 폭력에 처절하고 우아하게 대항한 움직임, 혐오로 맞서던 자들마저 결국엔 이 투쟁의 은혜를 입는 모순을 맞이하는 모습까지. 그리고 이 책은 기록물로 남을 것이다. 책이 사람을 바꾼다고들 한다. 당연히 모든 책이 그렇진 않다. 사람의 생각을, 마음을, 행동을 바꾸어낼 수 있는 책은 극히 소수다. 조금 더 나은 고민을 하는 사람으로 변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막연히 예상하는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내용이 들어있다.

  • 너의 장점은?
    최백규 (지은이), 경혜원 (그림) | 창비 | 2024년 6월 "꼭꼭 숨은 온 세상의 장점 찾기"

    온 세상의 장점을 최대한 그러모아 꽉꽉 채운 이 책은, 최백규 시인의 선한 글과 경혜원 작가의 귀여운 그림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이 책을 가장 먼저 접한 현직 초등 교사 150명은 "학생 하나하나에게 '너는 소중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은 따뜻한 책" "작고 소소해 보이는 내 평범한 모습에서도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 혜안을 얻을 수 있는 책" 등,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책의 주인공은, 사람들의 장점을 잘 찾는 것이 장점인 초등학교 5학년 '김서준'. 서준이는 엄마의 빠른 판단력, 아빠의 높은 집중력, 동생 서윤이의 솔직함, 강아지 코코의 귀여움부터, 동네 편의점 누나의 어린이를 존중하는 마음, 동네 마을버스 기사님의 뛰어난 인내심, 심지어 수박의 매력까지, 자신의 주변에 꼭꼭 숨은 장점들을 찾아낸다. 자세히 관찰해야 보이는 상대방의 장점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그걸 발견할 때 이 세상에 얼마나 재미난 게 가득한지, 열심히 들려주고 보여준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게 만드는 따스하고 순한 책이다.

  • 무정형의 삶 (양장)
    김민철 (지은이)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가장 설레는 곳에서 만난 가장 자유로운 나"

    <모든 요일의 기록>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의 저자 김민철이 퇴사 후 다시 찾은 파리에서의 60일을 담은 책. 20년의 회사 생활을 마치고 김민철은 파리를 찾았다. 스무 살에 사랑에 빠진 후, 파리는 작가가 늘 꿈꿔오던 곳이었다. 매일 똑같았던 20년의 일상을 뒤로하고 그렇게 파리로 떠났고 파리는 그에게 많은 것들을 주었다.

    이제껏 살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양의 삶을 살고' 싶었던 저자는 파리에서의 두 달간, 뭔가 대단하고 놀라운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꾹꾹 눌러 담은 매일의 색다른 일상 속에 20년간 하지 못했던 진짜 나의 이야기를 담았을 뿐. 그 솔직한 고백이 파리라는 아름다운 배경과 함께 오늘도 만원인 버스에 선 피로한 나를 위로한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이 여름에 이 책과 함께 잠시 매일의 시름을 잊고 이렇다 저렇다 할 모양 없는 '무정형'의 나를, 이토록 유연한 내 마음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