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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학 주간 25위, 소설/시/희곡 top10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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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오프로드 레이서 콤비"
나폴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여자의 60년에 걸친 우정 이야기 '나폴리 4부작'의 첫 번째 책이다. 지적인 재능을 타고났지만 어려운 가정 환경으로 인해 중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독학하는 릴라, 평범한 가정 환경에서 늘 열심히 노력하는 모범생이지만 절친한 릴라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는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 서로가 가진 것을 질투하거나 동경하면서도 그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우정을 더욱 공고히하는 두 소녀의 관계는 더없이 튼튼해 보인다.
청소년들의 우정을 다룬 작품들은 많지만 <나의 눈부신 친구>처럼 굴곡을 무덤덤하게 헤쳐가는 작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련이 적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게다가 릴라와 레누에게 닥쳐온 시련들 중에는 그들이 극복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도 있다. 그럼에도 이 두 소녀가 자신들에게 닥쳐온 난관을 일직선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던 건 이들이 돌파해야 할 일과 수용해야 할 일을 본능적으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릴라와 레누가 갖고 있는 기질적인(또는 천부적인) 현명함은 겉으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이들이 어떤 난관 앞에서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거나 비겁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된다. 청춘 소설 특유의 용기와 시행착오 대신에 타고난 판단력으로 자기 삶의 지도를 그려내고 현명한 길(비록 그 길도 힘들기는 하지만)을 찾아내는 릴라와 레누는 좁은 트랙 속에서 최고속도를 겨루는 레이스가 아니라 험한 대륙을 횡단하는 긴 레이스에 어울리는 주자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 레이스는 이제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노련한 콤비는 그 어느 순간에 다다르더라도 좀처럼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 소설 MD 최원호 (2016.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