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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6월, 혁명의 도화선이 된 한 청년의 죽음이 있었다.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 김겸 박사가 시위 당시 이한열이 신었던 운동화를 복원한 실화를 토대로,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김숨이 그의 운동화가 복원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소설로 썼다.
한 사람의 운동화를 복원하는 일이 한 세계를 복원하는 일이 된다. 270mm의 흰색 '타이거' 운동화. 그는 이 신발을 신고 데이트를 했을 것이고, 교정을 거닐었으리라. 훼손이 아닌 복원이 되기까지, 그의 인생을 깊이 내면화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김숨의 문장은 정확하게 응시한다. 기억해야 할 '운동화'가 오직 L의 것만은 아닐 것이다. 1948년 제주도에서, 일본군이 점령한 섬에서, 유대인이 갇힌 가스실에서, 복원하고 기억하고 애도해야 할 '운동화'들은 여전히 부서진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