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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은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온몸으로 쓴 듯한 51편의 시로 박참새가 제42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온몸으로 제 앞에 굳건하게 선 존재들을 대면한다. 예쁜 수지를 조력사까지 이끈 부모를, 증상을 도통 알아채지 못하는 의사를, 초대받지 못한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를. '그게 다 뭐라고..... 왜 자꾸만 주눅이 드는지' (<청강> 56쪽) 고민 끝에 자신의 언어로 집을 짓기로 한다. '너에게 유일한 것은 집을 갈망하는 욕망뿐이다'(<건축> 17쪽)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자본 없이 욕망하는 자는 쪼개지기 마련이고, 그는 분열된 채, 잠 못든 채, 온몸으로 손에 쥔 말을 밀고 나간다.
더럽게 쓰고 싶었어요
아무도 허락해 주지 않았거든요
아니다 허락이라기보다는 뭐랄까......
구리다?
<창작 수업> 부분
'현대', '문학'의 권위를 획득한 이들의 말을 거침없이 인용하고, chatGPT-3.5가 번역해 생성한 시를 함께 싣는다. 채팅 메시지와 메모장을 오가며, 약을 복용해 둔해진 혀로 더듬더듬 뱉은 듯한 공백이 많은 말을 쏟아낸 연쇄가 이어진다.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적고, 쏟아낼 수 있는 모든 걸 적어 '미친 듯이 활자가 쏟아져' (<T.H.에게 남기는 편지>) 나왔다.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스스로의 '구림'까지 감수하며 온 몸으로 밀어붙이는 이의 기세라면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42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