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은희경이 <생각의 일요일들> 이후 1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산문집은 28년 차 소설가 은희경의 물건들이란 주제로 집필한 스물네 편의 산문을 담고 있다. 물건은 쉽게 버릴 수 있는 것과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으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라면 단단한 취향, 오랜 추억과 시간이 모두 깃들어 있을 확률이 높다. 쓸모를 다했을지라도, 그런 물건은 기필코 버리고야 말겠다는 다짐 앞에서 매번 보란 듯이 존재감을 내뿜는다.
작가는 효율과는 상관없는, 함께한 시간과 삶의 궤적이 스며 있어 쉽게 버릴 수 없는 물건들의 목록, 그리고 물건은 아니지만 고양이 오드리와 같은 소중한 존재에 대해 편안하게 써 내려갔다. 음주에 진심인 애주가답게 각종 술잔을 보유하고 있는 그가 점점 작고 가벼운 술잔을 사용하면서 더 섬세하고 정성스럽게 술을 마시는 사람이 되었다. 완주 기념 메달들은 달리기의 시절로 작가를 데려가 주었고, 엄마의 유품 반지는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었다. 작가는 물건들의 시간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변해 자신이 되었다고 말한다. 스물네 편의 생활 산문을 통해 물건 앞에서 울고 웃었던 작가의 시간을 생생하게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