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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유서 깊은 도서관과 울창한 나무들로 유명했던 '협곡의 바위' 마을. 마을의 주민들은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고 토론을 나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일을 물어보고 도와준다. 마을 가장자리에 위치한 고아원에는 생필품이 마를 날이 없는데 언제나 주변 이웃들이 직접 만든 요리를 가져다주고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가장 사랑했던 도서관이 불에 타 사라지고 마을에 넘쳐나던 온기도 사라진다.
한편 마을 가장 끝에 터를 잡은 커다란 오거. 오거는 거인보다 작지만 인간보다 크고 용만큼 오래 사는 종족이다. 인간의 눈으로 보았을 때 흉악해 보이지만 아주아주 오래 사는 그는 삶의 길이만큼 마음이 깊은 존재다. 한순간에 메말라진 마을 사람들에게 묵묵히 친절을 나누어주는 오거는 비록 자신이 마을이 변하게 된 원흉으로 몰려도 베풀던 친절을 중단하지 않는다. 마을의 고아들은 동네 어른들에게 상처받고 오거에게 위로받는다. 물론 오거가 마을 사람들로 받은 상처도 아이들이 치료해 준다.
뉴베리 상을 수상한 전작 <달빛 마신 소녀>에서도 따뜻한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 켈리 반힐은 400페이지에 달하는 이번 책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희망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협곡의 바위' 마을과 전혀 다르지 않다. 어린이들은 입장을 거부당하고 사회적 약자는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런 사회에서도 묵묵히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가? 선의에 동참하는가? 오로지 내 자리만 지키기 위해 날카로워지진 않았는가? 희망이 숨어버린 차가운 세상을 두드리는 묵직한 우화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