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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023
  • 쿼런틴
    그렉 이건 (지은이), 김상훈 (옮긴이) | 허블 | 2022년 12월 "테드 창 추천, 20년 만에 복간된 SF 바이블"

    2034년, 지구의 밤하늘에서 별들이 예고도 없이 자취를 감춘다. 정체불명의 거대한 검은 구체 ‘버블’이 태양계 전체를 감싸 지구가 격리되었기 때문이다. 텅 빈 하늘을 두고 인류는 대혼란에 빠지고 여러 해석이 난무한다. 고도로 진보한 '나쁜' 외계 종족이 태양계를 우주에서 고립시키는 장벽을 만들어냈다는 주장부터, '선한' 외계 종족이 우주 대재난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를 만들어냈다거나, 태양계가 은하계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인류의 원시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장막이 설치됐다는 해석까지.

    그런가 하면 신들이 노해서 별이 소멸한 것이 아니냐는 공포가 사람들을 떨게 하고, 지구에 "갇혔다"는 생각이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며 '버블열'을 호소하는 환자 수가 폭증한다.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어느덧 별이 사라진 밤하늘이 일상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된 2063년. 한 병원에서 발생한 환자 실종 사건이 다시금 버블의 정체를 뒤흔든다. 'SF계의 바이블'이라 불리며 많은 독자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20년 만에 재출간된 그렉 이건의 데뷔작. "그렉 이건의 작품들은 실로 경탄스럽다."는 테드 창의 찬사를 비롯해 물리학자 김상욱이 “물리학자라면 (경외감 때문에) 울면서 볼 책”이라고 추천하며 함께 읽은 책.

  •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나오미 배런 (지은이), 전병근 (옮긴이) | 어크로스 | 2023년 1월 "읽기의 정석"

    문해력이 꾸준한 화두다. 어휘력과 집중력이 빈약해지고 있다. 독해 능력이 떨어진다. 우리 눈은 이제 긴 글을 부담스러워하고, 문어체를 어색하게 여긴다. 과거 기준의 문해력은 분명 위기를 맞는 중이다.

    그러나 문해력의 개념 자체가 이동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와 미래의 문해력은 책 속에만 있지 않다. 스크린 속 세계를 우리는 빠르게 유영한다. 정보는 여러 개의 감각으로 동시에 들어온다. 디지털 문해력은 지금이 전성기다. 그렇다면 읽기의 위기란 과장된 경고일까?

    읽기의 대전환기. 시대와 개념과 도구가 변했다.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대안을 바르게 정하려면, 이 시대에, 우리에게, 읽기가 무엇인지 꿰뚫어 봐야 한다. '읽기와 학습' 분야 연구의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이 지금 가장 필요한 책을 써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읽기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 아날로그적 읽기와 디지털 읽기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매체를 어떤 전략으로 읽어야 하는지, 지난 20년간의 읽기 연구를 총망라한 지침서다.

    문해력에 관한 여러 의미 있는 책들이 출간되는 와중에도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읽기의 위기, 기회, 혼란, 대안의 정수를 종합적으로 담은 책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이 책은 그 빈자리에 정확하게 안착했다. 기다리던 책이 훌륭한 내용으로 나오면 이 한 마디로 충분하다. '명쾌하다.'

  • 인류의 미래를 묻다
    데이비드 A. 싱클레어, 제니퍼 다우드나, 리사 랜들, 마틴 리스, 조너선 실버타운, 조지프 헨릭, 찰스 S. 코켈, 조너선 로소스 (지은이), 오노 가즈모토 (엮은이), 김나은 (옮긴이)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2월 "<초예측>을 잇는 과학자 8인의 통찰"

    인류의 진화는 어디를 향하는가. <초예측>을 엮은 저널리스트 오노 가즈모토가 이번에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과학자 8인을 만나 과학이 가져올 인류의 미래를 묻는다. 노벨화학상 수상자 제니퍼 다우드나가 "유전자 편집 기술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책을 열고, '200세 시대'가 도래한다고 말하는 <노화의 종말>의 저자 데이비드 싱클레어와의 대담이 이어진다.

    외계 생명체와 인공지능, 미래의 먹거리에 대한 다소 익숙한 주제부터 "지성은 진화하는가?", "인간은 진화를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깊은 물음을 망라하며, ‘진화’라는 관점을 통해 생물학, 인류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이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답한다. 격변하는 시대를 통찰하며 현재 과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쟁점들을 한눈에 살피는 책이다.

  • 석유의 종말은 없다
    로버트 맥널리 (지은이), 김나연 (옮긴이) | 페이지2(page2) | 2022년 12월 "검은 황금, 석유의 역사와 미래"

    2021년 이후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원유 수요도 회복세를 보였지만, 공급은 제한적으로 증감함에 따라 국제 원유시장의 수급 상황은 매우 타이트했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2위의 산유국이자 세계 원유 생산량과 수출량의 약 12%(2020년 기준)를 담당하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러시아산 원유의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였고, 이는 세계 경제 침체를 부채질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전쟁과 같은 외부 요인을 차치하더라도 원유 자체의 속성에 기인한 높은 가격 변동성에 주목하고, 이를 이해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미 2017년에 있었다. 30여 년간 에너지 전문가로서 백악관 국제·국내 에너지 고문 등을 역임하였던 로버트 맥널리가 그 주인공이다.

    맥널리는 이 책에서 160년 석유 역사 속 유가의 변동 데이터를 검토하면서 록펠러와 스탠더드 오일의 흥망성쇠, 텍사스철도위원회(TRC),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탄생, 셰일오일의 발견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따라 요동치는 유가 변동성의 역사를 정리했다. 스탠더드 오일, TRC, OPEC 등 국제 원유 시장에서 자체적 생산량 조절을 통해 전체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스윙 프로듀서’가 역할을 하던 시기를 지나 관리자가 없는 원유 시장을 맞이한 지금, 대체 에너지의 발전과 산업 구조의 변화에도 여전히 부와 권력의 중심에서 문명의 생명선으로 남아있는 석유의 가격 변동성을 이해하는 일은 에너지 시장과 정부 에너지 정책 담당자들뿐만 아니라 에너지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개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1.62023
  • 겨울 이불
    안녕달 (지은이) | 창비 | 2023년 1월 "한겨울에만 문을 여는 이불 속 비밀 세상으로의 초대"

    아이가 커감에 따라 집에 있는 책의 종류도 점차 바뀌어 갔다. 놀이책으로 시작해서 그림책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글자 가득한 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책장 한 편에 아직 자리하고 있는 그림책이 있다. 바로 '안녕달 그림책'이다. 안녕달이 새로운 그림책 <겨울 이불>을 들고 우리에게 찾아왔다. 온 가족을 설레게 하는 작가, 안녕달이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한 아이가 눈 덮인 마당을 지나 집으로 걸어 들어간다. 하굣길에 꽁꽁 얼어 움츠린 몸이 사르르 녹을 만큼 방바닥은 이미 뜨끈하다. "앗, 뜨거워!" 방바닥에 펼쳐진 솜이불 밑으로 들어간 아이 앞에는 깜짝 놀랄만한 공간이 펼쳐진다. "안녕하세요", "왔어?" 아이와 찜질방 곰 사장의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찜질방에선 이미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우나를 즐기며 손주를 맞이한다. 곰 엉덩이로 쪄 낸 '곰엉덩이 달걀'과 할머니가 얼음판 밑에서 떠낸 '얼음할머니 식혜'를 먹으며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진다. '사락 사락', '사락 사락' 이윽고 아이는 할머니의 손길에 잠이 드는데...

    <겨울 이불>은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랑으로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따스한 몽상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판타지 공간 속 또 다른 판타지 공간을 이중으로 짜 놓은 구조가 재미를 더하는데, 여기에서 <수박 수영장>의 모습도 잠시 엿보인다. 또한 찜질방의 곰 사장은 <당근 유치원>의 곰 선생님을 떠올리게 하며 웃음 짓게 만든다. 마지막에 잠든 아이를 업고 가던 아빠가 "애가 몸이 참 따끈하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가족 간의 따스한 사랑을 가슴 깊이 전하는 듯하다. 안녕달 '열 번째' 창작 그림책.

  •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
    제니퍼 M. 실바 (지은이), 성원 (옮긴이)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가난한 노동계급을 위한 정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커밍 업 쇼트>에서 노동 계급 청년을 분석하여 주목받았던 제니퍼 M. 실바가 이번엔 미국 동부 노동 계급의 목소리를 수집했다. 미국의 노동 계급은 승리감, 좌절감, 희망, 분노, 울분, 공포 같은 일상의 감정을 어떻게 정치와 연결시킬까. 빈자를 끝없는 절망 속으로 몰아넣는 사회적 구조 안에서 실바는 이들의 감정 구조와 정치적 입장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살핀다.

    그가 인터뷰한 노동자들은 힘든 현실의 심리적 도피처로 자기 계발을 찾거나 심리 치료, 약물에 의존한다.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정치권력은 부재하고 이들에게 정치는 언제나 좌절만 안겨주는 대상이다. 믿을 수 없는 공적 제도를 이용하려 연대하고 구호를 외치기는 난망한 일, 이들은 공적 제도 대신 음모론을 수용한다.

    그렇다면 노동 계급을 위한 정치는 구제할 수 없이 난파된 것일까. 실바는 노동계급 내부의 차이를 섬세히 검토하며 입체적인 대안을 탐색한다. 불완전하고 개별적으로 찢어진 존재들을 '고통'이라는 공통적 키워드 아래에 정치적 주체로 모으는 것, 그는 포기 않고 사회적 유대의 가능성을 고심한다. 삶의 현장에서 길어올린 생생한 목소리로 꾸린 탁월한 연구서다. 한국의 상황과 겹치는 내용이 많은 만큼 곱씹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 몸과 여자들
    이서수 (지은이)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저의 몸과 저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저의 몸과 저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실로 부끄러운 고백이어서 저는 단 한 번밖에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만히 들어주세요. (9쪽)

    <미조의 시대>로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이서수의 소설은 위와 같은 고백으로 시작된다. 1983년생인 여성 '나'의 몸 이야기가 1부를, 1959년생인 엄마 미복의 몸 이야기가 2부를, 나와 나의 친구들의 몸 이야기가 3부를 구성한다. 볼품없이 말라 놀림을 받던 나의 몸과 키도 크고 날씬한 여성으로 대상화되던 미성년자인 엄마의 몸. 그 다양한 몸의 다양한 모양만큼이나 다양한 권리가 교차한다. 욕망 당하지 않을 권리, 욕망할 권리, 욕망하지 않을 권리 같은 것들.

    이서수는 '나는 전해야 할 누군가의 목소리가 있다는 믿음을 품고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한다'고 작가의 말에 덧붙였다. 쉬어가는 '나'의 삶의 과정을 두고 재충전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저는 충전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비어 있고 싶었습니다."(116쪽)라고 자신의 상태에 대해 고백한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하나로서, 이 고백이 더는 '실로 부끄러운 고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새해의 동을 고대하며 이 문제적 소설을 소개한다.

  • 배터리 전쟁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지은이), 안혜림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누가 새로운 경제 영토를 차지할 것인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고 전기차를 판매하려는 기업은 배터리에 사용하는 광물을 조달할 때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에서 채굴됐거나 재활용된 소재만을 사용해야만 하게 되었다. 미국의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의도가 분명한 이 법안으로 인해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한편, 이와는 반대로 2차 전지 산업은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IRA 시행 이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2021년 26.5%에서 2025년 69%까지 증가하고, 세액공제를 통해 19조 원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리튬부터 2차 전지까지, 새로운 경제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치열하다. 중국은 20여 년 동안 공급망 구축에 매진해온 결과 현재 아프리카와 남미 등의 광산을 사들이며 배터리 소재 생태계를 장악해가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이 미래에 배터리 소재를 무기화할 가능성을 경계하며 중국을 배제한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배터리 산업을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가운데, S&P글로벌의 배터리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 루카스 베드나르스키가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가치 사슬부터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까지 배터리 산업 전반을 조망하는 책을 출간했다. 품질과 규모를 동시에 구현한 공급망을 구축하여 저자가 “진정한 배터리의 나라”라고 표현했던 한국 역시 앞으로 펼쳐질 ‘배터리 전쟁’의 주요 당사국이 될 것임이 분명하기에, 배터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신에너지 경제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실현할 인사이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간이다.

1.102023
  •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은유 (지은이) | 김영사 | 2023년 1월 "은유, 7년 만의 글쓰기 신작"

    '글쓰기' 분야는 신간이 가장 꾸준히, 많이 나오는 소분류 중 하나다. 글쓰기를 말하려면 잘 써야 설득력이 생기는 법이니 그 많은 책들의 내용 또한 웬만큼은 괜찮다. 그러니 글쓰기 분야의 책을 추천하려면 꼭 건너가야 하는 질문이 있다. 왜 이 책이어야 하는가? 왜,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여야 하는가?

    이렇게 말하자니 수능 문제를 풀이하는 강사 같지만, 대답은 제목에 있다. 이 책은 계속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상담소'다. 글쓰기의 기본 원칙을 알려주는 학원도, 꿀팁을 알려주는 과외도, 작가의 멋진 철학을 턱턱 던지는 팬미팅도 아니다. 상담소에서는 쓰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쓰다듬는다. 은유는 쓰고자 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가질 여러 가지 의문과 질문들을 모아 그에 대한 대답을 하나씩 하나씩 내놓는다. 그 대답들은 은유의 글이 늘 그렇듯 소박하고 사려깊고 진실하다.

    쓰는 사람의 번민을 이렇게 잘 이해하고 진솔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작가는 흔치 않다. 은유의 답변이 상담을 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오랜 시간 읽는 이 없는 글쓰기 시간을 독대해 봤고, 삶과 맞닿은 글쓰기를 계속 고민해왔고, 긴 시간 글쓰기 강의를 통해 사람들의 글과 삶을 들여다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 농축된 시간이 따뜻하고 단단한 상담으로 흐른다. 쓰는 이라면 탐나지 않을 수 없는 대화다.

  • 스카이 버스
    분당강쌤 (지은이) | 다산에듀 | 2023년 1월 "초등부터 알면 아이의 인생이 바뀝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아이의 월령별, 연령별 성장에 초점을 맞춰 부모 역할을 시작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부모의 이러한 초점은 대부분 변화하기 마련인데 바로 '양육'에서 '교육'으로의 변화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바로 '정확하게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고,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들은 것은 많다'는 사실이다. <스카이 버스>가 세상에 나온 이유다.

    <스카이 버스>는 '입시'의 본질부터 전략까지 분당강쌤 20년 노하우를 모두 담았다. 부제인 '명문 대학으로 직행하는 초등 공부 전략서'를 보고 거부감이 드는 사람도 있겠다. 이 책의 목표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최적의 공부 전략을 알려드리기 위함이다'라고 밝히고 있는데, 꽤나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따로 있다. 누구나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입시를 알고, 내 아이를 아는 것"

    이 책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말이다. 저자의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좋은 교육은 학생을 성장시키고, 삶을 바꾸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무척이나 중요한 공정한 조건 중 하나가 '교육 정보'입니다. 이 책을 통해 입시의 본질을 익히시길 바랍니다. 학부모로 보내는 12년간 힘들고 지치는 고비마다 함께하는 책이 되면 좋겠습니다."

  • 천하제일 치킨쇼
    이희정 (지은이), 김무연 (그림) | 비룡소 | 2023년 1월 "우리의 세계가 닭장이라면"

    한국인에게 치킨이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빠지지 않는 요리이다. 바삭한 프라이드치킨, 달콤하고 매콤한 양념치킨은 기본이고 간장치킨, 크림치킨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종류가 판매되고 있다. 이토록 치열한 치킨 브랜드에서 30년간 1등을 지키고 있는 냠냠치킨은 입지를 굳히기 위해 천하제일 치킨쇼를 연다. 전국의 냠냠 양계장에서 엄격한 예선을 거친 101마리 닭들이 미각 테스트, 목청 테스트, 닭싸움 등을 치르고 단 한 마리만이 황금닭이 된다. 치킨을 너무나 사랑하는 유이는 천하제일 치킨쇼에 초대된 어린이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되어 최고의 닭 1마리에게 표를 던진다.

    제아무리 뛰어난 닭이라 한들 1등이 되면 무엇이 될까? 치킨이 된다. 100마리의 닭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한방 영양제를 먹으며 발과 모래주머니까지 관리 당해도 결국 그들의 끝은 정해져 있다. 섬뜩한 이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101마리의 닭들 속에서 단 1마리, 일공일호번은 "쇼의 주인공은 나야. 주인공은 어디든 갈 수 있"다며 여유로운 날갯짓을 선보인다. 비단 닭들만이 닭장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집과 학원과 학교만 순회하는 학생들, 생명을 음식으로만 보는 사람들도 어쩌면 작은 세계에 갇혀있는 것이리라. 낭만과 낙관으로 가득 찬 일공일호를 보며 내 삶도 돌아 보게된다. 2022년 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신지 (지은이) | 잠비 | 2023년 1월 "김신지, 한 번뿐인 삶을 조금 더 기쁘게 사는 일에 대해"

    담백하면서도 편안한 문체로 일상의 이야기를 전해온 김신지 작가가, 에세이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출간 이후 약 2년 만에 신작을 펴냈다. 모두에게 쉽지 않았던 길고 긴 시간을 작가 역시 통과하면서 하루하루를 세심히 살피며 기록해왔다. 성실하게 모은 소중한 일상의 기록들을 이번 새 책에 담았다.

    작가는 해야 할 목록들이 아닌, ‘시간’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한 번뿐인 삶을 조금 더 기쁘게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주 헤매면서도 결국 낙관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들로 한 장 한 장 채워나간다. 최선을 다해 삶을 사는 엄마 인숙 씨, 아무런 셈도 없이 남을 돕는 여든 넘은 할머니 손씨 아지매, 좋아하고 아끼는 공간을 같은 마음으로 좋아해 주는 친구들, 그리고, 선한 그들을 통해 배운 삶을 바라보는 마음가짐. ‘시간’을 선택하여 받은 선물 같은 삶의 면면이 이 책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다. 누군가로 인해 찌푸려진 상태라면, 실패나 낙담이란 단어에 젖어있는 상태라면, 이 책에 가만히 기대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조금 더 잘 살아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차오르게 만드는 책이니까.

1.132023
  • 생에 감사해
    김혜자 (지은이) | 수오서재 | 2022년 12월 "인간 김혜자, 진솔한 생의 고백"

    드라마 「전원일기」「사랑이 뭐길래」「우리들의 블루스」, 영화 「마더」등, 수많은 작품 속 다채로운 배역으로 살아온 '국민 배우' 김혜자.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이후 20여 년 만에 두 번째 에세이를 펴냈다.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이번 신작을 통해 지난 60년의 연기 인생과 무대 바깥의 삶의 이야기를 그의 생생한 육성으로 듣는다.

    배우들의 배우, 믿고 보는 배우로 칭송받지만 정작 자신은 스스로를 서툴고 모자란 사람으로 평가한다. 부족함을 알기 때문에 더욱 열심일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을 반추하며, 셀 수 없이 많았던 감사의 순간들을 들려준다. 작품을 선택할 때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이 보이는가를 기준으로 삼고, 배우로서 희망을 세상에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연기에 몰입한다. 김혜자가 아닌, 「엄마가 뿔났다」의 김한자로, 「마더」의 엄마로 대중들에게 온전히 각인될 수 있었던 이유를 이 책에서 확인하게 된다.

    <생에 감사해>는 배우 김혜자의 60년 연기 인생에 관한 회고로만 읽히지 않는다. 어떤 순간에도 감사의 목록들을 찾아내어 삶으로 보여주는, 진정한 한 어른의 깊은 성찰이자 고백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에 감사해" 인간 김혜자의 따스한 메시지가 많은 독자들에게 가닿으면 좋겠다.

  • 무조건 합격하는 암기의 기술
    이윤규 (지은이) | 더퀘스트 | 2023년 1월 "시험공부는 무조건 짧게 끝내야 한다."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리는 시험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공부를 통해 점수를 얻거나 합격 여부를 가리는 종류의 시험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일정한 시간, 곧 시험 응시일 이전에 공부를 끝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공부해야 할 범위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합격을 위한 시험공부는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범위를 공부해서 점수를 내는 것이다. 거기에 합격이라는 확실한 목적과 방향까지 정해져 있으니 일견 단순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기까지 한 시험공부의 결과에는 입시, 취업, 임용, 승진 등의 성패가 달려있으며, 그 결과가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만은 않다.

    목적한 바가 분명하고 시간과 범위가 제한적이라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짧게 끝내야 한다. 앞뒤 재지 않고 책상 앞에 앉아 벽돌 같은 수험서에 형형색색 밑줄을 긋기 전에, 필요한 때 필요한 지식을 효과적으로 습득하여 필요한 곳에 활용하기 위한 방법론이 있다면 도움을 마다할 까닭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 가운데 하나라는 사법시험을 9개월 만에 패스한 이윤규 변호사가 인지심리학이 밝혀낸 기억의 원리들을 본인의 실제 공부 경험과 연계하여 ‘암기의 기술’로 정리했다. 공부라는 것이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라면, 암기야말로 공부의 근간이다.

  • 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 홍은주 (옮긴이) | 비채 | 2023년 1월 "미야베 미유키, 집필에 10년이 걸린 소설집"

    미야베 미유키가 쓴 SF는 어떤 모습일까. 작가는 로봇청소기에게 다정한 격려를 보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표제작 '안녕의 의식'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평생을 함께한 후 수명이 다한 로봇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 외에도 10대의 자신을 맞닥뜨린 40대의 직장인, 좋지 못한 친부모와의 기억을 삭제하고 양부모와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아이들, 은퇴 후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혼자 살고 있는 노인의 이야기를 비롯한 8편의 SF 단편이 한 권에 모였다.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소외된 사람들과 우리 사회의 그늘을 직시해온 작가의 시선은 같은 곳을 향한 채 다채로운 시공간으로 확장된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제가 변화한 지점과 머무른 지점 등이 오롯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의 체성분 검사랄까 그 결과를 보는 것 같아 기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작품집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새로운 미야베 미유키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소설집.

  • 어슐러 K. 르 귄의 말
    어슐러 K. 르 귄, 데이비드 네이먼 (지은이), 이수현 (옮긴이) | 마음산책 | 2022년 12월 "천선란 추천! 거장이 말하는 글쓰기"

    어슐러 K. 르 귄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출간됐다. 이 책에 담긴 세 인터뷰는 글쓰기를 주제로 한다. 각각 소설, 시, 논픽션에 대한 대화다.

    당연한 말이겠으나, 어슐러 K. 르 귄의 글에서 풍기는 신비로운 언어적 마법은 인터뷰에서도 짙게 배어 나온다. 뚜렷한 세계관, 언어에 대한 진지한 태도, 한평생 끊어진 적 없는 것 같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합쳐져 그의 매력을 완성한다. 조심스러운 언어로, 언어가 담고 있는 세계 전체를 귀하게 대하는 작가의 말을 듣는 시간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1.172023
  • 서쪽 바람
    메리 올리버 (지은이), 민승남 (옮긴이) | 마음산책 | 2023년 1월 "겸허하고 기껍게, 제자리를 지킬 뿐."

    좀처럼 들뜨기 어려운 새해의 시작이다. 겸허하게 새해를 맞기로 결심한 이들의 산책에 어울릴 법한 시, 메리 올리버의 시집이 출간되었다. <천 개의 아침>, <기러기>의 번역자 민승남의 번역과 이한구의 사진이 어우러져 시인의 전작과 연속성 있는 맥락에서 시의 안팎을 들여다볼 수 있다. 원문이 함께 수록되어 원문과 한국어를 모두 소리내어 읽어볼 수 있는 것도 시 읽는 이들의 기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게으름의 손목을 놓아주기
    싫어, 돈에 내 삶을 팔기가 싫어,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기조차 싫어.

    <검은 떡갈나무>, 27쪽

    시인은 일찍 일어나 많이 걷고, 말하는 대신 자연을 듣는다. 불어난 개울물이 흐르며 내는 '달콤하고 기이한 음악'에 달려가는 개를 부르는 내 목소리가 섞이는 게 싫어 ('그 음악에 뒤섞이는 건 싫어'(<개가 또 달아나서>) 입을 다무는 순간. 개는 개답게 자연스럽게 달리고, 개울물은 개울물답게 노래하고, 나 역시 그저 자연스럽게 있다. 이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만큼 시적인 것이 또 있을까. '아, 좋다' 이상의 말은 군더더기가 되는 것 같은 시, 메리 올리버를 새해의 곁에 놓는다.

  • 면역
    필리프 데트머 (지은이), 강병철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11월 "당신의 생명을 지켜 주는 경이로운 우주"

    면역이란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속에서는 맹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예고 없는 무자비한 침입에 맞선 필사적인 방어와 치밀한 전략. 우리 면역계는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전투에 임하고 있다. 바이러스와 백신이라는 단어가 범람하는 시대, 면역의 작용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 책은 풍부한 컬러 일러스트와 친밀한 문체를 통해 면역의 원리를 어느 이름 모를 대륙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 뒤바꿔놓는다.

    코로나19부터 블랙홀까지 복잡한 과학을 인포그래픽으로 쉽게 풀어내며 누적 조회수 20억, 구독자 1900만명을 기록한 유튜브 과학 채널 '쿠르츠게작트'의 설립자 필리프 데트머. 그는 서른두 살에 암에 걸리면서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계의 분투에 경이를 느꼈다고 한다. "면역계를 구성하는 각 부분 사이의 상호 작용이 너무 우아해서, 그들이 어울려 추는 춤이 너무 아름다워서 도저히 공부를 멈출 수 없었다."고 말하는 저자가 10여 년의 작업 끝에 완성한 이 책은 재미와 깊이를 놓치지 않으면서 독자를 면역계로 매혹한다. "명쾌하고 상쾌한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모범이라 할 만한 책"이라 말하며 <코스모스>의 작가 앤 드루얀이 추천했다.

  •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정희원 (지은이) | 더퀘스트 | 2023년 1월 "가속노화, 막을 수 있다."

    "요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노화". 이 책 맺음말의 제목이다. 마음에 확 박힌다. 몇 해 전부터 체력이 훅 떨어진 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일시적인 증상이겠거니, 곧 회복되겠거니 하며. 그러나 요행은 없다. 노력하지 않는 한 내 신체 상태는 지금이 최상이다. 비루한 현 상태가 최상의 상태라니 덜컥 두렵다. 함께 두려운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요행이 없다는 말은 노력하면 노력하는 대로 나아진다는 말도 된다. 노년내과 전문의인 저자는 현재 한국인들의 어떤 생활 습관이 어떤 몸 상태를 만들고 있는지 조목조목 짚으며 우리의 신체 건강을 진단한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문장들은 지금 나의 (어떤 구석도 건강하지 않은) 생활 습관을 직시하게 한다. 직시와 변화는 한 세트, 우리의 생활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 또한 책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완전히 새롭진 않지만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게 되는 방법을 설득력 높게 풀어낸다.

    운동, 금연, 금주, 스마트폰 절제... 새해를 맞아서 습관적으로 세운 목표들이 힘을 가지려면 강력한 동기가 필요하다. 정신과 신체 건강에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이 책을 통해 그 동기를 확실하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연초의 독서로 올 한 해 삶의 질이 여러 단계 뛰어오를지도 모른다.

  • 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은이), 신승미 (옮긴이)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애서광 노부인의 죽음과 책을 둘러싼 미스터리"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 범죄 소설 읽기가 취미인 아흔 살의 페기 스미스. 그가 즐겨 앉던 의자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을 때, 노인의 죽음은 의심 없이 자연사로 처리될 뻔했다. 간병인 나탈카가 'M. 스미스 부인. 살인 컨설턴트'라고 적힌 명함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의문을 품은 나탈카는 페기의 아파트를 정리하다 페기가 소장한 수많은 범죄 소설에서도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다. 책 앞쪽 '헌사'나 책 뒤쪽 '감사의 말'에서 '페기의 조언에 감사한다'는 문구를 무수히 많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을 들춰보며 단서를 찾던 나탈카는 페기가 죽는 순간 읽고 있던 책에 끼워져 있던 엽서를 발견하고 만다. '우리가 당신을 찾아간다.'라고 쓰인 의문의 문장. 뒤이어 총을 든 괴한이 페기의 아파트를 찾는가 하면, 페기에게 감사의 말을 헌정한 작가 중 한 명이 시신으로 발견되는 등 노부인의 죽음은 책과 작가들을 둘러싼 거대한 수수께끼로 비화하고, 애거사 크리스티, 도로시 L. 세이어스를 비롯해 추리소설 황금기 작가로 설정된 가상의 인물 실라 앳킨스의 책이 사건의 단서로 떠오른다. 2020년 <낯선 자의 일기>로 에드거 최우수 장편소설상을 수상한 엘리 그리피스의 신작 미스터리.

1.202023
  • 호랭떡집
    서현 (지은이) | 사계절 | 2023년 1월 "우연히 맛본 떡 하나, 호랭떡집 개업했네"

    옛날부터 떡을 좋아하는 호랭이가 아예 떡집을 차렸다. 이름하여 '호랭떡집'. 따르릉~ 첫 주문 전화는 다름 아닌 지옥 염라대왕의 생일 떡! 밤새도록 떡을 만들어 지옥으로의 배달에 나선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온갖 요괴들이 달려들어 호시탐탐 떡을 빼앗을 기회를 노린다. 과연 떡집 사장 호랭이는 떡 배달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호랭떡집>은 그림책 작가 모임 '바캉스 프로젝트'에서 작업한 독립출판물을 바탕으로 한 결과물이다.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호랭이를 모티브로 가져왔지만 '쫓는 신세에서 쫓기는 신세'로 상황은 역전된다. 노란색을 '긍정의 빛' 이라 여긴다는 작가는 이번에는 호랭이를 밝은 노랑으로 그려냈다. 요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죽을 고비를 넘기는 호랭이의 모습은 분명 안타깝지만 긍정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우리 모두 '호랭떡집' 영업이 끝나기 전에 호랭이가 만든 유쾌 발랄 떡을 맛보러 떠나 보자. 서현 작가의 개성 만점 캐릭터 그림책.

  • 희망의 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재인 | 2022년 11월 "가가 형사의 귀환, 봉인된 과거의 비밀"

    수제 케이크로 이름난 도쿄 지유가오카의 한 카페에서 주인 하나즈카 야요이가 숨진 채 발견된다. 경찰의 탐문 수사에 동네 사람들은 하나같이 '야요이 찻집'은 편안한 쉼터였으며 주인은 따뜻하고 선한 사람이어서 누군가의 원한을 살 리가 없다고 증언한다. 별다른 성과 없이 주변인 조사가 끝나가는 가운데, 한 단골손님이 유독 야요이와 친밀하게 지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수사가 활기를 띠지만 뜻밖의 인물이 자수하면서 갑자기 사건이 일단락된다.

    이 살인 사건의 이면에 이대로 끝나선 안 될 뿌리 깊은 무언가가 있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한 담당 형사는 독자적으로 수사를 계속해나간다. 이 형사는 바로 <붉은 손가락>, <신참자>, <기린의 날개>에 등장한 경시청 수사1과의 마쓰미야다. 뒤이어 수사팀의 리더이자, 마쓰미야의 사촌형제인 가가 교이치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2019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를 끝으로 10권의 ‘가가 형사 시리즈’가 완결되어 애독자들의 아쉬움이 컸다. <희망의 끈>은 일본 출간 당시 '가가 형사 시리즈'의 스핀오프인가, 마쓰미야를 주인공으로 하는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되는 것인가 등의 커다란 물음표를 남기며 화제를 모았던 작품으로, 독자분들도 함께 가가와 마쓰미야의 향방을 추측해 보기를 권한다.

  • 아무도 모를 것이다
    정보라 (지은이)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월 "<저주토끼> 정보라의 환상세계의 기원"

    정도경이라는 이름으로 환상문학웹진 '거울'과 같은 매체에 '내 마음대로 써보자는 생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즐겁게 게시하던 한 소설가와, 그 에너지 넘치는 환상적인 소설의 에너지에서 묘한 위로를 경험한 독자가 있다. (추천하는 말 "얼마나 많은 새벽, 정보라의 단편을 보며 위로받았는지 모른다. 그의 이야기에는 이상한 에너지가 있어서 밤에는 도무지 읽기 싫은, 몸서리쳐지는 이야기를 통해서도 그 에너지를 전달받고 만다.") 전자는 부커상 최종후보작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 후자는 <보건교사 안은영>의 정세랑이다.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로 <저주토끼>가 지명된 이후 멀리 뻗어나간 정보라의 소설이 다시 원 줄기를 찾아 나선다.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이라는 이름으로 정보라라는 세계의 초대장이 배송되었다. 마술적, 환상적, 현실적인 이야기 열 편을 가려 실었다.

    모르는 것에 대해 정보라는 쓴다. 첫 소설집 <나무>에선 그 후의 일을 알지 못한 사람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뻗어나가 큰 물줄기가 되어 흐른다. 유독 딱딱한 개암나무 열매 하나를 던졌다는 이유로 땅에 파묻힌 소년은 검은 나무에게 (문자 그대로) 사로잡히고 이들은 "어이없이 조그맣고 미약한 사건에서 시작되어 돌이킬 수 없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50쪽) 세계를 두고 애통해 한다. 우리를 사로잡는 그것이 나무이든, 머리카락이든, 휘파람 소리이든 우리는 그것이 왜 우리에게 찾아왔는지 인과를 알 수 없다. 그저 사로잡힐 따름이다. '구원받을 자격이 없는 자가 구원받지 않'(정세랑)는 이 가차없는 세계에 독자 역시 어쩔 도리 없이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 기대의 발견
    데이비드 롭슨 (지은이), 이한나 (옮긴이) | 까치 | 2023년 1월 "기대는 힘이 세다.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가 아는 세계는 순수한 외부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뇌가 인지한 세계'다. 달리 말하면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면 세계가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 데이비드 롭슨은 이를 증명하는 연구와 사례 들을 모아 이 책에 담았다.

    단순한 사례는 플라세보 효과다. 위약 효과는 이미 유명하지만 책에서는 조금 더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는데, 위약이 위약임을 알고 먹어도 효과가 있음이 증명됐다고 한다. 사람들의 위약에 대한 기대가 이미 커서, 알고 먹어도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자, 이제 책은 본격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운동선수들이 느끼는 신체 한계가 사실 뇌가 정한 한계였다는 내용의 실험, 자신의 심리적 에너지가 무한하다고 믿는 이들은 힘든 과제를 수행하고도 집중력과 통제력을 잃지 않았다는 연구, 자신이 심장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믿은 실험 참가자들의 실제 사망 확률이 훨씬 높았다는 실험 등 우리의 믿음이 현실에 미치는 힘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증명할 사례들이 줄지어 나온다.

    그러니 이 책을 읽다 보면 조금 무서운 마음이 들면서 손가락 걸고 약속을 하고 싶어진다. 겸손은 전통 깊은 미덕이고 냉소는 왠지 무게 있어 보여 위악적인 자기 비하가 습관이 된 사람들에게. 이제 부정적 자기 평가와 예측은 그만 하기로 하자고. 업무 역량에 대해서든 신체 능력에 대해서든 말이다. 스스로에 대한 소박한 기대는 자기 실현적 예언이 될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1.272023
  • 씽킹 101 : 더 나은 삶을 위한 생각하기 연습
    안우경 (지은이), 김보람 (옮긴이) | 흐름출판 | 2023년 1월 "생각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다. "너는 너이기에 너무 바빠서, 네가 어떤지 알지 못해." 재밌는 말인데, 사실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 우리 머리는 하루 종일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생각은 늘 자기 길을 가느라 바빠서, 우리는 생각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 겨를이 없다. 우리는 매일 마음이 시키는 대로 '자연스러운' 선택과 결정들을 하는데 대체 그 '자연스럽다'는 사고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완성되는 걸까.

    이 책은 우리의 생각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어떤 편향을 가져서 특정한 사고 방향을 편하게 느끼는지, 그래서 위험한지. 어떤 착오를 자주 일으키는지. 어떤 방법으로 스스로를 속이는지. 생각의 특성을 알면 마음의 함정을 피하고 생각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생각보다 큰일이다. 착각과 오해로부터 비롯되는 삶의 고통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고정관념과 편견이 만들어내는 인간 사회의 갈등들에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음의 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 '인지심리학'인데, 이 책은 예일대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인지심리학 강의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명강의의 명성에 걸맞은 재밌는 예시와 실험 들을 읽다 보면 살면서 꼭 기억해야 할 우리 마음의 중요한 오류들이 머리에 툭툭 들어온다. 이 내용을 아는 삶과 모르는 삶엔 '편함' 이상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 네 기분은 어떤 색깔이니?
    최숙희 (지은이) | 책읽는곰 | 2023년 1월 "자꾸자꾸 달라지는 수많은 기분이 모두 나야."

    퇴근하고 집에 가서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어땠어? 오늘 아빠는 업무가 밀려서 처리하느라 아주 혼났어." 아이는 대답을 했다. "전 오늘 '빨강'이에요. 어제 주문한 포켓몬 카드가 아직 안 왔거든요!" 아이는 '빨강'이라는 단어로 그날 하루를 표현해냈다. 지난 일화를 떠올리며 최숙희 작가의 신작 <네 기분은 어떤 색깔이니?>를 펼쳐본다.

    하얀 면지가 핑크빛으로 물들어 간다. 핑크로 덮이는가 했는데 한 아이가 '후'하고 불더니 무지개색이 쏟아져 나온다. 내 기분은 알록달록 무지개색. 자꾸자꾸 달라져. 설레는 노랑, 수줍은 연두, 신나는 주황, 일렁이는 빨강...... <네 기분은 어떤 색깔이니?>는 아이들에게 익숙한 일상의 순간들과 그 순간에 일렁이는 감정들을 갖가지 색깔에 담아 그려냈다. 모든 감정은 다시 온갖 색을 품은 검정, 아이의 꿈이 자라는 밤의 색깔로 마무리를 맺는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지금 네 기분은 어떤 색깔이니?"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는 데도 연습은 필요하다. 작가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기표현이 서툰 이들에게 색깔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보라고 제안한다. 감정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모두가 나를 이루는 소중한 색깔이라고 말하면서 그 색이 풍부할수록 더 눈부신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의 질문에 나 또한 응답해 본다. 지금 내 기분은 산뜻한 파랑.

  • 만지고 싶은 기분
    요조 (Yozoh) (지은이) | 마음산책 | 2023년 1월 "요조 신작, ‘만지는 일’의 작고 소중한 경험"

    요조 작가가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출간 후 2년 만에 새로운 산문집을 펴냈다. 작가는 이번 책의 프롤로그에서 전작을 기념하기 위한 모임에서 있었던 일의 일부를 들려준다. 실패의 경험자들이 들려준 실패 자랑기, 각자의 경험을 나누면서 오고 간 언어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만지면서 함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귀한 경험. 짤막하지만 마음을 크게 일렁이게 만든 이야기로 이번 책을 열어 보인다.

    코로나19로 당연했던 일이 당연하지 않게 되고, 가능했던 일이 불가능하게 되는 일을 모두가 겪었고, 지금도 겪어가는 중이다. 작가는 그런 일상을 다른 사람(혹은 반려동물)과 마주하고, 손을 맞대고, 마음을 나누는 일들로 채우면서, ‘만지는 일’의 작고 소중한 경험을 이번 책에서 나눈다. 책을 읽다 보면 감각한다는 표현과 여러 번 조우하게 되는데, 만지고 사랑하는 일을 한 가지라도 더 경험하고자 하는 작가의 결의로 느껴진다. 어떤 그리움, 어떤 너그러움, 어떤 다가감, 그리고 어떤 만짐. 결국에는 사랑으로 이어지는 작은 이야기들이 이 한 권을 넉넉히 채운다.

  • 금리의 역습
    에드워드 챈슬러 (지은이), 임상훈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금리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2022년 노벨 경제학상(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 수상자인 벤 버냉키는 세계 대공황을 연구한 학자로서의 성취에 더하여, 보다 일반적으로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의장으로 재직한 이력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연준 의장 재직 당시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맞아 미국의 기준금리를 제로금리까지 떨어뜨리고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가 연준 의장에서 물러난 이후, 연준은 이런저런 부침 속에서도 최근까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축 대응을 위해 초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였고, 그렇게 확보된 유동성은 정책 의도와는 별개로 주식, 부동산, 가상화폐 등의 자산 가치를 끝도 없이 끌어올렸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그것들을 Everything Bubble(모두 다 거품)이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에서 일했던 금융인이자, 세계 경제의 물밑에서 커지던 신용 거품을 경고했던 전작 <금융투기의 역사>로 주목받았던 에드워드 챈슬러. 그는 이번 신간에서 낮은 금리로 경제를 회복하고 개발할 당시에는 일시적인 투자 상승, 소비 증가, 실업률 감소 등을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생산성 둔화와 실수요자로부터 유리된 자산 가격 폭등, 불평등 심화 등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의 역사적 맥락, 고금리와 저금리의 시기별 경향성을 짚는 동시에 중요한 사상가와 연구자, 기업인을 소개한다. 금리 정책의 방향과 결과, 그 미래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수용 혹은 비판하는 것은 독자 개개인의 몫이겠지만, 저자의 분석과 통찰이 오늘날 경제의 핵심인 금리의 통시적 맥락을 파악하고 경제의 변화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1.312023
  • 말하는 눈
    노순택 (지은이) | 한밤의빛 | 2022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 추천, 노순택 사진론"

    사진가로서는 최초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은 작가, <분단의 향기>, <비상국가> 노순택의 카메라는 현장에 있었다. 싸움이 벌어지는 한복판에서 쓰러진 사람을 일으키는 대신 사진 찍기를 먼저 선택하는 것이 사진 작가의 업이다. '본 탓에 진 빚'을 탕감받기가 가능할까(9쪽)를 물으며 노순택이 현장에서 생각한 것들을 사진론으로 엮었다.

    만민이 사진작가인 시대이다. 우리가 무심코 찍은 사진에 찍힌 타인들처럼, 우리 역시 누군가의 기념사진의 엑스트라로 수만 번 찍혔을 것이다. 살인의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해 공모전에 출품한 어떤 자의 이야기, '독수리와 소녀'를 찍은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사진 작가의 이야기, 사진기는 예술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면서도 카메라 앞에 서 기꺼이 자신의 모습을 남긴 보들레르의 이야기 등을 통해 사진이 무엇인가에 대해 사유케 한다. 색감을 잘 살려 인쇄된 사진과 각 진 글꼴로 구성된 책의 꼴 역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단단한 사유와 잘 어우러진다. '순간을 포착해낸 치열한 작가정신'과 '작은 출판사의 첫 출판과 그에 담겨있을 포부'를 언급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했다.

  • 테스카틀리포카
    사토 기와무 (지은이), 최현영 (옮긴이) | 직선과곡선 | 2023년 1월 "2021 나오키상, 2022 일본 미스터리 랭킹 2위"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어둠. 아니 이미 국가의 예산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과 군대를 능가하는 전투력으로 하나의 제국을 이룩한 어둠. 그것은 라틴아메리카 마약 밀매상의 제국이다. 바다와 땅을 촘촘히 가로질러 세계를 지배하는 어둠의 왕좌를 두고 마약 밀매 조직의 전쟁은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계속된다. 한때 그 권력의 최정점에 섰던 발미로는 도망자의 신분으로 지구 반바퀴를 돌아 인도네시아의 땅을 밟는다.

    자카르타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생긴 깊은 그늘. 아시아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자본의 열기를 감지한 두 어둠이 서로를 알아본다. 마약 밀매 제국의 황제였던 발미로와 한때 일본 최고의 심장외과 의사이자 현직 장기밀매 컨설턴트 스에나가. 두 사람이 운명 공동체가 되어 중국, 일본, 자카르타의 폭력 조직이 대는 거액의 자금을 바탕으로 이제까지 세상에 없던 피의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17년 만에 나오키상과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동시 수상하고, <흑뢰성>과 함께 2022년 일본 미스터리 주요 랭킹 1,2위를 다투며 화제를 모은 <테스카틀리포카>. 16세기 아스테카 문명의 최후부터 2021년 팬데믹의 일본까지, 세계지도와 역사를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깊은 통찰과 광활한 서사로 독자를 압도하는 소설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아무리 중간에 '이 참혹한 광경을 견뎌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며 책을 놓고 싶더라도 마지막까지 읽어야 한다는 말 외에 어떠한 말도 쉽사리 보태기가 어렵다. 무엇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든 그것을 뛰어넘을 것이다.

  • 자미
    오드리 로드 (지은이), 송섬별 (옮긴이) | 디플롯 | 2023년 1월 "권김현영, 유진목, 하미나, 은유, 이라영 추천"

    영원한 아웃사이더, 시인, 전사, 페미니스트, 교사, 사회주의자... 오드리 로드를 설명하는 수많은 수식어들. 이 책은 오드리 로드가 어떻게 오드리 로드가 되었는지 그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낸 자전적 이야기다. 흑인, 여성, 이민자, 동성애자, 중첩적 소수성을 지니고 살아온 그에게 삶이 오직 격전지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폭신한 사랑의 터이기도 했다면 그 공은 모두 그와 관계 맺은 여자들에게 있다.

    아직 말을 트지도 못한 4살 이전의 시간부터 죽음과 사랑과 삶을 모두 겪은 나이가 될 때까지 그의 기억은 풍성한 감각으로 이어진다. 햇볕의 양과 색, 공기에 섞인 향과 사람들의 표정, 손발에 와닿는 촉감과 넓은 스펙트럼으로 펼쳐지는 감정들. 색과 향이 범벅된 내밀하고 충만한 그의 글쓰기는 여자를 향한 사랑과 여자로 인한 상처를 매혹적으로 펼쳐낸다.

    사랑이 모욕당하고 사람이 우스워지는 세상에서 오드리 로드의 이야기는 숨어있던 용기를 슬그머니 깨어나게 한다. 우리는 사랑으로 저항할 수 있다. 수치심 권하는 사회에 굴하지 않고 존엄을 지킬 수 있다. 우아하게, 치열하게, 충만하게 싸우며 살아갈 수 있다. 부서지지 않는 강한 힘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받침구조대
    곽미영 (지은이), 지은 (그림) | 만만한책방 | 2023년 1월 "받침이 필요할 때, 받침구조대"

    받아쓰기를 하면서 제일 어려운 건 겹받침을 쓰는 게 아닐까 싶다. [돌떡]을 올바르게 받아쓰면 '돌떡'이지만 옛날엔 '돐떡'이 올바른 표기였다는 점. [설ː따]를 받아 적으면 '설다'가 아니라 '섧다'이다. 한글이 쉽다고 하지만 과연 쉽다고 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돐떡은 돌떡이 되었고 섧다고 쓰느니 서럽다고 쓰는 게 편해졌다. 하지만 수많은 겹받침 단어들은 어떻게 한담?

    그래서 <받침구조대>가 탄생했다. 국어를 처음 배우며 익히는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받침구조대 친구들은 쉬운 용례를 통해 겹받침을 습득하도록 도와준다. 아기 캥거루를 오래 안고 있던 엄마 캥거루가 편하게 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읒이라는 의자 위에 앉으면 된다. 찜통에 들어간 듯한 푹푹 삶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선 미음으로 수영장을 만들어 풍덩 빠지면 '살았다!' 외치게 된다. 이처럼 재치가 번뜩이는 겹받침 이야기를 <받침구조대>에서 만나보자. 맞춤법은 틀리면 안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