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움직인다. 짐작할 수 없는 강우량, 극단적인 가뭄과 홍수, 해류의 변화, 빙하의 해빙. 물이 마르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1인당 담수량은 절반으로 줄었다." 인간이 원하는 대로 길들여지던 물, 댐과 인공 저수기, 파이프, 펌프 시스템으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온 온순한 물이 이제 인간의 곁을 떠나고 있다.
제러미 리프킨은 이 책에서 수권의 재배치와 그에 따른 인류 문명의 종료에 대해 말한다. 물의 변화에 따라 인간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분석하고 예측한다. 그는 기후재난의 시대에 우리의 사고를 어떻게 변혁시켜야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를 제안한다. 물과 지구의 관계를 완전히 다시 생각해야만 인류에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새 시대의 패러다임을 선제적으로 제안해온 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이 전 세계에 동시 출간한 책.
- 사회과학 MD 김경영
추천의 글
『플래닛 아쿠아』를 접한 대부분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리프킨은 우리가 땅의 행성이 아니라 담수, 염수, 빙하로 구성된 물의 행성에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구에 대한 오랜 믿음을 뒤바꾸는 일깨움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기후변화가 수권을 급속히 해방하면서 홍수와 가뭄, 폭염, 산불, 허리케인이 만연하는 불길한 미래로 우리를 데려가며 인간을 비롯한 많은 종을 절멸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우주 속 우리 고향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플래닛 아쿠아』는 물의 행성에서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바꾸어 동료 생물들과 함께 번성할 방법을 설파한다. - 제인 구달
군마 현경 수사1과 가쓰라 경부는 당연하겠지만 경찰이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탐정도 아니고, 전설적인 명탐정을 할아버지로 둔 고교생도 아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수사본부가 꾸려지면 그 자신을 포함하여 가용 인력을 동원해 탐문과 조사, 신문, 검증을 거쳐 사건의 진실로 접근한다. 그 과정은 어디까지나 규범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경찰의 방식이며, 그 정보는 수사본부의 구성원들과 공유된다. 잠은 언제나 부족하며, 식사는 늘 달콤한 빵과 카페오레 한 잔이다. 유능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 그가 별안간 번뜩이는 순간이 있다면, 진실에 가 닿을 마지막 한 걸음을 혼자 훌쩍 뛰어넘을 때이다.
일본 주요 미스터리 랭킹에서 3관왕을 달성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 미스터리. 책 속에서 가쓰라 경부는 거대한 음모를 꾸미는 어둠의 조직이나 광기 어린 사이비 종교 집단의 비밀을 파헤치지는 않는다. 다만 사건과 수수께끼가 있으며,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단서가 모이고, 이를 반복 검증하여 진실을 밝혀낼 뿐이다. 그렇다고 그 과정이 무미건조하거나 시시한 것은 아니다. 독자와 동등한 눈높이에서 단서를 종합한 가쓰라 경부는 마지막 순간 훌쩍 진실로 뛰어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를 쫓아 진실에 함께 닿을 수 있는지는 오로지 독자의 몫이다. 작가는 “미스터리는 독자가 풀려고 마음먹고, 구석구석까지 쫓으면 진상에 이를 수 있는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작품이 바로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독자에게 작가가 던지는 공정한 도전이자, 좋은 질문일 것이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사람의 표정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인간상을 대략적으로 파악한 다음, 가쓰라는 그 모든 것을 의심한다.
똑단발의 어린이가 물가에서 나뭇 가지로 쓰레기를 줍고 있다. 과자 봉지 낚아 올리고 사이다 캔에 나뭇가지 푹 넣어 꺼낸다. 검은 비닐봉지일까 하고 쭈욱 건져 올리는데, 아뿔싸, 그건 물귀신의 머리끝이었다. 물귀신은 어린이를 품에 안고 물귀신들의 마을로 향한다. 그런데 물귀신은 전혀 무섭지 않고 오히려 어린이를 환영하며 마을로 초대한 이유를 밝힌다. 물귀신들은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근래엔 수질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어 늘 일손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이에게 오늘의 할 일을 도와달라 요청한다.
김동수 작가는 <감기 걸린 날>에서부터 <오늘의 할 일>까지 예측 불가능한 소재에서 시작하는 생태와 환경 이야기를 보여준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생태는 당연히 중요하게 인식해야 하지만 너무 어렵거나 심각하게 여겨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심각하고 우울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김동수 작가가 그리는 세계는 유머가 가득하다.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다. 아기 물귀신들과 산책을 하고 노는 일은 즐거우며 어린이가 기꺼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아기 물귀신들이 성장하여 큰 물귀신이 되면, 또 물을 깨끗하게 정화해 줄 것이다. 그 사이 똑단발의 어린이도 어른이 되어 물귀신과 보낸 시간을 추억하며 자신이 할 일을 즐겁게 할 테다. 김동수 작가가 그리는 그 세계에 초대받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초대장 같은 그림책.
- 유아 MD 임이지
그 멜로디는 그렇게 종종 긴 세월을 통과하여 내가 서 있는 곳으로 흘러들어오곤 했다. <빛의 호위>(2017) 9쪽
2017년 표제작 <빛의 호위>를 중심으로 소설집을 엮으며 조해진은 작가의 말에 '이제야 나는, 진짜 타인에 대해 쓸 수 있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적었다. 조해진의 소설이 만들어온 단단하고 귀한 세계를 꾸준히 따라 읽어온 독자들이 각별히 아낀 두 인물, 권은과 승준의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만난다. 조해진이 5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이다.
<빛의 호위>에서 세계가 잊어버린 아이였던 권은은 승준에게 선물받은 카메라를 통해 죽음이 아닌 삶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시간이 흘러 권은은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승준은 기자가 되었다. 시리아 내전을 촬영하던 권은은 왼쪽 다리를 잃게 되고, 이제 막 한 아이를 기르게 된 승준은 권은의 사정과 취재로 알게 된 우크라이나 여성 나스차의 사정에 연루되며 사람들의 삶을 향해 손을 뻗는다.
세계 도처에서 폭력이 산재해도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산다. '갓 태어난 아이를 돌봐야 하는 동안만큼은 좋은 거, 좋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거, 그런 것만 보고 들으면 안 되는 거야?'(39쪽)라고 말하는 민영을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 그럼에도 손을 내밀기로 선택하는 드문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살린다. 어린 권은의 외로운 방에서 울려퍼지던 멜로디가 우크라이나와 가자와 레스보스섬을 향해 뻗어 나간다. 어떻게 쓰고 어떻게 찍을 수 있을지, 머뭇대고 숙고하면서도 조해진의 소설은 삶을 향해 뻗어 있다. 이런 소설이라면 다시 한번 소설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서텨를 누를 때 카메라 안에서 휙 지나가는 빛이 있거든. 그런 게 있어? 어디에서 온 빛인데? 평소엔 잘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있겠지. 어떤 데? 지붕 아래나 옷장 뒤편, 아니면 빈병 속 같은 데? 열두 살의 그녀와 그는 그 운동장에서 그런 비현실적인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