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이 죄 책으로 쏠려버린 사람에게도 이런 고민을 하는 날이 올 줄이야.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가장 갖기 싫은 책을 줄 세워보고 있었다. 인피 제본 책? (맞다. 인피는 인간의 피부이다...) 사담 후세인의 피 27리터로 쓰인 책? (한 공간에 잠시 머무르고 싶지도 않다.) 악령의 무리가 부르는 대로 수녀가 받아쓴 암호 편지? (끝내 저항하고 멈춘 것이 다행이랄까.)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책이려나?(눈알의 고통, 더는 참을 수 없다.) 혹은 인간보다 크고 무거운 책이려나?(나에겐 내 작고 귀여운 집을 지킬 의무가 있다.)
세상의 괴상한 책들을 그러모아 소개한 책, 이 짧은 소개만으로 애서가의 심장은 두근거린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눈을 의심하면서도 책장은 끊임없이 넘어간다. 희귀서적상인 부모를 두고 책으로 지은 집에서 유년기를 보낸 저자는 이 분야에 도가 텄는지 정말로, 정말로 이상한 책들의 이야기를 샅샅이 모아 들려준다. 그리고 이 괴이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인간에게 책이란 대체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책에 담긴 무수한 욕망들, 사정없이 선을 넘는 콘텐츠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제각기 가질 수 있는 특성들을 극단으로 밀고 나가는 어떤 파괴력... 아무래도 책은 끝 간 데 없이 위험한 것이 맞고 그만큼 매혹적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펼치는 순간 저마다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의 지은이들이 살아나 시간의 폭력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런 책들을 수소문해 한 권의 책으로 엮는 것, 그렇게 그들만의 도서관을 헌정하는 것은 무조건 옳다. 그리하여 여기에 괴짜들, 기인들, 오래전에 자취를 감춘 사회 부적응자들, 다시 말해 잊힌 자들을 불러 모아 기린다.
지루함에 압도당한 ‘나’는 무작정 차를 몰고 나섰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 채로 계속해서 차를 몰다가 바큇자국이 점점 깊이 파이는 숲길로 접어들어서야 어느 순간 차가 길바닥에 처박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차를 돌릴 수도, 후진으로 빠져나올 수도 없다. 도움을 청할만한 곳도 없고, 하늘에선 눈이 내린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숲속으로 걸어간다. 피로와 추위, 배고픔이 엄습하는 가운데 ‘나’의 눈앞에 무언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저것은 사람이 분명하다. 하지만 저것이 사람일 리가 없다. 밝은 빛을 내뿜는 순백색의 형체가 나’에게 다가온다. 과연 지금 ‘나’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202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욘 포세의 최신작. 작가 데뷔 40주년인 2023년 발표한 소설로, 80쪽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본문 속에서 의식 그 자체처럼 흘러가는 물음표 없는 질문들로 작가가 오래도록 천착해 온 삶과 죽음의 문제, 그 문턱에 놓인 한 인간의 내면과 기이한 체험을 묘사한다. 그의 문학세계의 결정적인 특징이 모두 망라된, 가장 쉬운 단어로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다룬 또 하나의 수작. 많은 매체의 평가처럼 욘 포세의 작품에 다가가기 위한 입문서가 될 책이다. 스웨덴 아카데미 노벨재단의 동의를 구해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연설문’을 함께 실었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나는 아주 조용히 서 있다. 사방이 완전히 고요해졌으면 좋겠다, 나는 고요함의 소리를 듣고 싶다.
수많은 어린이 독자는 물론, 어른 독자마저 사로잡은 <똥볶이 할멈> 시리즈, 강효미 작가의 신작 시리즈가 나왔다. 어릴 때는 열심히 한다고 해도 서툴고 실수투성이였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이상하게도 자꾸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되더라고, 작가는 고백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시리즈는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똑 닮은 주인공, 사고뭉치 소방관 '오케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평화로운 구름시에는 소방서가 딱 하나 있고, 그곳의 유일한 소방관은 '오케이'다. 그리고, 오케이 곁에서 때로는 오케이를 돕기도 하고, 때로는 비웃기도 하는 짓궂은 소방새 '루이'도 있다. 의욕에 넘쳐 허둥지둥 일에 뛰어들지만 해결은커녕 실수만 하는 오케이. 하는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아 울적해진 오케이는 사직서를 내기로 결심한다. 그러던 중, 소방관이었던 엄마의 유품 라디오, 그것도 30년 동안 작동하지 않았던 고장 난 라디오에서 속보가 나오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희한한 일들에 휘말리게 된다.
없는 동물이 없는 '다있소 동물원', 40년 동안 꼬마 손님들을 대상으로 '구름 문구점'을 운영해온 할머니의 사연... 등장인물과 동물, 장소, 여러 에피소드, 엉뚱한 상상을 좋아하는 작가가 만들어낸 요소 하나하나가 흥미를 유발하여 단숨에 읽어 내려가게 만든다. 오케이가 사직서를 찢어버리고, 'OK! 다시 해보지 뭐!' 마음을 다잡아 가는 뭉클한 과정도 잘 담겨 있다. 책의 마지막은 시장의 쿰쿰한 음모 계획이 루이에 의해 포착되며 끝난다. 책장을 덮는 순간 후속작을 기다리게 만드는 매력 넘치는 이 책을 많은 어린이, 어른 독자와 함께 읽고 싶다.
- 어린이 MD 송진경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짜증나". 이 말은 마법의 단어처럼 온갖 감정들을 다 포함한다. 배고프다 대신에 짜증나, 피곤해 대신에 짜증나, 불안해 대신에 짜증나,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짜증나. 작았던 짜증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두꺼운 먹구름처럼 머릿속을 지배한다. 이 먹구름을 없앨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다. 가만히 마음과 머릿속을 들여다 봐야한다. 이 뒤에 무엇이 있는지.
책 속 '감정 호텔'은 이렇게 뭉뚱그려지는 감정들을 위해 존재한다. 내가 느끼는 이것이 분노인지 수치심인지 슬픔인지 확인하고 알맞은 방에 넣어주어야 한다. 작가는 위트 있는 글 솜씨와 그림으로 내 감정에 이름 붙이고 관리하는 법을 은유로 보여준다. 차근차근 지배인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더 풍부한 단어로 화려하게 나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내 마음속 '감정 호텔'에서 가장 조용한 방문을 열어 '감사'가 잘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 유아 MD 임이지
추천의 말
감정은 나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가는 손님이에요. 감정이 편안하게 머물렀다 가도록 방 한 칸 내어주는 내 마음은 감정 호텔이고요. 감정 손님들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와요. 필요 없는 손님은 없어요. 각각의 감정은 모두 역할이 있거든요. 그림책 곳곳에 숨어 있는 감정 손님을 살펴보세요. 눈에 보이지 않아 모호하고 막연했던 감정의 진짜 얼굴이 보일 거예요. 나의 감정 호텔을 잘 돌보려면 불편한 감정이라도 함부로 내쫓지 않고 섬세하게 보살펴야 해요. 그래야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의 감정도 포용할 수 있어요. 어렵지 않을 거예요. 감정 호텔 지배인이 감정 손님을 어떻게 대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니까요. 언제나 감정 호텔의 문을 활짝 열어 두세요. 낯설고 불편한 감정이 허락 없이 들어와 방 하나를 차지해 버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은 더 단단해져 있을 테니까요. 이 따스한 그림책을 펼치는 순간, 어떤 감정 손님이 어린이를 찾아갈까요? 두근두근, 기대됩니다! _ 하유정(초등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