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우리가 탈물질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이지 않으면 사라진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니까. 저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금을 채굴하기 위해 산을 통째 날려버리는 광경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결혼반지에 들어간 금을 채굴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광석이 필요한지 궁금해하게 되었고, 이윽고 우리의 현실 세계가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추적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완성품들, 그것이 어떤 자원으로부터 어떻게 채굴되고 제작되어 현실에 왔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굳이 관심 가질 계기가 없으니 생각을 해 볼 일도 딱히 없다. 그러나 세계를 구성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우리는 여전히, 아니 갈수록 더 완전한 물질의 세계에 살고 있다. 책에서는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 여섯 가지 물질을 현대 사회의 필수 요소로 정리하고 이 물질들이 인류의 문명과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한다. 모래는 반도체의 핵심 재료이고 의약품엔 소금이 필수적이며 구리가 없다면 세계의 전기는 멈춘다.
나의 세계와 관련이 없다고 여길 때, 물질의 이름들은 사실 조금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세계의 유물이라고 생각한 물질들이 여전히 내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동안, 세계를 인식하는 관점이 변하며 새로운 재미가 조금씩 끓어오른다. 현실을 감각하는 새로운 눈을 뜨고 싶은 독자에게 필요한 책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첫 문장
아직도 땅을 폭파하여 얼마나 많은 모래와 암석을 얻고 있는지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석기시대에 꽉 붙들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철과 구리에 대한 수요는 최근 들어 더 증가했다. 상황이 이럴진대 현대는 철기시대이고, 더 나아가 구리시대, 소금싣, 석유시대, 리튬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 시리즈의 문지혁 소설집. 뉴욕에서 외국인에게 기초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에서 대학 신입생들에게 교양 글쓰기를 가르치던 강사 '문지혁'이 등장하던 오토픽션의 정서가 소설집 전반에 흐른다. 대체로 그들은 꿈꾸는 중이고, 꿈꾸던 삶을 '체이스'(chase)하느라(2010년 소설가 문지혁이 발표한 첫 작품의 제목은 <체이서>였다.) 길을 오간다. 네모반듯한 맨하탄을 걷든, 뉴욕에서 플로리다까지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든, 서울과 뉴욕을 비행기 항로를 따라 이동하든 그들은 정착하지 못한 채 좌표 위를 오가는 중이다.
<파친코>, <미나리>, <패스트 라이브즈> 같은 한국계 창작자들의 이민자 서사, 디아스포라를 다룬 작품이 소개되어 공감과 지지를 얻는 요즘이다. 정확히 같은 상황을 경험해본 적은 없을지라도 집을 떠난 이의 쓸쓸함에 대해서라면 소설을 읽는 우리도 할 말이 있다. 우리도 이런 곳에 놓여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임종을 앞둔 장인 이호철을 만나기 위해 뉴욕발 인천행 비행기에 탑승한 아일랜드계 미국인 사위의 비행기 좌석. (<에어 메이드 바이오그래피>), 추운 뉴저지를 벗어나 첫 결혼기념일을 플로리다에서 보내기로 한 유학생 부부가 방문한 수상한 호텔 13층. (<핑크 팰리스 러브>)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악명 높은 미국의 의료보험 체계와 함께 보내고 겨우 한 끼를 먹기 위해 들른 쓸쓸한 다이너. (<나이트호크스>) '가로세로 반듯한 길에서조차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141쪽)들은 길 위에서 두리번대다 우리가 놓인 위치를 겨우 가늠해 '고잉 홈'하기 위해 방향을 조정한다. 이 여행이 너무 고되지 않기를 바라며 여행가방에 챙겨 넣기 좋은 소설집. 160쪽의 '골드 브라스 세탁소'의 깨진 간판 글자처럼, 길을 떠난 모든 이들의 행운을 빈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1. 나는 지금 JFK공항 라운지에 앉아 있다.
이 책의 한 문장
가야 할 곳은 정해져 있고 거기가 어딘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러니까 그 사이에서 우리가 집이라고, 고향이라고, 본토라고 부르고 믿는 모든 곳은 결국 길의 다른 이름 일 뿐이다.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서 있고, 언젠가 이 여행이 끝나면 비로소 다 같이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모두에게 그 여행이 너무 고되지 않기를.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우리는 도착할 거니까.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는 가미오 마요는 까다로운 노부부 고객이 의뢰한 리모델링 계약의 최종 마무리를 위해 찾아간 자리에서 계약 취소를 통보받는다. 여러 차례 시안 재수정을 거치며 어렵사리 진행해 온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서 어그러져 혼란스러워하던 마요는 사무실로 복귀하던 도중 의뢰인이었던 도미나가 부인의 전화를 받는다. 도미나가 부인은 마요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으며 사과하는데, 실은 부부가 리모델링하여 들어가 살려고 했던 집이 죽은 아들의 전처에게 통째로 넘어가게 된 상황이었던 것. 아들의 전처가 아들의 사망 이후 기다렸다는 듯 가족 앞에 나타나 배 속 아이의 상속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노부부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낀 마요는 사정을 삼촌 다케시에게 털어놓고, ‘블랙 쇼맨’ 다케시는 도미나가 부부의 법률 대리인이 되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괴짜 페르소나 ‘블랙 쇼맨’ 시리즈의 신간. 도쿄 시부야구 에비스에 위치한 작은 바 ‘트랩 핸드’의 마스터 가미오 다케시가 저마다의 사정으로 곤란에 빠진 사람들에게 특유의 관찰력과 논리력으로 도움을 주는 세 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건이 해결된 뒤 한 잔씩 내어지는 색다른 칵테일도 함께다. 출간 도서 누계 판매 부수 1억 부, 에도가와란포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나오키상, 본격미스터리대상 등 일본 대표 문학상을 모조리 석권한 히가시노 게이고가 최근 가장 애착을 보이는 시리즈로, 작가가 “지금 내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캐릭터”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 소설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가까이 다가가서 보자 스에나가 히사코는 졸고 있었다. 그 목에는 꽃무늬 스카프가 매여 있었다.
2015년 10월 4일 저녁, 4개의 동영상을 촬영하고, 6개월, 12개월, 5년, 10년 후의 미래의 자신에게 말을 건 한 남자, 바로 현재 개인 유튜버 구독자 수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지미 도널드슨, 유튜버 '미스터비스트'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꿈을 향해 용기를 내어 작성한 그 영상은 그의 인생에서 완전한 전환점이 됐다. 꿈을 실현해야 한다는 무게감은 그를 압도했지만 미래를 현재의 나와 연결시킴으로써 그는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내 삶에 대한 확신' 이것이 극적인 변화의 시작이었다.
우연히 출연한 유튜브 영상이 500만 뷰를 돌파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이하영 병원장'이 꿈과 성공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방법을 제시하는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가난을 이기고, 상위 1% 부를 이루기까지, 성공에 대한 고정관념과 상식을 뒤집는 '원하는 미래에 가장 빨리 도달하는 법'을 소개한다. 특히 '열심히'라는 중독에서 벗어나 '충실히' 시간을 보내고, 나아가 '즐겁게' 살면 최고라고 강조하면서 미래를 향해 몰입하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말한다. "극적인 변화의 시작은 '내 삶에 대한 확신'이었다."라고.
- 자기계발 MD 김진해
책 속에서
나는 스무 살에 고시원에 있었다. 내 삶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가지고 10년 뒤 모습을 매일 상상하며 지내다 보니, 그 모습이 어제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