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함은 대개 타고나는 것이지 길러지는 게 아니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우리는 어린 나이부터 특정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신동·천재에 열광하고, 학창 시절 학업 성취가 우수한 학생들을 찬양한다. 위대한 인물에 대한 전기는 대부분 그가 어린 시절부터 얼마나 남다른 존재였는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비범한 일화들은 그가 자라서 위대한 성취를 이룰 것이 이미 예정되어 있다고 강변하는 듯하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니, 다섯 살에 사서삼경을 독파하거나, 열세 살에 처음 진사 초시에 합격한 이후 아홉 번 장원 급제하지 못한다면 커서도 대단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것일까.
우리는 타고난 재능에만 주목하고 집중한 나머지 뒤늦게 발견되고 길러질 수 있는 숨은 잠재력에 대해서는 쉽게 간과한다. 그리고 이러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해 과소평가 되고 묻힌 이들에 대해 개인의 능력 부족과 노력의 실패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와튼스쿨 조직심리학과 교수 애덤 그랜트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타고난 재능은 기회와 환경, 동기부여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일 뿐, 누구나 자신 안에 ‘숨은 잠재력’을 발휘하여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된 출발과 성과 중심의 잣대가 실제로는 균등하지 않은 기회와 체제에서부터 비롯되었음을 밝히고, 후천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행동 유형인 ‘품성 기량’, 잠재력을 실현하도록 도움을 주는 ‘임시 구조물’을 설정하고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과소평가 되어온 이들에게 열린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길을 말한다.
- 자기계발 MD 박동명
이 책의 한 문장
여러분의 잠재력을 가늠하는 진정한 척도는 여러분이 도달한 봉우리의 높이가 아니라,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먼 거리를 전진했는가다.
타이완에서 음력 7월은 '귀신들의 달'이다. 이 기간에 사람들은 이사나 여행, 이직 등의 이동을 최대한 삼간다. 그중에서도 7월 한가운데의 15일 '중원절'은 귀문이 활짝 열려 귀신들이 가장 많이 출몰하는 날로, 모든 가정에서 풍성한 제사상을 차려 떠도는 혼귀를 달랜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중원절의 한낮, 타이완 외딴 마을을 향한 기차에서 한 남자가 내린다. 계절과 어울리지 않는 정장 차림의 그는 독일 교도소에서 살인죄로 형을 산 뒤 고향으로 돌아온 천씨 집안의 일곱째 아들 톈홍이다.
한때 그는 새로운 삶을 꿈꿨다. 자기 자신에게서 고국과 가족을 삭제해버리는 꿈. 작가 초청 프로그램으로 주거지와 체재비를 지원받아 도망치듯 도착한 베를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고 사랑하는 이도 만났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톈홍이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고, 중원절을 맞은 이 집엔 산 자뿐 아니라 죽은 자들도 함께 자리한다. 죽은 자들은 기억 속에서 생을 부지하며 목소리를 가진다. 그렇게 폭력과 억압이 만연했던 1980년대의 타이완을 힘겹게 통과해야 했던 천씨 가족의 사연이 펼쳐진다. 황인찬 시인이 "귀신 들린 듯한 엄청난 흡입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고 추천하며 함께 읽은 소설.
- 소설 MD 권벼리
추천의 글
어떤 때는 포크너가, 또 어떤 때는 디킨스와 포가 떠오르는 강렬한 개성을 지닌 이 소설은 그야말로 귀신 들린 듯한 엄청난 흡입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고, 수많은 등장인물의 내면을 통과하며 퍼즐을 맞춰가듯 전개되는 빼어난 이야기 구조가 귀기 어린 세계와 만나 기묘한 충돌을 일으키는데, 이는 오직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방식이자, 이 소설이 가진 뛰어난 미덕이다. 이야기 속에서 여성과 퀴어, 사회주의자 등으로 표상되는 저 귀신들은 역사의 상흔과 사회적 억압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그들과 얽힌 다른 이들 또한 결국 귀신과 같은 존재일 따름이다. 천씨 집안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삶과 죽음, 폭력과 탈주, 사랑과 증오, 문명과 야만이 뒤엉켜 그려지는 이 거대한 귀신극을 읽는 동안, 우리는 우리 자신이 이미 귀신이며, 우리 곁에 있는 당신 또한 귀신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무엇보다 우리가 그 귀신들을 사랑하고 용서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 황인찬 (시인)
이름을 써넣은 네임 스티커를 화분에 붙이고 뭔가를 빌면 그게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민구, 은서는 믿을 수 없지만, 한편으로 아주 조금은 민구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민구는 정말 이상한 애니까. 하지만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챙기는 민구의 모습과 꽤 괜찮은 민구 외삼촌 '명두'를 만나면서, 민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러는 사이 새로운 관계들이 조금씩 은서의 세상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은서는 떨리는 손으로 두 개의 이름을 적어 민구에게 건네지만, 은서의 산뜻하지 않은 얼굴에 민구는 아무것도 빌 수 없게 되는데...
<네임 스티커>는 중학생 은서와 민구가 서로의 결핍을 나란히 응시하며 괜찮지 않은 나날들을 괜찮은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황보나 작가가 그려내는 서사적 재미와 매력있는 등장인물의 면면, 그리고 섬세하고 위트있는 문장들은 우리 청소년문학에 싱그러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끝으로 작가의 말을 전한다.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산뜻하지 않음을 느낀다면 잠깐 멈춰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청소년 MD 김진해
심사평
"이 작품이 갖는 시선의 윤리성은 단연 돋보인다. 소설을 읽을 독자는 물론, 작품의 주인공으로서의 청소년을 존중하는 담백한 작가의 태도 때문이다." - 송수연(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이 작가의 문장 뒤에는 많은 것이 감추어져 있다. 쓰지 못한 것이 아니라 쓰지 않은 것. 그것을 통해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자세다." - 윤성희 (소설가)
에세이 <몽 카페>와 <창문 너머 어렴풋이>를 쓰고, 아니 에르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등 여러 프랑스 작품을 번역하며 다방면으로 이름을 알려온 신유진 작가가, 이번 신작에서는 찬찬히 다져온 글쓰기의 힘으로 조금 더 깊숙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빛도 바람도 없이 불편하게 지내야 했던 서울의 작은 자취방 시절, 불면과 무기력감에 빠져 지냈던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의 3년, 이국에서 보낸 문맹의 시간과 꿈을 놓았던 순간, 모든 것을 얻었으나 가장 소중한 단 하나를 단 한 번 잃었던 깊은 고통의 경험, 할머니로부터 못생겼네 소리를 내내 듣고 지냈던 유년 시절과 할머니를 향한 미움, 그리고 할머니와의 마지막 작별 인사.
작가는 기억을 복기하며 과거의 상처들을 하나씩 현재로 불러내어 써 내려간다. 더 이상 상처가 되지 않게 된 지금의 목소리로, 겹겹의 계절을 통과하며 단단하게 쌓아 올린 마음과 문장으로. "부서졌으나 아주 망가지지는 않겠다는 각오로, 상처 입었으나 병들어 죽지 않을 마음으로, 오래 가난하지 않을 희망으로." 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채워온 계절의 문장들로 위로받는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은 '그럼에도'라는 말 이전에 붙었던 조건과 싸워 이긴 사람이 아니라, 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믿음과 허황된 꿈은 다르다. 믿음에는 빈 종이에 더듬더듬 한 줄씩 채워나가야 하는 시간이 있다. 가난한 언어 앞에 말의 욕망이 무릎 꿇는 시간이자 말의 본질을 위해 치장을 벗는 시간. 믿음에는 간절한 문맹의 시간이 있다.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꿈'이란 말을 '믿음'으로 바꿔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