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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끝의 버섯 우리 다시 만나요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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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으로 인해 새로 쓰이는 계절, 여름"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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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님의 첫 번째 연애소설. 청소년 문학 최고의 페이지터너 이꽃님이 가슴 설레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가족에 관한 아픔을 가진 두 아이 하지오, 유찬의 열일곱 여름, 고통스러울 것만 같았던 계절이 눈부시게 찬란한 둘의 계절로 변해간다.

5년 전 화재사건으로 인해 듣고 싶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리는 유찬, 우연히 같은 동네로 전학 온 하지오와 가까이 있기만 하면 고요가 찾아오는 경험을 한다. '어떤 속마음도 들리지 않는다.' 스스로 태어나선 안 되었다고 생각하는 하지오, 엄마를 지키기 위해 유도를 시작했을 만큼 엄마를 향한 애정이 각별하다. 엄마의 병환으로 존재조차 몰랐던 아빠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떠밀리듯 번영으로 오게 되는데, 우연히 마주친 유찬이 어딘가 이상하다. 필연인지 우연인지 두 아이는 같은 반이 되고 유찬은 자신에게 일어난 이상한 일이 하지오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몰라, 왜 그런 건지. 그냥 너는 특별해."(81쪽)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자 작은 희망으로 하지오에게 다가선 유찬, 갈수록 그 이유만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데...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하지오, 유찬 두 아이의 시선을 번갈아가며 서술된다. 열일곱의 소용돌이치는 감정들과 첫사랑의 두근거림, 뜨거운 여름이 청량한 여름으로 번지는 첫사랑 이야기, 이꽃님 작가의 말을 전한다. "이 소설은 내가 쓴 이야기 중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 청소년 MD 김진해
책 속에서
"보면 몰라? 방금 내가 네 여름 먹었잖아."
"내가 그랬잖아, 지켜 주겠다고. 네 여름을 한 입 먹은 거, 그것부터 시작이야."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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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화된 시대의 상상력"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노고운 옮김 / 현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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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소개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소개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정돈하여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놓는 속성을 가지는데, 나아가고 좁아지는 완결성이야말로 이 책이 대항하고자 하는 핵심 개념이기 때문이다. 실패가 예정된 이 소개글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이유는, 진보적 낙관과 안정성의 공동(空洞)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 또한 이 책의 목표이자 태도이기 때문이다.

진보는 자본주의 세계에서 모두에게 약속되었던 절대 룰이었다. 지금 그 세계의 룰은 기망으로 밝혀졌다. 향할 곳도 머물 곳도 잃은 우리는 죽창을 들 수도 있고 멸망을 끝까지 외면할 수도 있지만, 애나 칭은 버섯을 관찰하기를 선택한다. 오해 마시길. 버섯은 허무주의적 낭만의 은유가 아니다. 그가 주목한 버섯은 인간이 망친 세계의 언저리에서 자라난 새로운 생태, 시스템에서 벗어나지도 완전히 통합되지도 않은 자생적 세계, 디스토피아에서 발견된 현실적 희망이다.

시대의 맹점에서 자라난 희망을 더듬어 파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완전히 새로운 정의, 관점, 관계, 분석과 이해가 필요하다. 애나 칭, 이 멋진 사상가는 버섯과 버섯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그가 창발적으로 탐구한 것을 "넘쳐날 만큼 풍부하"게 써두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읽는 첫 세 문장은,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산책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버섯을 발견한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산책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버섯을 발견한다. 버섯을 통해 내 감각은 되살아난다. 꽃처럼 소란스러운 색깔이나 향기를 지니고 있어서가 아니다. 버섯은 불현듯 나타나, 다행히도 내가 그곳에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그러면 불확정성의 공포 속에서도 아직 즐거움이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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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 있음메다.""
우리 다시 만나요
고재현 지음, 김민지 그림 / 별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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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십 년 단위로 각 시대의 주요 역사 사건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풀어낸 장편 동화 시리즈인 <생생 현대사 동화>의 첫 번째 권. 1950년대, 한국 전쟁 시기의 피난민의 이야기를 강이의 시각으로 담았다. 교과서 한 챕터로 배우는 지식이 아닌 마치 그 시대를 직접 겪는 듯한 생생한 이야기가 마음을 두드린다.

바로 오늘, 내가 사는 이 순간을 생각해 본다.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에 많은 방해물은 없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가족이 보고 싶을 땐 전화를 건다. 손에 잡히는 자유가 언제부터 주어진 걸까. 올해 한국 전쟁 종전 70년, 급변한 한국 사회를 곱씹게 된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기억하는 일뿐이다.
- 어린이 MD 임이지
책 속에서
모르긴 몰라도 살아남는 게 이기는 거 같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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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자리를 마주보기"
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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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한 최은미의 장편소설. 2020년에 발표한 단편 <여기 우리 마주>의, 2020년 팬데믹을 통과하며 캔들 공방을 운영하던 나리와 공방 손님 '수미'의 날이 선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깊이 들여다 본다. 면역과 잠복과 격리와 확진 같은 단어들. 서로의 행적을 감시하며 강박적인 사람들이 되어갔던 그 시간처럼 소설은 읽는 이를 옥죄어온다.

'여자여자'한 순한 외모의 나리는 여성 집단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어떤 여성들은 나리를 '마치 타도해야 할 여성성의 재현물 그 자체인 것처럼 대했다. (51쪽)고 나리는 기억한다.) 나리는 수미와의 관계에서도 긴장하고, 미워하고, 눈치를 본다. 도저히 스스로의 어머니됨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자들, 자신이 이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증오하는 나리와 수미는 자신을 미워하는 꼭 그 가혹한 시선으로 상대방을 마주보고, 이들은 감염과 공황을 겪으며 이 시간과 불화한다.

긴 겨울을 우리 역시 움츠리고 살았다. '내가 숨을 쉬고, 머물고, 먹고, 얘기를 나눈 어느 곳에서도 나는 감염될 수가 있었다.'(41쪽)는 걸 모두가 인지했고, 인지하지 못하는 이의 부족함은 도덕적 지탄을 받았다. 익히 통계로 알려진 대로 이 기간 동안 정신질환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이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세 명 중 한 명은 장애인이었다. 한센병 환자가, 결핵 환자가 배제되었던 것처럼 우리가 서로를 배제하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좋은 소설이 대개 그렇듯 최은미의 『마주』 역시 개인의 불안과 외로움을 펼쳐 보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몫에 대한 질문을 아우른다."는 소설가 조해진의 추천처럼 소설로 개인과 사회의 생채기를 들여다보는 것, 이것은 문학의 일이고, 최은미의 소설이 해내는 일이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나는 다른 사람의 신발에 발을 넣어본 적이 있다.

이 책의 한 문장
하지만 호흡 곤란을 겪은 뒤부터는 말했다시피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 무렵 나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민폐인이 되는 상상에 자주 시달렸다. ▲ 아프면 집에 있기 ▲ 아프면 타지 말기, 그런 기본적인 방역수칙조차 안 지키는 민폐인. 운전뿐만 아니라 대중교통과도 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