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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숀 탠, 한 예술가의 스케치 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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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광기 어린 사랑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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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새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연애 프로그램들, 두세 개나 되는 줄 알았는데 막상 이름을 늘어놓고 보니 줄줄이 소시지다. 나는 솔로, 돌싱글즈, 연애남매, 환승연애, 하트시그널, 솔로지옥... 위기의 시대엔 자극적인 사랑이 흥하는 걸까?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의 어둠 앞에서 인간은 눈 가리고 사랑을 하고 싶어지는 걸까? 이유는 모르겠으나 정신 차려보니 사랑과 연애 이야기에 중독된 이들에게, 이 분야의 정수를 추천한다.

1차 대전 이후, 2차 대전 직전의 깜깜한 시기에도 열광적인 사랑은 유행이었다. 이 책은 그 파괴적이고 강렬한 사랑의 구석구석을 생생히 전달한다. 사르트르의 바람과 보부아르의 괴로움, 한나 아렌트의 하이데거에 대한 미련,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문어다리, 쿠르트 바일의 순정.... 주로 고고한 모습들만 알려진 예술가와 철학자, 정치인과 과학자 들의 치졸하고 정열적인, 더럽고 권태로운,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생동감 있게 착착 펼쳐진다.

전작 <1913년 세기의 여름>에서 마치 실제로 목격 중인 듯 현실감 넘치는 묘사와 매끄러운 장면 전환 서술로 전 세계적인 호응을 얻은 플로리안 일리스는 이번 책에서도 역시 영화적 서술에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그의 흡입력 있는 문체는 사랑이라는 주제와 만나 더 활기 넘치는 듯 느껴진다. 녹아내릴 듯한 여름, 광기 어린 사랑 이야기가 제철이다. - 인문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우리도 알다시피 인생은 반드시 논리적이지만은 않다. 발터 벤야민은 그렇게 가난에 빠지고, 절망에 빠지고, 혼란에 빠진 채로, 자기가 사랑하는 베를린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그 시절에만 해도 완전히 잊혔고 원초적이고 홀로 저물어가는 지중해 섬 한가운데에서 대작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 시절』을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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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되지 않은 이야기는 한 권의 책이 되어"
숀 탠, 한 예술가의 스케치
숀 탠 지음, 김경연 옮김 /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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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읽기는 무엇일까. 춤을 추듯이 글과 그림이 한데 어울려 읽히면 그 순간은 내게 노랫말이 된다. 커다란 그림책 속 한 면에 온 정성이 들어간 그림을 볼 때면 이런 디테일은 어디서 나온 걸까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한다. 숀 탠도 이러한 읽기의 만족감을 주는 작가 중 하나다. 노동자들의 애환을 블랙 유머로 담아낸 <매미>, 인간과 비인간 동물들의 공존을 오싹하게 다룬 <이너 시티 이야기> 등을 쓰고 그린 그는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낼까?

이 책은 그가 몇 해에 걸쳐 짧은 시간에 완성한 그림들이 모여있다. 출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기에 실제론 쓰레기통에서 꺼내온 그림도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그의 관심사로 알려진 상상의 세계와 생물체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에서 기워올린 그림들도 실려 있다. 이 예술가가 한 편의 이야기를 엮기 위해 만면에 기울이는 관심사를 한 권에 볼 수 있다는 게 충만함을 준다. 숀 탠을 좋아하는 팬들 그리고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가고 싶어 하는 평범한 모든 예술가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유아 MD 임이지
책 속에서
빈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다지 많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영감이 떠오른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아티스트의 막막함'이라는 익숙한 불안감인데,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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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서 여름까지 마음의 삼각형"
동경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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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로 2023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한 김화진의 첫 장편소설. 마음이 점유한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젊은 소설가는 장편소설로 세 명의 마음이 그리는 삼각형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서른 언저리의 나이에 만난 세 여자가 있다. 망설이는 사람인 한아름, 꿈이 싫은 사람인 최민아, 에버랜드에 가지 않는 사람인 이해든은 여름에서 겨울로, 다시 '강에는 물이 차오르'는 다음 해의 여름까지 서로를 향해 던진 돌이 강물 표면을 흔드는 동심원 모양을 들여다 본다. 한 여름에서 다음 여름으로, 마음의 지도를 그리며 이야기가 깊어간다.

나에게 둘이 의미하는 것은 애인이었고 넷이 의미하는 것은 가족이었다. 셋은 친구였다. (23쪽)

친구는 애인도 가족도 아니니까 친구 사이엔 알맞은 거리가 필요할 것인데 서른 언저리에 도달해도 이 적정 거리를 설정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상대방을 더 좋은 버전으로, 나를 더 나쁜 버전으로 기억하는 각자의 '나'들은 잘 보이고 싶어 솔직하게 대하지 못하는 이 마음을 들여다보며 서로에게 손을 뻗는다. 셋이 팔짱을 끼고 걷다 손을 놓게되는 순간이 있다. 사거리 모퉁이를 돌면 친구들과 헤어져 홀로 걸어야 하는 길에서 다른 두 친구를 생각하며 느꼈던 저릿한 마음이 이 소설을 읽으며 기억났다.

소설 속 친구들이 어딘가를 향해 정말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 도시를 살아가고 있었다.김화진은 언제나 ‘진짜’에 대해 쓰려 한다. 진짜 친구, 진짜 꿈, 진짜 기분, 진짜 마음에 관하여.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이 추천의 글에 붙인 문장대로 이 소설은 우리 안의 진짜 마음을 톡톡 두드린다. 너무 많은 친구들이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나를 떠나갔다. 그때 내 마음은 어땠을까? 두들김에 응답한 마음이 와글와글 내는 소리와 함께 김화진의 소설은 걷는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한 문장
그런데 말이야. 마음에 있는 말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 말을 못해도 있는 마음 같은 게 있어. 그 마음을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어. 알아도 말하지 못하고 몰라도 비슷한 걸 말해버리는 사람도 있어. 말하지 않아도 내가 느끼는 건 진짜야.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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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만에 되살린 <강아지똥> 정본"
동화 강아지똥
권정생 지음, 정승각 그림, 이기영 해설 / 길벗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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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작가의 대표작 <강아지똥>은 그림책으로 소개되어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받아왔다. 모부가 자녀에게, 그 자녀가 또 자신의 자녀에게,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내려와 아동 문학의 정수로 자리 잡았다. 그림책에 빠져 있는 '감나무 가랑잎' 이야기를 살려 원작 그대로인 <동화 강아지똥>을 선보인다.

보잘것없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사실에 마음이 슬퍼진 강아지똥. 그런 그에게 흙덩이는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라고 말해주고, 감나무 가랑잎은 "이 세상엔 누구나 한 번 태어나면 언젠가 죽는다."라는 말을 건넨다. 강아지똥은 몸뚱이가 산산이 부서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처럼 고운 꽃을 위해 민들레 싹을 꼭 껴안아준다.

작은 존재들의 등장과, 그들이 나누는 깊이 있는 대화, 그리고,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한 장 한 장 채워나간다. 55년 만에 되살린 <강아지똥> 정본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 한 가지 더 있다. 작은 존재들-똥, 흙덩이, 꽃, 나뭇잎-이 등장하는 권정생 작가의 이야기를 정승각 작가의 종이죽을 사용한 부조 그림을 통해 풀어내어 입체적이고 생생한 느낌을 잘 살렸다. 말미에는 원작 집필 배경과 탄생에 관한 해설이 수록된 덕분에 다채로운 각도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어린이 MD 송진경
이 책의 한 문장
"강아지똥아, 난 그만 죽는다. 부디 너는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라." "나 같은 더러운 게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니?" "아니야, 하느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