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이 5년 만에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글을 쓰며 치열하게 살아온, 이제는 "여기저기서 또래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늘그막의 세월"을 다시 치열하게 보내는 작가의 이야기가 밀도 있게 담겨 있다. 일산 호수공원을 자주 산책하며 쓴 단상, 새와 나무 이야기, 작가가 사랑한 사람들,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늙어간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슬픈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돈되지 않은 채로 그 늙음을 민낯으로 마주하고야 만다. 그러나 <허송세월>을 읽고 있노라면 잠시 그 두려움을 내려놓고 담담해진다. 단정하지만 강렬한 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연약해진 마음속을 메워 세상을 다시 살아갈 힘을 결국엔 주고야 마는 것이다. "희망의 힘에 의지해서 살지 않고 이런 미완성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글, 참으로 오래도록 회자될 명문의 탄생이다.
- 에세이 MD 도란
이 책의 첫 문장
핸드폰에 부고가 찍히면 죽음은 배달상품처럼 눈앞에 와 있다.
이 책의 한 문장
나이를 먹으니까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려져서 시간에 백내장이 낀 것처럼 사는 것도 뿌옇고 죽는 것도 뿌옇다. (중략)
늙으니까 혼자서 웃을 수밖에 없고 혼자서 울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은데, 웃음과 울음의 경계도 무너져서 뿌옇다. 웃음이나 울음이나 별 차이 없는데, 크게 나오지는 않고 바람만 픽 나온다.
자연재해 사망자의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재해가 무엇일까? 허리케인? 태풍? 수해? 정답은 폭염이다. 심지어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의 수는 다른 모든 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의 합계보다 훨씬 높다. 이제 여름은 낭만을 찾기엔 잔혹하게 더워졌다.
기후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폭염이 우리를 죽이고 있는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더우면 에어컨을 켜면 되지"는 한없이 나이브한 발언이다. 에어컨은 전기를 많이 잡아먹고, 전력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폭염을 부추긴다. 최악의 악순환이다. 가난한 이들은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놓을 돈이 없다. 그저 버틸 뿐이다.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간의 몸은 일정 온도 이상에서 순식간에 열 경련과 열사병을 일으킨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야생동물들도 거처를 옮기고 있다, 이 말인즉슨 인간과 닿을 일 없던 전염병 매개체들이 인간의 서식지와 가까워진다는 말이다. 이미 과학자들의 입에선 여러 전염병들의 이름이 쏟아지고 있다.
책이 증언하는 현실과 예측하는 미래는 온통 암울하다. "믿을 수 없다"고 외면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으며, 책 속의 주장들은 모두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과학에 근거하고 있다. 최재천 교수는 이 책을 두고 "<안네의 일기>만큼 우울하지만 전 지구 80억 인구가 필독해야 할 책"이라고 말했다. 이미 늦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라도, 조금이라도 막아야 한다. 초여름의 날씨라곤 믿을 수 없이 뜨거운 6월, 조급한 마음으로 주변에 권하게 되는 책이다.
- 과학 MD 김경영
이 책의 한 문장
지금 북극에서는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지난 수만 년간 햇빛 한 번 보지 못한 채 얼음에 갇혀 있던 병원체들이 자유롭게 풀려나고 있다. 콜레라, 비브리오박테리아는 물이 따듯할수록 번성한다.
<구의 증명>(2015)으로 시간을 거슬러 사랑받고 있는 최진영의 신작 소설집. 202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홈 스위트 홈> 등 2020년대에 발표한 여덟 편의 이야기를 실었다. 전쟁을 세 번 겪은 할머니를 둔 '나'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미래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미래와 격돌할 것을 다짐한다. 오페라의 서곡처럼 맨 앞에 놓인 소설 <쓰게 될 것>은 이 소설들이 향하는 방향을 가리킨다.
최진영이 독자가 사랑하는 또 하나의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에서 디스토피아를 마주한 인물들은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이다.'라는 문장을 쥐고 질주했다. 작열하는 태양, 전쟁, 아픈 몸 같은 현재적 질문을 품은 최진영의 인물들은 체념하는 대신 뭐라도 한다. 어린이, 가부장제 하의 여성, 아픈 몸을 사는 사람으로 몸을 바꾸며 이들은 '위악보다는 위선이 낫다고. 망하고 싶으면 너 혼자 망하라고'(153쪽) 한 마디를 더 하고 한 걸음을 더 내딛는다.
<썸머의 마술과학>의 이여름 어린이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썸머로 정했다고, 그러니 썸머로 불러달라고 세계에 반복해 말한다. '내 말을 귀담아듣는 사람만이 나를 썸머라고 부른다.' (141쪽)는 썸머의 말은 꼭 이름에 대한 것만으로 들리진 않았다. 2040년대를 살아갈 썸머의 바람은 집 근처 강변을 산책하는 어른이 되어 소소하고 평온한 하루를 누리는 것. 썸머의 말에 귀를 열고 썸머가 스스로를 썸머라고 정했으면 썸머라고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쓰디쓴 삶이라도 이야기로 써서 고통 너머로 나아가고 싶다'는 작가의 말대로 최진영의 소설은 사랑하는 것이 존재할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모두 지난 일이다. 그리고 반복될 일이다.
이 책의 한 문장
아이들은 많은 것을 단숨에 외우고 자세하게 기억한다.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스스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열심히 한다. 소용없다는 이유로 어른들이 더는 하지 않는 일들을 아이들은 한다.
이른 아침, 난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깬다. '오늘도 분명 바쁜 하루가 되겠지.'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하루의 시작을 연다. 오늘따라 크게 울린 앱 알람은 오늘이 한 달에 한 번뿐인 월급날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누가 그랬던가? 월급은 사이버머니라고. 잠깐 머무르다 카드, 세금, 보험 등으로 흩어져 버리고 남은 돈 중 일부는 저축을, 일부는 투자를 위해 다른 계좌를 옮겨 놓는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TV를 보며 쉬고 있던 중, 앱을 통해 신용카드 결제 내역과 통장잔고를 확인한다. 이번 달에도 생활비와 경조사비 등으로 꽤 쓴 탓에 마이너스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지출 항목을 꼼꼼히 체크하는데, 이런 의문이 든다. "삶에 돈은 너무 중요한데, 어떻게 하면 잘 다룰 수 있을까?"
한국인들은 '물질적 행복'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으면서도 실제 금융지식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이에 토스는 사용자들에게 자주 받아온 "금융교육은 어디서 받나요?"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더 머니북>을 출간했다. 이 책은 금융·경제 분야 전문가 27인이 저축, 소비, 투자, 대출, 부동산, 세금, 보험, 연금 등 실생활에 밀접한 100가지 금융상식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답변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독자들은 금융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고, 돈을 현명하게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다. 아울러 돈에 대한 마인드셋을 개선하여 궁극적으로는 돈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금융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 경제경영 MD 김진해
먼저 읽은 사람들
"저축은 하고 있지만, 투자가 제 이야기라고 생각한 적 없거든요. 근데 머니북은 쉽고 안전한 가이드를 줘서 좋아요" - 집필노동으로 돈을 벌고 안전하게 자산을 늘려가고픈 '작가 이슬아'
"타인에게 나를 맞추며 버는 돈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버는 돈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돈을 '어떻게' 벌 것인지 고민이라면, 머니북을 추천해요" - 성수동에 영화관 '무비랜드'를 지어 올린 '모베러웍스 모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