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은 최후의 과학이라 불리며 근래 가장 각광 받는 분야로 자리 잡았다. 뇌의 역할 가운데 핵심은 기억이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지만, 이 책은 오늘날 생물학의 성과를 생각하면 이를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로 바꾸어야 하고, 뇌와 연결하여 설명하면 “나는 뇌를 가졌다, 고로 존재한다.”라 해야 옳다고 말한다. 덧붙여 “우리는 기억하기 때문에 우리 자신”일 수 있으니, 생각보다 기억이 우리 존재와 인류의 문명을 설명하는 데 오히려 적합한 주제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 책은 기억을 연구하는 두 방향, 즉 분자와 정신 분야의 두 거장 에릭 캔델과 에릭 스콰이어가 각자의 영역에서 쌓은 성과를 바탕으로 ‘인지분자생물학’이라는 새로운 관점이자 정리된 체계를 선보이는 시도다. 그간 기억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조목조목 짚어가며 기억에 관해 인류가 알아낸 거의 모든 것을 담은 다음, 이를 바탕으로 기억에 대한 이해, 인류에 대한 통찰, 문화와 미래에 대한 전망을 두루 살핀다. 뇌과학과 기억에 관한 교과서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을 뿐더러, 새로운 인간학, 인류학의 시작으로 삼기에도 충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