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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학자 한홍구 교수는 국정원 과거사위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며 국정원 내부 기밀문서를 직접 읽었다. 시국사건이라 불리는 한국현대사의 정치사법은 이미 숱하게 밝혀졌지만, 중정-안기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재판 개입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는 처음이다. 한홍구 교수는 이들의 실명을 밝히며 권력을 지키려 법을 고친 정권의 지배자들과 이에 동조했던 법관들을 법의 비적 ‘법비’로 지명하고 역사의 법정에 세운다.
다행히 정치사법은 과거의 일이(라 믿고 싶)다. 최근 여러 과거사 사건이 다시 판결을 받았거나 제대로 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한홍구 교수는 무죄로 재심을 끝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무죄를 밝히는 동시에 사법부 스스로가 유죄를 인정하고 반성해야만, 법비의 오명을 벗고 법의 수호자이자 정의의 최종 심급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사법의 시대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오히려 계급사법이 문제로 제기되는 요즘, 사법에 대한 시민의 감시와 참여는 여전히 절실하다. 이 책이 비적의 잔당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