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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초반부에 한 가지 질문이 나온다. 내가 앉아 있는 의자를 볼 때, 나는 그 의자가 정지해있다고 생각하는가?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싱거운 질문이라고 생각하자마자 바로 이어지는 다음 내용에서 우리는 조금 전의 생각을 수정하게 된다. 의자가 정지해있다는 나의 생각은 무엇의 관점인가? 지구는 자전하는 동시에 공전하고, 우주의 관점에서 의자는 질주하고 있다. 의자가 멈추어있다는 '사실'은 오직 나와 의자의 관계 속에서만 참말이 된다.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의미를 지닌다'는 말은 바로 이런 의미다. 세계는 확고한 실체와 진리 대신 관계와 관점들로 구성되어 있다. 카를로 로벨리는 양자물리학을 활용하여 이 주장에 대한 설명을 섬세하게 덧붙여간다. 그의 과학적인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관점에서도 옳은 진리, 변치 않은 고유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 모두가 서로를 통해서만 존재한다는 말의 깊은 의미가 비로소 열린다.
카를로 로벨리 특유의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사유를 기대하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책에서 역시 구하던 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강의를 엮은 책인 만큼 읽기의 어려움은 덜하지만 감동은 여전하다. 양자역학에 대한 지식이 없다고 해도 두려워하지 말 것, 이 책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