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가자지구 전쟁을 몸소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번역가가 있다. <팔레스타인 번역가의 이중생활>의 저자 알라 알카이시는 굶주림과 생존이 일상을 지배하는 시간 속에서 자신이 목격한 현실을 언어로 남긴다. 이 책은 전쟁의 한가운데서 사라져가는 세계를 증언하는 한 사람의 기록이다.
그는 뉴스 속 숫자와 속보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참담한 현실을 열두 편의 에세이와 열네 편의 시로 옮겨낸다. 허물어져가는 삶과 기억을 붙들어 가장 가냘프게 속삭이는 목소리까지 봉쇄 너머의 세상으로 전하고자 하는 이 책은, 가자지구 사람들이 전쟁 속에서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굶주림과 환멸, 박탈과 무감각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전쟁은 종종 통계와 속보의 형태로 소비되곤 한다. 저자는 그런 세태 속에서,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복원하고자 한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가자지구를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