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는 그 세계에 관련한 다른 이야기들도 궁금하게 만든다. <세계 끝의 버섯>에서 불에 타 폐허가 된 땅에서 자라는 소나무와 송이버섯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이 개념에 촉수를 대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위대한"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지독한 분류와 정리 이면에 있었던 폭력을 봤을 때, 이 같은 과학의 결벽이 가리고 있는 다른 세계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내가 막연히 기다리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 들어 있었다. 퀴어 균류학자인 퍼트리샤 오노니우 케이시언은 자기 내면의 혼돈을 민달팽이를 통해, 균류를 통해, 자연 속에 온통 혼재하는, 인간이 편리하게 정리해둔 개념을 넘어 실재하는 '존재'들을 통해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인간의 호오 기준에 의해 배척되었던 자연의 세계,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만을 이해하기 위해 쳐두었던 인식의 경계 너머의 세계에는 꽉 막힌 숨을 한순간 틔워주는 낯선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저자가 정의하는 자연의 퀴어함은 구획되지 않음, 분류되지 않음이다. 온통 얽히고 관계되고 벗어나고 전복적인 자연을 관찰해온 균류학자가 들려주는 , 낯설지만 오래 기다려온 이야기. 이 이야기는 존재와 존재 사이, 인간과 자연 사이를 연결하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 책을 읽고 팽창되는 가슴을 느끼는 이들끼리는 동료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