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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소멸하는 밤> 정현우 시집. 사랑하는 어머니의 부재를 통과하며 남은 빛과 형상의 세계를 더듬는다.
2024년7월 14일
결국 애도의 시를 쓴다는 건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시적인 방식으로 대답하는 일이다. (190쪽)
라고 시인은 메모한다.
'당신을 더 이상 부르짖을 필요가 없는 십이월' (15쪽)에 시의 화자는 '십이월의 캐롤은 즐겁습니다.'(22쪽)라고 적는다. 그가 그리워하는 것은 이전 계절의 향, 오이 비누의 냄새 같은 생의 냄새다. '엄마, 당신은 흰 눈으로 오는지 / 아무도 밟지 않는 눈이 쌓인 거리 위로 / 혼자 듣는 밤의 캐롤.'(139쪽) 애도가 이어지는 창밖. '아, 엄마는 여름에 이미 죽었지'(140쪽) 깨달음과 함께 눈 내리는 창밖에 겨울 이미지가 성실한 슬픔의 밤 위로 차곡차곡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