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면서도 시큼한 20대의 맛을 담은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의 작가 고선경이 일상의 틈에서 건져 올린 섬세한 감정과 기억을 시인의 언어로 다정하게 엮어낸 첫 산문집을 내놓았다. 일 리터 커피를 마시고, 도쿄 여행을 하고, 간간이 병원도 가는 수많은 평범한 날들을 그리며 시인은, 기어이 독자들에게 수많은 밑줄을 치게 할 문장들을 펼쳐 보인다. 일상의 언어를 시적인 감각으로 끌어올리며 삶과 관계 속 수없이 진동하는 마음의 울림을 세심한 언어로 붙잡아냈다.
누구에게나 있었지만 누구도 정확히 붙잡지 못했던 그 시절의 감정들-설렘, 서투름, 상처, 그리고 다정함-은 언어로 표현되며 비로소 실체를 가지게 되는데, 고선경은 바로 그 지점에서 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가장 감각적인 작가가 된다. 보편적이고 고백적이면서도 조율된 언어로 완성된 이번 산문집은 각자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던 장면들을 조용히 흔들어 깨우며 아주 부드러운 꿈으로 초대하는 초대장이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