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고 우리 모두의 '마이너 필링스'를 적어내려간 한국계 미국 작가 캐시 박 홍의 격렬한 에세이 <마이너 필링스>는(2020년 미국 출간, 2021년 한국 출간) 동시대의 한국 독자에게도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캐시 박 홍의 작업은 시로 시작되었다. 2002년 발표되어 푸시카트상을 수상한 시인의 첫 시집 <몸 번역하기 Translating Mo’um>가 정은귀의 번역으로 드디어 한국 독자를 만난다.
166, 167쪽에 걸쳐 영문-번역문이 나란히 실려 소개된 시 <몸 번역하기>에서 엄마와 아이는 이렇게 대화한다. (부모님은 집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할 것을 고집했다고 캐시 박 홍은 그의 자전적 에세이에서 밝혔다.) '어지러'와 'dizzy'라는 각각의 기표는 표적에 정확히 도달하지 못한다. 영어가 서툰 엄마와 한국어가 서툰 아이는 서로를 번역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복화술을 쓰는 시는 이렇게 실험과 발상을 오가며 언어 그 자체에 대해 묻는다. 97쪽에 실린 시 <미친 년 번역하기>의 제목을 시인은 Michin'yun이라고 썼고, 정은귀는 '미친 년'이라고 번역하며 '메친 년'이라는 단어를 궁글린다. 한 겹 덧씌운 말맛과 두 겹을 벗긴 말맛 사이를 횡보하며 의미가 진동한다. '울지 말고 시를 읽자'는 번역가 정은귀의 청에 손을 맞잡는다. 미친 년 연대의 일원으로서 이 시집의 마땅한 도달을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