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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만화 출판사의 중년 편집자가 있다. 담당하던 만화 잡지의 실패 이후 간단하지 않은 이유로 퇴사를 결심하면서 이 만화는 시작된다. 주인공인 시오자와는 퇴사 이후 필사적으로 만화와 멀어지려고 한다. 집안을 가득 채운 만화책을 몽땅 팔아치우려고 사람을 불렀지만 결국 팔지 못한 시오자와는 이전에 자신과 함께 책을 만들었던 만화 작가들을 하나씩 찾아가기 시작한다. 한때는 반짝반짝 빛이 났지만 이제는 퇴물이 된 사람, 만화가를 진작에 관두고 경비일을 하는 사람, 생계를 위해 그리고 싶지 않은 그림을 그리며 작가로서의 삶을 근근이 유지해가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바로 새로운 만화 잡지를 만드는 일.
<핑퐁> <철콘 근크리트>의 작가, 만화가들의 만화가 마츠모토 타이요가 이제 만화계 대선배가 되어 그려낸 이 만화는 가히 명작이라 부를만하다. 사소한 대사 하나에도 담겨 있는 캐릭터의 생동감과 한 장면도 허투루 쓰지 않은 대가의 연출력은 정말 압도적이다. 이 만화가 대단한 건 그렇지만 만화적 기술과 완성도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 깊이 담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 어쩌면 죽을 때까지 찾아야 할 개개인의 꿈과 열정에 대한 이상을 시답잖은 일상 속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 앞에 서면 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진다고들 한다. 그리고 이 만화를 읽으며 나는 보다 더 꿈꾸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다양한 곳에서 각자의 만화를 그려나가는 모든 작가, 편집자, 그리고 독자를 위한 책. 2023년의 막바지에 이 만화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라 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