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로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문경민 소설. 최명희의 소설 <혼불>을 기리며 인간 불멸의 정신을 세상에 다시 피워 올리고자 제정된 제13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날을 세우지 않고는 지킬 수 없는 세계'(216쪽)에서 자신을 태워가며 존엄을 지킨 국어 교사 정윤옥의 마지막 한 해를 밝힌다.
정년을 앞둔 국어교사 정윤옥은 학교의 반대에도 2학년 문과반 담임을 고집한다. 그 반에 뇌병변장애를 앓는 시영이 있기 때문이었다. 같은 장애를 앓던, 잃은 동생 지호가 떠오르는 아이였다. 학급을 지키던 그 해에 그는 아동학대 고발 협박을 겪기도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한 해를 보내며 기쁨으로 삶을 꾸렸다. 교원노조에 가입해 해직교사가 되었던 3년차 때와 같은 마음으로, 정윤옥은 변하지 않음으로 자신의 세계를 지킨다.
현직 교사이자 장애가 있는 딸의 아빠(250쪽)인 소설가 문경민은 2023년 하반기 교육계의 여러 사건을 몸으로 겪으며 이 소설을 완성했다. 이 사건들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에 깊이 다가갈 소설이 될 듯하다. 관리자가 좋아하지 않는 조직원,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 외로워보이는 사람(10쪽)으로 산 정윤옥의 불화하는 용기를 보며 사회생활, 조직생활의 생리에 도무지 타협이 되지 않는 나 역시 이 소설로 위로받았다. 누구에게나 있을 소중한 세계, 그 각자의 존엄을 지킬 용기가 되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