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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프레이저는 책을 이렇게 연다.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굳이 지금이 혼란기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독자들은 난마처럼 서로 얽힌 미래의 위협과 현재의 참사에 이미 익숙해져 있으며, 실은 이로 인해 이미 요동치고 있다." 사회의 모든 영역이 서로 발 묶여 붕괴되는 듯 보이는 현재에 굳이 낸시 프레이저의 책을 집어 든 이유는 지금 이 결과적 사태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고도 새로운 언어로 듣고 싶어서일 것이다.
지금의 혼돈을 총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그는 확장된 자본주의관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 책에서 그는 자본주의를 (경제 시스템에 한정 짓지 않고) 사회의 한 유형으로 인식하며 자본주의가 먹어치우는 것들을 살핀다.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기능하도록 하는 조건적 토대조차 집어삼키는데,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낸시 프레이저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식인 자본주의'라 명명한다. 식인 자본주의의 비정상적 파괴 본능, 자본주의가 도살하는 체제와 환경 등을 살피며 책은 우리가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까지 나아간다.
동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라 불리는 낸시 프레이저의 이론답게 도발적인 워딩과 새로운 관점으로 가득하다. 힘 있는 문장들은 암울한 시대의 복잡한 진실을 명료하게 풀어 놓는다. 현 시대의 연쇄적 위기는 그의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접근으로만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여성학자 정희진이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며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