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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한 소설에 마음을 빼앗기기 좋은 계절이다. "이 괴이한 것을 어쩌자고 집 안에 들였을까."라고 <고기와 석류>의 등장인물 옥주는 탄식한다. 썩은 날고기를 먹는 '그것'에게 뜯어먹힌 후 옥주는 '그것'을 집에 들이고 석류라고 이름 붙인다. 외롭게 혼자 죽어가는 것보다는 석류와의 현재가 낫다고 생각하는 옥주의 마음, 섬뜩하지만 공감 가는 구석이 있다. 죽는 것보다 죽은 후 발견되지 않는 것이 더 두려웠을, (나같은) 원룸생활자라면, 이 상상을 따라잡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칵테일, 러브, 좀비>,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 조예은의 총천연색 놀이동산이 영업을 시작한다. 기후위기와 다단계 영업과 망상과 애정이 어우러진 <가장 작은 신> 같은 소설을 조예은 월드 초심자에게 먼저 권한다. 전작 <칵테일, 러브, 좀비>의 좀비가 되고서도 가족에게 명령을 하는 가부장 좀비 아버지처럼, 조예은 월드의 존재들은 비틀어진 세계의 틈을 비집고 나타나 이 낯선 세계를 익숙하게 만든다. 괴물, 살인마, 유령, 사기꾼 같은 이들이 나타나 "널 등쳐먹어서 미안해. 넌 대부분 한심하고 가끔 사랑스럽지만 잘 살 거야."(202쪽) 같은 말을 나누는 세계라니. 회전목마를 타고 빙글빙글 이 세계를 돌며 밤을 만끽한다. 아껴 먹고 싶은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