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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손보미의 소설은 작가의 이름을 먼저 읽지 않더라도 알아볼 수 있다. 연쇄해 퍼져나가는 상상, '을지로' 같은 익숙한 지명이든 아니든 그 공간을 낯설게 만드는 구름 같은 문체. 이 문체를 만나면 "을지로에 있는 숲에 가봐요. 꽃이 피어 있던 숲으로." (96쪽) 같은 수수께끼 같은 문장도 자연스럽게 읽힌다. 을지로와 베트남이 '숲'이라는 이미지로 함께 무성해지는 감각적인 문체로 손보미가 지글지글 끓는 듯한 탐정소설을 선보인다.
'대학뿐만 아니라 그녀가 속했던 그 모든 곳에서 함께 일한 모두와'(16쪽) 불화하는 인터넷 방송국의 PD 채유형은 자극적인 사건을 찾기 위해 청소년 살인사건 피의자인 심효전의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늘 그렇듯 채유형은 사회와 불화하는데, 예외적으로 진경언 형사만이 이 사건에 관심을 기울인다. 도넛과 커피를 사랑하고, 탄수화물에 중독된 사십대 후반 여성 형사. 동료의 비리를 파헤치다 조직에서 소외된 그는 "이게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줄 거"(130쪽)라는 이유만으로 심효전 사건에 손을 내민다. 독보적인 스타일을 지닌 작가가 창조한 독보적인 탐정이 도시를 수색한다. 빵을 고르는 여성의 뒷모습이 새삼스럽게 보이는 순간과 함께 손보미의 탐정, 진형사 시리즈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