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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만나면 호들갑을 떨고 싶다. 그러다 꼭 내 마음 같은 말을 정제된 언어로 옮겨 놓은 필자를 만나면 반가워서 더욱 호들갑을 떨고 싶다. 씨네21 김혜리 기자는 그런 반가운 필자 중 하나다.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 속 명대사처럼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이 있듯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다." 김혜리의 글은 후자의 방식으로 좋아하는 대상을 '묘사'한다. '조용한 잉크 방울이 떨어져 스미듯 부드럽게 펼쳐지는 글'로, 영화의 이목구비를 스케치하는 글. "내게 허락된 재료로 방금 본 영화와 비슷한 구조물을 짓고 싶었다"(11쪽)고 말하는 겸손한 태도로, 김혜리는 이 영화가 무엇인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씨네21'의 개봉작 칼럼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에 2017~2020년 연재했던 글과 틸다 스윈튼, 톰 크루즈 같은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한 배우론 등의 영화 산문을 더했다. 이른바 '예술 영화'부터 '블록버스터'까지, 김혜리는 다양한 영화를 다루며 극장 통로석에서 같은 시기 같은 영화를 본 이들이 하고 싶었을 말을 한다. 이 필자의 감상을 믿기에,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기사를 온전히 읽기 위해 관람한 영화도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김혜리가 해리포터 시리즈의 장엄한 마지막 편에 바치는 "그래, 거기 가만히. 찰칵. 너희에게도 우리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지. 가슴에 손을 얹고, 안녕."(314쪽)이라는 인사를, 그의 명징한 문장과 함께 본 이 아름다운 영화들에게 바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