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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의 새 장편소설. 구병모의 소설을 꾸준히 탐독한 당신에겐 구병모의 이런 문장에 익숙할 것이다. 이를테면 "그러므로 되돌아가지 않을 거라면 우리는 건강하고 창의적인 삶에 대한 기준을 지금부터 과감히 바꾸는 수밖에 없고, 일련의 현상을 상시 역설수면 상태의 일종으로 간주하는 한편, 눈앞에 출몰하는 모든 비논리적인 사태들을 일상으로 수용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같은, 동의할 수 없으나 논리적인 장광설 같은 문장.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사람들 사이에서 시작된 한 '증상'이 있다. 잠을 자는 것도, 잠에서 깬 것도 아닌 상태로 꿈이 '무시로 현실의 급소를 가격'(199쪽) 하는 현실이 바이러스처럼 우리에게 도달한다면, 거짓된 꿈과 진정한 나를 구분할 수 없는 이 세계를, 상시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삶이 열등해진 시대라면, 많은 잠을 투입해야만 지속가능한 삶은 열등한 것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적은 잠으로도 유지되는 유전자가 진화론적으로 우월해지지 않을까, 구병모의 소설은 상상한다. "모든 구성원이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린 지 오래되지 않았나."(25쪽)라고 묻는 그의 문장. 감염자든, 저성과자든, 그저 이 세계가 '불편'한 사람이든, 비효율적인 소수자라면 그 무엇이든 이 '꿈'에 감염된 이와 겹쳐 상상할 수 있다. 꿈의 바이러스가 당신을 침범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누군지를 말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 불편하고 지적인 소설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매달 꿈을 구매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수면제를 처방받고, 지난 회차 처방액은 27,800원이었다.) 꿈을 구매할 수 없어 기어이 수면부족이 바이러스처럼 나를 침범한다면, 나는 내가 나임을 증명할 수 있을까?
"메시지를 섬멸한, 어긋난, 바로 엊그제의 일, 눈 깜짝할 사이, 어쩌면 1년에 관한 글."이라는 조재룡의 추천, "현실과 비현실, 이곳과 저곳, 이것과 저것, 끝내는 너와 내가 구분되지 않는 지경에 대해 이토록 집요한 소설을 나는 보지 못했다."는 이장욱의 추천을 덧붙인다. 잠을 잊은 당신은 문장마다 멈추어 서게 될 것이다. 소설 속 진여는 누구인지, 나는 정말 나인지, 되묻는 사이 출구 없는 이야기에 갇혀있는 스스로를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