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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이 6년 만에 소설집을 엮었다. 등단을 기준으로 활동 기간 10년 이하의 '젊은작가'에게 주어지는 '젊은작가상'을 2016년 수상한 <선릉 산책>이 눈에 띈다. 이 작품집엔 활동기간 10년 이상, 안정적인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작가에게 주어지는 '김승옥문학상'을 2021년에 수상한 <미스터 심플> 역시 실려있다. '10년'이라는 구분선을 통과한 6년이라는 시간을 한 손에 쥔다.
정용준의 소설은 모르는 것을 안다고 말하지 않는다. 표제작 <선릉 산책>에서 발달장애 청년 '한두운'을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선배 대신 맡은 청년의 하루. 그 또한 개성을 가진 사람이며, 우리는 어쩌면 작은 교감을 이뤘을지도 모른다는 내 착각은 얼마나 기만적인 것인지, 소설은 '추가'된 세 시간의 돌봄을 통해 대면하게 한다. 내 의지대로 끝낼 수 없는, 친하지 않은 사람과의 산책이 영겁처럼 이어지고...... 정용준의 소설은 이 순간의 마주하게 한다. <미스터 심플> 속 이야기. 중고상품 거래앱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의 인생 전체를 담은 글을 쥔 손. "내 이름은 슬픔입니다."라는 문장을 읽고도 갈림길로 돌아서 갈 것인지, 그에게 식사를 청할 것인지. 산책은 계속되고, 선택지는 우리에게 쥐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