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으로서뿐 아니라, < 걷는 듯 천천히> <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을 통해 작가로서도 국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번 책은 일본어 원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감독이 2,000년대 초반부터 본인의 홈페이지에 남긴 글을 눈여겨봐온 편집자가 책 출간을 제안했고, 감독이 흔쾌히 승낙하여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글은 원래 출판할 목적으로 쓰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책을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라는 단일의 주제를 넘어 일본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창작자로서 품고 있는 본연의 생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여러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소신 있는 발언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상대의 언어로 말하려는 것', '상대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것', '폭력적인 행위에 계속 반대하는 것', '우리의 것과는 다른 세계상을 상상하고 인정하는 것', '작은 이야기를 계속 내놓는 것'. 엄중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유연한 태도와 단단한 메시지가 영화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그가 어떤 유의미한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