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을 함께 한 남편의 갑작스런 결별 선언에 올가는 무너져 내린다. 올가는 남편이 떠난 이유를 끊임없이 자신에게서 찾아내려 하고, 일상은 지옥이 된다. 레다는 딸들을 사랑하지만, 알 수 없는 생명체가 몸을 망가뜨렸다는 감각과 육아가 자아를 마모시킨다는 절망감에 당황한다. 델리아는 어머니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어머니와 완벽히 닮은 모습이 되려 하지만, 결국 비극을 향해 간다. 이들은 우리가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고 믿어왔던 역할들, '아내'와 '어머니', '딸'이라는 이름 아래 희생을 요구받아온 여성들을 떠올리게 한다.
<나폴리 4부작>으로 세계 독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은 엘레나 페란테의 초기작으로, 세 가지 모습의 '나쁜 사랑'을 그려냈다. 극도로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란 세 여성은 자신의 고통보다는 타인의 시선을 더욱 두려워하고, 작가는 이들의 갈등을 적나라한 언어로 가차없이 묘사한다. 그러나 아픔을 그대로 감내하지 않고, 온몸으로 맞서 자아를 찾으려 분투한다는 점에서 페란테의 여성들은 강인하다. 마침내 자신과 화해할 수 있게 된 올가는 말한다. '내 미래는 생명과 땅속에 묻힌 시체의 축축한 냄새가 공존할 것'이고, '심장의 환희에 찬 박동과 갑작스런 무기력증'이 번갈아 올 테지만, 그럼에도 '과거보다 밝을 것'이라고. 지독한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깃들 희망의 가능성이 울림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