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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뇌가 아니다 - 칸트, 다윈, 프로이트, 신경과학을 횡단하는 21세기를 위한 정신 철학
인간이 인간을 궁금해하는 질문은 늘 같았으나, 해답을 찾는 방법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이 찾아낸 새로운 해법이 인간 자신의 의미를 뒤바꾼다는 데 있다. 물론 진실에 다가서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후에 벌어질 일을 괘념치 않으니, 밝혀진 진실이라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겠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은 무엇이고, 오래도록 인간 존엄의 근거로 여겨온 '자유의지'는 여전히 진실한 걸까.
최근 몇십 년 동안 이어진 뇌과학와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이런 질문에 답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마치 더는 물을 필요도 없을 듯 빈틈없는 정답으로 보일 정도다. 그런데 아직 이 물음은 유효하다고, 더불어 뇌과학과 신경과학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여지가 있고,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근거라고 주장하는 철학자가 드디어 나타났다. 독일 철학계의 신성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인간의 본질과 자유를 규명하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칸트, 다윈, 프로이트, 신경과학을 아우르는 철학 논쟁이 오랜만에 사유의 회로에 불길을 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