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요리사 첸의 삶은 도마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한다. 비린내 풍기는 도마 위에서 생의 첫 날을 맞이한, 자칭 광둥 최고의 요리사인 아버지. 결국 도마와 함께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운명처럼, 첸 역시 오직 도마만을 위한 삶을 살게 된다. 손에 '무수히 불과 싸운 흔적'을 지닌 천재 요리사이자 비밀 자경단원. 일본 관동군 사령관 모리를 '맛'으로 암살하려는 계획이 시작되고, 첸은 조선인 위안부 출신인 아내 길순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한중일, 세 나라는 이렇게 '세상에 없는 요리'로 맞서게 된다.
전쟁의 공포를 잊기 위해 궁극의 맛과 미륵불의 미(美)에 집착한 유약한 사령관, 야마다 오토조의 실제 이야기에 소설적 상상을 더했다. 집요할 정도로 탐미적인 문장으로 맛과 아름다움에 관해 묘사한다. 죽이기 위해 먹고 먹이는 이들, 첸과 모리와 길순이 각자의 시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개인의 삶과 역사가 박력 있게 교차한다. 첸과 아버지의 칭탕거우러우(개고기찜), 모리와 어머니의 분고규(豊後牛, 규슈 지방의 전통 쇠고기 요리), 길순과 고향 요리 청국장 같은 요리에 관한 기억들. 맛은 곧 인간이 된다.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