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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 세 편을 '정서경 3부작'이라고 칭했다 한다. 의미있는 호칭이다. 이 세 편의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더 큰 역할과 다채로운 인격을 부여받았고, 결과적으로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장점은 파괴적일 만큼 앙상했던(그래서 인상적이기는 했지만) 영화 [올드보이]와 비교해 보면 쉽게 느낄 수 있다. 작품에 여러 겹의 결을 형성한 (주로 여성) 캐릭터들은 박찬욱의 영화에서 중요한 분기점을 탄생시켰고, 이러한 성향은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중이다.
이 흐름에서 탄생한 최초의 캐릭터, 금자씨 또는 이금자가 갖는 의미는 막대하다. 이금자의 캐릭터는 어떤 선언처럼 느껴진다. 이금자는 세상이 여성을 속박하기 위해 이용하는 성녀와 악녀의 이미지를 집어삼켜 역이용하고, 종내에는 그 모든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구원에는 다다르지 못하고 현실이라는 림보-회색지대에 남는 인물이다. 관객이 기대하는 복수의 성녀(또는 악녀)라는 임무를 완수한 뒤에 당도한 곳이 상실로 가득한 현재라는 점에서, '-녀'였던 이금자는 거의 마지막 순간에야 세상이 여성에게 기대한 도그마를 벗어던지고 지상에 발을 내려놓는 것 같다. [베를린 천사의 시]처럼. 후반부의 파티 장면에서 천사가 지나갔다는 대사가 나올 때, 정말로 임무를 다한 타-천사는 지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낙하의 충격이 박찬욱이라는 세계의 균형을 휘저어버릴 것이다.
이 각본집은 이러한 '이금자라는 선언'을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영화의 최종 편집본에는 등장하지 않는 장면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 영화에 비해 거의 하드보일드 소설을 연상케 하는 건조한 텍스트로 이금자의 이야기를 다시 읽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각본집 속의 이금자는 더 조용하고 더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이 태어날 것이다. 책을 읽어가는 독자의 마음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이야기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