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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자리에서 사람을 지칭할 때는 직함을 부르거나 씨를 붙이거나 이름만 부르는 게 예의지만, 그럼에도 자연스레 이름 뒤에 선생, 선생님을 붙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신영복 선생이 그렇다. 그가 오랜 기간 교수로 지내서, 사회의 원로라서 그리 된 게 아니라, 그의 삶과 사상을 담아내는 그릇이 ‘강의’이고, 그를 아는 많은 이가 ‘강의’로 그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그간의 강의를 한데 모아 정리한 <담론>은 신영복 삶과 사상의 정수라 해도 부족함이 없겠다.
마지막 강의는 세계를 해석하는 창으로서 ‘고전 읽기 교실’과 이를 바탕으로 자기 삶을 돌아보고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으로서 ‘인간학 교실’로 이루어진다. 세계와 인간, 세계와 나가 그렇듯 강의를 꿰뚫는 핵심은 관계다. 신영복은 모든 담론의 중심에 관계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며, 관계가 확장되는 변방에서 변화와 창조의 가능성을 살핀다. 자신의 강의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히길 바라며, 이 책을 우연한 점으로 삼아 각자가 선과 면을 만들어 가길 권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는 훌륭한 스승답게 방향뿐 아니라 도전에 필요한 용기까지 강의에 담아 두었다. 책으로 만난 그의 제자로서, 고마우면서도 아쉬운 마지막 강의를 곱씹는다.